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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하녀들 - 파팽 자매의 다락방을 훔쳐보다

연극 하녀들

 

 파팽 자매의 다락방을 훔쳐보다

 

  연극 <하녀들>은 장 주네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극을 본 후 장 주네의 희곡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Art-3 Threatre가 보여준 극이 희곡에 충실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출가만의 색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을 것 같았다. 대사가 거의 없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잘 모르지만 내가 읽은 몇 안 되는 장 주네의 글들은 고색찬란(?)하다고 할 정도이기에 대사가 적을리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하녀들>은 공연을 위한 희곡이 아니라 읽기 위한 희곡이었던가? <하녀들>을 찾아 읽을 수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하는데 '파팽 자매'라는 흥미로운 키워드를 찾게 되었다. 이 극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인 내용이었다.

 

배경을 가지지 않고 몇몇 소품만이 놓여져 있는 새까만 무대에 두 여배우가 등장한다. 그들은 하녀들이다.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자매일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극의 초반에는 영화 <하녀>의 윤여정과 전도연과 같은 관계일 거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지금 생활을 지긋지긋해 하는 모습이었고 언니는 그것을 바로 잡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호기심은 동생이 먼저 드러내지만 행동을 먼저하는 것은 언니였다. 용기가 없는 것은 항상 동생이었다. 극의 중반까지 나는 그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마담은 존재하지 않고 그들은 서로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역할 놀이를 하며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하고... 웃고있다가 갑자기 무서운 표정으로 변하는 모습들에서 그들의 놀이가 단지 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그들의 행위가 단순한 놀이이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 가운데 놓여진 의자는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다. 하녀들은 그 위에 앉을 수 없다. 공손히 손을 모으고 그 옆에 서 있어야 한다. 씨익 서로를 바로 보던 자매, 하녀들은 작은 의자의 틈 사이로 이 편을 훔쳐보고 스윽 의자 밑을 빠져나온다. 작은 틈을 빠져나오는데 의자의 움직임은 조금도 없다. 그들의 놀이는 즐거워보이지만 그들은 항상 떠나고 싶어한다. 가방을 들고 저 멀리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알람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예상했듯이 알람소리에 맞추어 그들의 놀이는 끝이다.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다시 하녀복을 입고 두려움에 떨며 명령을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 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자타 모두 빨래를 하고 그 긴 천을 당기며 노는 장면일 것이다. 객석 첫줄을 비워둔 이유가 드러난다.  알람이 울렸을 때 그들이 무대 뒤로 사라져 산듯한 새로운 하녀복을 입고 나올 줄 알았다. 빨래통에 들어 있는 그것을 그대로 입으므로써 비참함은 더 극에 달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정말 마님에게 달려가 눈알을 뽑아버릴 지도 모르겠구나... 실수로 다리미로 옷을 태운 다음 얼마나 두려웠으면 그랬을까?(이건 극이 아닌 파팽자매의 실제 이야기다) 항상 두려움에 떨며 순간 그 두려움을 분노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였음을 극은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것이 다양한 이미지 보여주기와 함께 이 극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점이었다.    

 이 작품이 왜 18세 이상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배우들의 노출이 비키니를 입은 수준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정도는 수영장까지 많이 보잖아. 선정적이는 생각은 들지 않는 연극인데 왜 일까???

 

 

 

  파팽 자매 살인사건

 

 1933년 2월 프랑스 시골 도시 Le Mans에서 중간계급의 모녀가 하녀들에 의해 살인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하녀는 레아 파팽과 크리스틴 파팽으로 자매지간이었으면 7년간 그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주인 모녀의 눈을 맨 손으로 뽑아 죽이고 그 시체를 망치와 부엌칼로 난도질 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크리스틴 파팽이 다리미질을 하다가 옷을 태우자 두려움 때문에 벌인 일로 알려졌고 둘은 살인 사건 후 주인남자가 돌아올 때까지 다락방의 자신들의 방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계급, 자매, 살인 등의 소재가 가지는 흥미로움으로 인해 수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이 사건은 새로운 텍스트로 재 탄생하였다. 그래서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책, 연극, 영화등 많은 컨텐츠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