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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책,갈피 - 90년대 추억을 파는 연극

연극 책,갈피

 

 90년대 추억을 파는 연극

 

연극 <책, 갈피>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한밭서점을 배경으로 중3에서 졸업을 하여 사회인이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대에는 책이 가득한 책꽃이로 가득한데 연극에서 굳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가 싶을 만큼 많은 책들이 들어차있다. 연극은 추억을 판다. 극이 배경으로 삼는 90년대의 추억을 관객들에게 판다. 그래서 배우들과 동년배인 30대전후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점에 붙어있는 스타의 브로마이드와 성문영어와 수학의 정석,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관계등으로 자연스러운 공감을 가져온다. 극은 서점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상 서점이 아니어도 무관할 것이다. 음반가게여도 되고 미술관이어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음반가게가 더 와 닿는다. 친구들과 1천원,2천원씩 모아서 사고 싶은 수십장의 음반 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단 한장의 음반을 살 수 있었다. 친구들과 서로 다른 음반을 사서 돌려 듣기고 하고 밤새 음악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연극 <책, 갈피>가 보여주는 모습과 내 어린시절의 음반가게의 모습은 이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음악의 디지털화로 더 이상 음반도 팔리지 않아 음반가게들은 하나둘씩 가게문을 닫았다. 인터넷서점의 등장 이후 동네서점은 급격히 사라져갔다. 지금은 기껏 학원가 안에서 문제집만을 전문으로 파는 서점이 고작이다. 그리고 지금 책의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별거 아닐 것 같은 이북이 타블릿피씨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읽는 모습이 어느새 아날로그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연극 <책, 갈피>가 보여주는 공유의 공간으로써 작은 서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보, 영풍과 같은 대형서점만이 그 역할을 하겠지만 극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극이 청소년기를 관통하는 이야기여서 인지 오글거리는 대사와 장면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흘러가는데 배우들이 무대에 빈번하게 들어왔다 나가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일정도로 출입이 많다. 연극 <책, 갈피>는 극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관객들의 기억 속 장면을 이끌어내서 이야기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