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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베트남 여행기

하노이에서 라오까이 기차타고 사파까지 버스타기

라오까이행 기차와 사파행 버스

 

 하노이에서 라오까이 기차타고 사파까지 버스타기

 

 사파를 가기 위해서 가장 일반적 방법은 하노이에서 라오까이까지 기차를 타고 라오까이에서 사파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기로 했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에 가방을 싸메고 나왔다. 그냥 가방을 맡겨두고 나왔어야하는데 배낭을 메고 이리저리 하노이를 누빈다. 체력과 함께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면서 정신줄을 놓았다. 기찻길 발견. 기찻길을 따라가면 기차역으로 가겠거니해서 기차길을 따라 걷는다. 기찻길 양옆으로 집들이 있다. 기찻길로 대문이 나있다. 그래서 세숫대야를 내놓고 세수하는 사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다. 기찻길이 철문으로 막힌 곳에 도달!

 

 

 

 하노이역에 도착했다. 베트남어로 역이 GA다. 그래서 모든 역은 앞에 GA가 붙어있다. 하노이역은 두 개인데 호안끼엠 호수를 바라보면서 큰 역이 있고 기찻길을 건너서 이렇게 작은 기차역이 있다. 흔히 하노이B역이라고 불린다. 후에등을 비롯한 남부로 가려면 하노이A역으로 가야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타는 가장 싼 기차티켓으로 티켓팅했다. 로비에서 쉬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미 지친 몸둥이를 끌고 기차역을 나선다.

 

 

 

베트남에는 이런 건물이 많다. 정면의 모습이 굉장이 작은데 위로 뻗어있는 건물들 근데 이 건물이 뒤로는 길다. 옆면은 페인트칠을 안한 건물도 많다. 앞 모습만 괜찮으면 되는거다.

 

 

 

 가하노이 앞에 노천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다. 와이파이가 가능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떫은 시원한 차 한잔을 마셨다.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어딜 돌아다닐 수도 없다. 그나마 건물 안에 있을 때 쏟아져서 다행이다. 한 시간이상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하노이역 뒤로 쌍무지개 뜬다. 거의 180도 가까이 보인다. 이렇게 넓고 진하고 쌍으로 뜨는 무지개를 본 적이 있던가?

 

 

비가 그치고 역 앞 광장 구석에 있는 천막 식당에서 라면을 먹었다. 한국인에게도 맛있게 먹을만한 라면맛이다. 이것만 먹고 사파 갈 때까지 잘 갈 수 있으려나...

 

 

시간은 흘러 기차를 탄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이 기차는 이층이었다!!!!! 화장실 엄청 더럽고... 조금 흐덥지근하다. 빈 자리 없이 가득 찬다.

 

 

 

 앞자리에 꼬마아이가 앉는다. 꼬마야 안녕? ㅎㅎㅎ 이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손을 뻗어온다. ㅎ 액정을 돌려 아이를 보여준다. 손은 마수가 되어 더욱... ㅋㅋㅋ 이어폰이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가는내내 객실에 있던 꼬마들의 징징대는 소리에 시달렸을지도..

 

  

 

 라오까이역에 도착하면 역사 출구 앞에 많은 봉고차들과 택시들 서 있다. 모두 사파로 가는 차들이다. 근데 외국인에게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 이미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도 있는지 단체로 타는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이럴 땐 잠깐 기다리면 된다. 삐끼들을 피해 역 안으로 들어와서 10분 정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가니 차가 한, 두대 있다. 이 차들은 어차피 사파로 가야하는 차들인데 좌석을 채우지 못한 차들이다. 이제는 손님이 흥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적당한 가격을 부르면 타면된다. 자신있으면 더 깎아도 되고... 근데 이미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내는 정가 아래로는 힘들듯.

 

 

  

 창 밖 풍경은 필리핀 바나웨이에서 보았던 라이스테라스에 버금간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꼬마 둘. 여자아이는 사람이 없어서 넓게 타고 갈 줄 알았는데 내가 타서 자리가 좁아지는 바람에 뿔이 난 듯 입이 댓발 나왔다. ㅋ

 

 

사파에 가까워지면서 창밖으로 고산족들이 종종 보인다. 그러다 호수와 함께 예쁜 집들이 나타나면 사파 도착. 숙소가 있으면 그 근처에서 세워주는데 숙소가 없으면 운전수가 커미션을 먹는 숙소로 데려가는 듯하다. 나는 그냥 호수 보고 내려달라고 했다. 이른 아침이니 숙소를 구하는 일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 호수 돌면서 천천히 구하면 되지 뭐.

