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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양덕원 이야기 - 양덕원에서 일어나는 지난한 일상

연극 양덕원 이야기

 

 양덕원에서 일어나는 지난한 일상

 

<양덕원 이야기>는 대학로 거리를 걸으며 종종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던 공연이었다. 지금은 연장공연 중이다. 대개 반응이 좋아 공연을 연장하다보면 관객을 줄어들고 맥이 조금 빠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하지만 난 티켓박스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했으며 객석은 빈 자리가 없었다. 저~ 구석에서 공연 관계자와 그의 친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오늘은 단관이 있어서 이렇고 보통 이렇게까지는 아니라고 하니 나는 운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대극장이 아닌 경우, 관객이 많으면 배우들이 더 힘을 얻어 연기를 해 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고 많은 사람의 호응에 나도 더 재밌다고 느끼면서 볼 수 있다. 관객이 많을 때의 단점은 거슬리는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다. 핸폰을 켜 놓은 사람과 소근거리는 사람, 부시럭거리는 사람... 관객 수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아트 원 씨어터는 정말 시설이 좋다. -0-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보는 바와 같이 무대와 관객석이 셋팅되어 있었다. 난 왼쪽 맨 앞자리 -0- V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단 차이무'의 다음 공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극단을 보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수 많은 공연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없애주니까 말이다. 그만큼 괜찮은 공연이었다.

 

 
 

 

 소극장이라고 하기엔 그리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크다라고 할 수도 없다. 만약 이 공연이 대극장에서 이루어졌다면 지루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덕원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소재의 특별함으로 호객행위를 하지만 정작 그 이야기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작위적인 면을 보이면서 실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양덕원 이야기>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물론 일년 중 반복되는 300일을 이야기한다면 지치겠지만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누구나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두의 인생에서 한 번뿐인 일을 다루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인 삼남매와 그들의 엄마, 지씨가 이 극의 등장인물이다. 세시간이면 죽는다는 아버지는 삼개월이 지나도 죽지 않는다. 그 사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식들은 고향으로 내려온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회사생활에 먼 고향집에 수시로 오고가는 계속되는 시간에 속에서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길 바라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삼남매의 무대 위의 연기, 연극을 위한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연극을 볼 때 연극을 위한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양덕원 이야기>는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드라마 시티를 보는 느낌이랄까?

 단순하지만 디테일이 굉장히 살아있는 무대 디자인이었다. 나무에 걸린 배드민턴 셔틀콕과 세수대야 옆 낙옆 사이의 작은 풀등 정말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위한 초승달에서 반달, 보름달로 변해가는 모습과 산과 별의 뒷배경도 단순하지만 좋았다. <양덕원 이야기>는 굉장한 이야기를 하는 연극이 아니다. 억지스러운 웃음이나 눈물을 주려고 하지 않지만 재밌고, 개인에 따라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도 많은 관객이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부분에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이 있었을 것 같다.) 이 날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스무명정도 단관 왔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10대들이 보기에 재밌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팜플렛도 깔끔하고 잘 만들어졌다. 대본이 실려 있기까지 하다. >.< 배우들의 얼굴이 너무 크게 찍혀 있어 도리어 못 알아볼 지경이다. 쿨럭. 계속 주저리 주저리 쓰고 있지만 딱히 할 말이 없는 연극이다. 그냥 좋다. 상징이나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핏 무거울 것 같은 이야기를 시종일관 가볍게(?) 볼 수 있게 풀어나간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