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장사이를 지나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는 흔한 경영서적이 아니다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의 표지를 보고 단순히 한 회사의 연대기 정도일 거라고 예상했다. 기대는커녕 '우리 회사 잘났어요' '나는 잘 살았습니다' 하는 어느 회사의 사장님 에세이집 수준의 내용일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책을 집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연대기를 나열한 책이나 경영 서적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책을 읽고 마음이 동하는 것은 물론 자리에서 일어나 행동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의 저자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와 그의 조카이자 창업 때부터 파타고니아에서 일한 빈센트 스탠리다. 그들의 지나 온 시간을 열거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왜 환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초점이 더 강하다. 특히 책의 초반은 전혀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나를 무안하게 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 회사가 최고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가 전형적인 책임기업이 아니라고도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옮겼기에 성공했거나 성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 사례에 포함된 기업은 코카콜라, 다우케미칼, 켈로그, 월마트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파타고니아는 NGO나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단 한가지가 영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환경, 지역, 직원들을 위한 그들의 노력이 결국에는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한다. 무려 200년의 역사를 가진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생태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각주:1] 이제 우리는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기존 경제의 낡은 지붕이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지붕을 얹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각주:2]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의 행보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면이 나이론보다 더 천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끔찍한 일이었다. 면섬유를 만드는 목화 재배를 위해서는 유기인제를 뿌려 땅속과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물을 죽여야만 했다. 유기인제는 인간의 중추 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각주:3]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연을 훼손한다. 예를 들면, 한 개의 결혼 금반지를 만드는데 무려 20톤의 광산 폐기물이 배출된다.[각주:4] 파타고니아 폴로셔츠 한장을 만드는데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완제품 무게의 3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만들어진 포장지는 고객의 손에 전달되는 즉시 버려지고 있으며 그 양은 총 폐기물의 3분의 1에 이른다.[각주:5] 주위에 흔한 물건과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물건에 이렇게 의문에 제기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많은 화학물질과 쓰레기로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나중에 환경을 위한 무언가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 아닌가. 정부에서 제재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목화의 실상을 알게 되고 유기농목화로 바꾸는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생산라인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이익을 첫번째로 생각하는 기업 입장에서 바꾸기는 커녕 섣불리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줄이고 환경과 사회를 위해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결국은 회사에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미래 사회는 책임기업에게 더 큰 이익과 기회가 오게 될 것이라고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는 이야기한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유럽의 환경기준에 맞게 상품을 만들것인지, 아니면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는 싸구려 상품을 수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후자를 선택한다 해도 비정부기구나 경쟁사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각주:6] 요근래 불황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했던 펀드가 이익은 커녕 손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 사회적 책임기업에 투자했던 펀드의 수익률은 시장 편균을 웃돌았다. 소비자의 선택 또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근에 몰아쳤던 갑의 논란도 이 테두리 안의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환경을 위협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에 질책이 가해지고 친환경적인 회사들이 대두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홍보팀의 전유물에서 이제는 사업 전체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각주:7]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8]



사회적 분위기와 투명성, 효율성으로 인해 책임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와도 큰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책임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월급을 더 받는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부끄러운 사람과 자랑스러운 사람 중 누가 더 열심히 일하겠는가. 자신이 열심히 일함으로써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믿음이 그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게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만든다.


파타고니아  : http://www.patagonia.com

틔움 출판사 : http://www.tium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