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회 구경가기

[전시회]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

 좋은 작품들 빛을 바래게 하는 운영 

 

 아람누리에 있는 미술관은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다. 그래서 종종 지나가면서 플랜카드를 보곤했는데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항상 아쉬웠다. 인사동이나 시립미술관 심지어 국립미술관까지 가면서 바로 코 앞에 있는 미술관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이 어제 아람누리에서 하는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미술관에 들르게 되었다. 비가 오는 오후 6시의 토요일이었기 때문일까.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1000원이 할인되는 친구의 입장권과 함께 9천원을 냈다. 한참이 지나도 티켓을 안 주길래 안 주는 건가보다 하고 들어가려는데 티켓 받아가란다. 음... 그럼 기다리라고 말을 하던가! 구천원이요하고는 정적... 입구에 서 있는 네명이나 되는 남녀 알바생(? 봉사자?)들은 정말 즐겁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티켓을 찢고 들어가 그림을 보는데도 여전히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 아람누리 정말 시설은 좋은데 극장이나 미술관이나... 뭔가 부족하다.

  

Section I. 남으로 온 화가들

 

 본 전시는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뉜다. 첫번째 섹션이자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월남한 화가들의 작품들이다. 솔직히 이런 기획전이 열리게 된 것이 6.25 전쟁 60주년 기념을 위해서라지만 뭔가 한 섹션으로 묶음으로써 이야기 할 거리가 있기에 이런 분류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남한 화가들의 작품을 어떤 특징으로 묶을 수 없었다. 나 같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유명한 사람들의 그림이 많았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도 있었다.

 

  

                        이수억 - 가족도                                           최영림 - 여인의 일지                                         한묵 - 나부

  

  

                      황염수 - 정물                                            황유엽 - 秋石                                                     황유엽 - 牧歌

  

Section II. 북으로 간 화가들

 

 월북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그들을 묶을 만한 특징은 없었다. 뭔가 사상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이 섹션의 구분이 왜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길진섭                                     김주경 -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정종여

  

Section III. 6.25전쟁을 증언하다

 

 세번째 섹션에도 몇 점의 그림이 걸려져 있는데 이미 섹션 1에 걸려 있는 작가의 작품이 섹션 3에 또 걸려 있어서 헷갈렸다. 전쟁상을 보여주는 그림은 따로 분류해서 전시해 놓고 있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이수억의 6.25동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남미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느낌의 그림으로 이 전시회의 메인 사진으로 내걸린 그림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작품이 전시회를 가득 채울 줄 알았던 것이다. 섹션 3에는 삐라들도 전시해 두었다. 삐라가 그리 오래전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만 해도 거리에서 삐라를 주울 수 있었다. 남쪽 지방에 살다가 일산으로 이사 온 나는 길거리에서 종종 삐라를 보곤 했다. 심지어 북한 라디오 방송도 잡혔다. 요즘은 라디오 방송도 안잡히고 삐라도 없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우익단체들이 북한에 삐라를 보낸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삐라의 역사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삐라들의 내용이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던 '너의 동료는 우리에게 와서 배부르고 등따시게 잘 지내니 너도 와라'라는 내용이었다.

 

박득순 - 서울입성

 

 

                                      박고석 - 범일동풍경                                                                    이수억 - 6.25 동란

 

 다양한(?) 부대행사가 있는 듯했으나 그건 알차보이지 않고 그저 구색을 맞추려는 노력에 불과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