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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퍼포먼스] 굴레 욕 (慾‧欲) - 천오브제 그리고 죽음으로 향해 가는 삶의 모습

굴레 욕(慾‧欲)

 

 천오브제 그리고 죽음으로 향해 가는 삶의 모습

 

 극단 굴레의 '욕'을 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걸어가도 될 거리에 있는 아람누리에 있는 새라새극장에서 공연을 보았다. 티켓을 받고 공연장에 들어서니 탄성이 나왔다. 상당히 괜찮은 중간 사이즈의 극장과 무대에 세팅되어 있는 배경이 맘에 들었다. 자리에 앉으려니 내 자리와 일행의 자리 번호가 연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끝과 끝자리 -,.- 그래서 티켓을 바꿔오니 두번째 줄 자리가 되었다. 처음 받은 티켓은 맨 앞자리였는데 말이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 첫번째 줄과 두번째 줄은 같은 높이에 있다. 높이 차지가 없는데 앞에 나란히 앉은 앉은 키 크고 머리 큰 남자 세 명...  도저히 공연을 볼 수가 없었다. 집중이 되지 않고 시야가 너무 가려져서 결국 20분정도 뒤에 큰 소리의 음악소리가 나올 때 스윽 뒤로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좀 어이 없는 건 빈 자리가 굉장히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자리를 주었다는 거다. 뭐... 처음 준 티켓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관객의 시야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움직일 수 있는 의자를 옮겨서 재배치 한 것 같은데, 얼핏 보면 깔끔하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이건 뭐... 전 자석이 찬 상태도 아니고... 관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서 판단했어야 한다. 이런 공연장의 실수가 관객들의 불편을 가져오고 결국 공연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만들어낸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수명의 사람들이 2층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의 재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이면서 공연자들보다 큰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도 나와 일행은 좀 더 어둡고 시끄러운 장면을 기다려서 자리를 바꾸어야 했다. 많은 입구가 있었고 그곳마다 2명의 공연장 직원이 서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일하는데도 자리를 안내하는 것 말고 진짜 관객의 입장에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_-a 자 이것이 공연장에 대한 불만이었고, 두 번째는 관객에 대한 불만이다. 아마 다수가 나처럼 고양시민일 것이다. 집이 가까우니까...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관객 수준이 낮은 적은 처음이다. 진동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받는다.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이 때는 직원이 와서 제지했다). 배우 대사보다 큰 하품소리가 들린다. 화장실을 가야한다고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출입문 쪽에서 들리고 출입문이 열린다. 아... 공연자들에게 진짜 미안한 마음뿐이다. 음... 정말 불만을 잔뜩 써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공연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구나... 자, 이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우선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치미술을 표방한 만큼 붉은 천과 르네마그리트의 Goldonda를 떠올리게 하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수 많은 검정 코트들이 인상적이다. 천 오브제를 활용한 행위 역시 멋있었다. 긴 천의 한 쪽 끝에서 펄럭여 바람을 넣는 것만으로 반대쪽으로 바람이 나올 것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생명을 불어넣는 그 움직임이 멋졌다. '천'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한다. 생명을 품고 있는 따뜻한 품으로, 생명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 시련으로서 알껍질같은 역할로, 멋진 파티의 드레스로, 권력의 상징인 왕관(?)으로, 물질의 상징이자 사람들이 갈구하는 대상(돈)으로, 벗어날 수 없는 덫으로, 신의 곁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시체를 감싸는 붕대의 역할 등 '천'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다.  희고 긴 천들의 움직임이 긴 잔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이다. 배우들의 움직임만 두고 본다면 이건 신체극이다. 키 크고 예쁜 몸을 가진 남 여 배우들의 움직임은 대사가 없이도 멋진 유희가 되어준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누리는 배우들과 그 움직임을 보면서 즐거운 관객들이었다. 극의 내용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습을 상징적인 모습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제목인 욕은 욕심 (욕)과 바랄 (욕)이다. 결국 탄생과 죽음을 제외한 삶의 전반이 욕망에 의해 이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판소리 하시는 분이 등장해서 주인공(까만바지 ^^;;;)에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훈수(?)를 한다. 참 묘한 조합이다. 신체의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보여지고 거기에 판소리라니... 하지만 신체극(?)과 판소리의 사이에는 천 오브제가 있다. 천 오브제는 신체극과도 판소리와도 어울려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듯하다. 판소리 하시는 분은 춤도 굉장히 잘 추신다. 노래에 정확한 리듬감으로 춤을 추시는 모습에 깜놀했다.

 

 마이크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소리의 전달이 굉장히 잘 되었다. 무대와 극장의 소리 울림은 상당히 괜찮은 듯하다. 공연이 너무 좋았기에 처음부터 좋은 자리에 앉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여섯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몸의 움직임과 표정이 이를 상쇄시켜준다. 그러면 다시 주인공(? 까만 바지)과 판소리분이 나와 인생무상이라 말한다. 멋진 공연이 비록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는 이틀간 이루어지지만 많은 공연장에서 계속 공연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