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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연극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독특한 재미가 있는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연극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는 매해 추석에 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한번의 암전 후엔 일년의 시간이 지나 다음해 추석이 된다. 무대 위의 다다미가 깔린 일본 가정집에는 어머니인 히구찌와 두 딸 나쓰꼬와 구니꼬가 있다. 그리고 추석이면 찾아오는 히구찌가 유모이기도 했으며 한때 2500석을 추수하던 대갓집의 딸 이나봐와 이웃사촌 나까노도 있다. 이렇게 다섯명의 살아있는 사람과 추석이면 지옥문이 열려 이 집을 방문하는 반딧불꽃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암전 후 시작되는 새로운 추석날에 모두 모여 한 해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삶이 모두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삶에는 고단함이 있다. 19세기말 일본의 상황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히구찌는 노래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왜 변화하는 거냐고. 단순히 그 상황에 나오는 노래같았던 이 음악의 노랫말은 나쓰꼬가 교사가 되지 못했던 이유가 복선으로 숨어있기도 하다. 

 

극에서는 매번 암전시 음악이 흐른다. 극 중에도 많은 음악이 사용되는데 그들이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들부터 세태를 반영하는 노래까지 다양하다. 먹을 것이 없어 반딧불을 먹어야했던 노래부터 우리네 고무줄 놀이 때 할 만한 소품같은 노래, 추석이면 지옥문이 열려 귀신이 나온다는 노래까지 모두 당시의 일본의 시대상과 일본인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극은 기본적으로 나쓰꼬의 일대기를 이야기 한다. 큰 딸 나쓰꼬는 스물다섯살에 요절한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를 모델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이상 탄생 100주년으로 이상을 그리는 많은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히루치 이치요도 일본에서 이상만큼 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본에서 한국의 이상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보인다. 그녀가 5000엔권에 새겨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군인도 아니며, 여든을 살며 수많은 책을 낸 것도 아닌 그녀가 이렇듯 오래 기억되어야 할 인물로 꼽힌 것은 바로 정신때문이 아닐까? 연극에서 보이는 그녀는 우유부단하고 허약한 모습이다. 하지만 달리보면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에서 사회적(?) 압력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한다. 몸이 아파 힘들어하지만 끝까지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이건 생계형 작가인 그녀가 가족을 할 수 있는 최후의 일이기도 하고 자신에 일에 대한 열정이기도 하다.

 

 내가 본 캐스팅

(반딕불꽃은 더블캐스팅, 이나봐고는 트리플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