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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수창 홍싱핑 온천마을


홍싱핑 온천마을은 저장성에서 뽑은 <가장 아름다운 10대 농촌마을>에 두번째 자리를 차지한 곳이다. 중국 전체도 아니고 저장성에서 뽑은 순위야? 할 수도 있지만 저장성은 우리나라보다 크다. 작은 시골마을이어서 걸어서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온천을 찾아 오는 몇몇 밖에 없어서 그럴 듯한 가게 하나 없이 한적하기만 하다. 중국인 여행자들도 많아 보이지 않는 이곳에 외국인은 주민들에게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도 웃으며 니하오라고 인사하면 싱긋 웃어준다. 한시간의 유람을 마치고 도착한 홍성평 온천마을은 노란 무꽃이 가득 핀 모습이었다. 무꽃보다는 유채꽃에 더 익숙해서 처음에는 유채꽃밭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밭에서 이 노란 꽃 핀 무를 뽑고 있어서 무인줄 알았다. 리조트에 짐을 두고 나와 바로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굳이 나눈다면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사진처럼 부두에서 온천으로 걸어왔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 길, 아래 사진의 마을이 있는 리조트 뒤로 난 작은 길 그리고 그 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걸으면 녹차밭과 저수지가 있다.



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은 농촌마을 모습에 왠지 나도 아저씨 옆에서 무를 뽑고 싶어진다.


 


돼지고기가 주렁주렁 달려있던 집의 옆집은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사람들은 마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에 지그재그로 쌓아둔 장작이 잘 마르고 있었는데 곳곳에 방석이며 운동화등을 햇볕 아래 널어 놓았다. 나무 기둥 위에 방석을 하나씩 올려놓은 모습에 인도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냥 바닥에 줄줄이 빨래한 옷들을 말리던 사람들. 왠지 다 마르면 바로 빨아야 할 것 만 같았던 그 옷들을 보면 이 사람들은 우리와 참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중국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와 비슷한가보다. 언론을 통해 가끔 중국의 음식에서 발생하는 건 도대체 어디서 생기는 일일까 의아할 정도로 수창현의 음식들은 우리 음식보다 더 무공해, 유기농으로 보인다.



 


길 한쪽 구석에 과일과 과자 같은 것을 펼쳐놓고 팔고 있다. 여기서 용과를 사 먹었다. 큰 거 한개에 1500원정도 했다. 저울에 무게를 올려놓으니 그 아래 가격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뭔가 살때 무조건 흥정을 해야한다더니 흥정따위 할 필요 없구나. 마음이 편하다. 


 


백발의 할머니가 느릿느릿 길을 걷는다. 마침 할머지가 앞을 지나던 집의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가 바구니를 들고 나온다. 그 뒤를 강아지 셋이 졸래졸래 쫓아나오고 어미개도 새끼들이 걱정되는지 뒤따라 나온다. 아주머니는 할머니를 부른다. 할매 어디가요? 라고 부르는 것만 같다. 그리고는 바구니에게 뭔가 먹을 것을 드린다. 그렇게 할머니와 아주머니는 오물오물 뭔가를 먹으면서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반대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간다. 그 사이 지나가는 차 한대가 없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마을이다.



자유방임되는 닭과 오리들은 사람들이 널어놓은 차잎을 부지런히 쪼아먹는다. 녹차치킨이되는 것이다!!! 오리인지 거위인지 눈두덩이가 빨간 녀석은 뭐가 그리 바쁜지 길가를 부지런히 직진으로 걸어간다. 마치 주인이 없는 듯 이곳 저것을 돌아다닌다. 이곳에서 갇혀서 자라는 동물은 돼지 밖에 없는 듯 하다. 


 


 


슬슬 지평선 해가 맞닿아가면 마을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마을이라니!! 왠지 모르게 마을 앞에 서서 감동하고 있었다.




 


리조트 뒤쪽의 마을은 굉장히 작아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저 안쪽으로 홀로 따로 놓여진 집이 있어 가보니 사당이었다. 왠 부부와 양쪽에 무사와 문신이 서 있다. 누... 누구세요? 중국어를 못하니 마을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네. 마을을 처음 세운 사람인가? 중국은 농촌마을은 씨족사회가 많다는데 조상님(?) 정도 되시는 건지...



 


100년된 닥나무숲 사이로 길이 나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이 길을 따라 산책하며 걸으면 해질녘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마을이 나온다. 물론 차가 다니는 길로도 갈 수 있다.



마을을 지나 저수지쪽으로 걸어내려갔다. 뭔가 굉장히 반듯한 집이다. 나름 정원도 깔끔하다. 그리고 안전을 제일로 하지 않으면 굴다리 밑으로 끌려갈 것만 같은 안내판. 왠지 북한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저수지까지 내려갔다오려했지만 이미 해가 상당히 기울어있고 내려가봤자 별거 없어보이기도 해서 뒤돌아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서 이 저수지에서 잡은 쏘가리 매운탕과 다양한 생선들 낮에 보았던 밭에서 난 채소들로 저녁을 배불리 먹었다. 쌀쌀한 저녁날씨에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 온천으로 향했다. 난 온천을 선호하지 않으니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벌러덩 누웠다. 이 리조트가 게스트하우스만큼 저렴하다면 장기체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해봤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넓은 차밭이 있다고 한다. 그걸 놓친 것이다. 바로 이 아래집 왼쪽으로 난 작은 길로 올라가야 한다. 그저 사유지로 보이기 때문에... 물론 진짜 사유지지. 여행자들에게 구경하라고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고. 하여간 그래서 놓친 것이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녹차밭을 찾아 나섰다. 스리랑카에서 보았던 엄청난 녹차밭이 나올까?



하푸탈레처럼 산 수십개가 전부 차밭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한 프레임 가득 차밭이 들어올정도로 넓었다. 게다가 이 차밭이 가지고 있는 곡선이 참 매력적이다. 





 


녹차밭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볼이 빨간 꼬마가 막대기를 들고 강아지를 쫓아다닌다. 그리고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기를 끌고간다. ㅎ



숙소로 돌아왔는데 리조트 앞에 그새 장이 서 있다. 야채, 과일, 육류, 군것질 등 양은 많이 않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나름 활기가 돈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사람이 최대 서른명 남짓이다. 홍싱핑 온천마을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더 아쉽게 떠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더 머무른다고 해서 더 둘러볼 것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래 머물러도 부대끼지 않고 좋을 것 같은 장소들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