 

 

사파에서 버스타고 라오까이에서 기차타고 하노이가기

사파에서의 즐거움과 함께 개운치 못한 우울함을 가지고 하노이로 향한다. 사파에 있는 성당 근처에 봉고차들이 많이 서 있다. 몇 시에 출발하는 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서 흥정하면 된다. 다 비슷비슷하다. 내가 묻고 나서 그럼 이 차로 가겠다고 하고 숙소로 가방을 가지러 가는데 가다가 다른 차 탈까봐 따라온다. 그러니 손님이 궁한 건 이들이니 어렵게 흥정할 필요없다. 싫다면 다른 차로 가면 됨. 

 

 

 

 라오까이에 도착했다. 라오까이에는 돌아다닐만한 곳이 없다.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정보가 없다. 기차역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있잖니 저 앞에 나무 그늘에 늘어선 노천카페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온다. 그리고는 저기서 커피나 한잔하라고 부른다. 물론 장사하는 분이니 판매가 목적이지만 더운 날 역 앞까지 걸어와서 시원한 커피를 권하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바로 요분... 요주의 인물임. 예쁘게 생긴 아주머니임. 요주의 인물인 이유는...

 

 

 커피값 완전 바가지임. 마시기 전에 물어봤어야하는데... 가게 안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2배이상 더 받더라. 노상이니까 가게세도 없을텐데... 이... 이러지 마세요. 커피는 전형적인 베트남 커피다. 나를 위한 잔이 무려 4잔이 나온다. 커피를 내리는 잔, 얼음을 넣어둔 잔, 얼음과 커피를 섞는 잔, 커피와 함께 나오는 차. 날씨가 조금만 덜 더웠다면 나무 그늘에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커피에 정성 덜 들어갔다면... 아마 화를 냈을 거다. 사기치는 거냐고. ㅋ 뭐.. 큰 돈 아니고 더운 날 기분좋게 커피 마셨으니 되었지 뭐. 게다가 옆 가게는 사람이 많은데 이 아줌마 가게 손님은 나 뿐.

 

 

 

 라오까이역 안에서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직 티켓오픈 시간이 안되었단다. 그래서 기다리는데 삐끼가 있다. 미리 표를 사재기 해 두었던 것인지 나한테 와서 티켓을 팔려고 하더라. 바로 저 맨발의 아저씨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을 기다린다. 작은 가방에 기차표가 가득하다. 그리고... 더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창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저~ 안쪽 사무실에서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나오더라. 누가 봐도 공무원이고 라오까이역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인 듯한데 팜플렛을 가져오더니 좋은 기차가 있다면 나한테 티켓을 팔려고 하더라. 이건 어떻게 봐도 자기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엄연히 옆에 창구가 있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앉아있는데 나를 구석으로 불러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ㅋㅋㅋ 근데 이 아저씨가 보여준 사진의 기차와 객실이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게다가 가격도 45만동이다. 돌아갈 때는 좋은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바로 그 기차 가격도 45만동이다. 그래도 이렇게 파는 거면 왠지 찜찜해서 거절했다. 

 

 

 

라오까이로 올 때 탄 기차는 21만동이었으니 돌아가는 기차표 가격은 무려 2배다. 올 때는 좌석이었고 갈 때는 침대칸이라는 차이가 만드는 갭.

 

 

 

 

 라오까이역 앞에는 하노이와 라오까이를 오가는 침대버스가 서 있었다. 보니까 꽤 편하고 좋아보였다. 이 정도 버스면 차를 타고 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오까이역 아래로 주욱 내려가면 버스터미널이 있다. 그리고 길거리에 서 있는 녹수학원버스. 녹수학원은 어디있는 거냐. ㅎ 한국에서 중고차를 들여와서 한국어를 떼지 않고 운행한다.

 

  

  

 라오까이역과 버스터미널 사이에는 양쪽으로 세련되어보이는 식당과 허름한 식당들이 여럿보인다. 갈 때는 비싼 기차타고가니 밥을 싼 거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허름한 곳으로 들어간다. 근데.. 대~박 맛있다. 메뉴판도 없어서 그냥 누들주세요하니까 십대로 보이는 애들이 티비보고 있다가 후딱 만들어준다. 담백하고 양도 많다. 고물도 이상한 거 안 넣고 깔끔하게 고기와 파만 송송.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 중 동물의 내장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국물에서 희안한 맛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내가 여행자를 위한 곳이 아닌 골목이나 길거리에서 먹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오, 사진의 정중앙에서 혼자만 나를 보고 있어요! 전...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찍고 있습니다. ㅋ

 

 

편히 누워갈 수 있는 침대칸. 이후에 호치민까지 여행하는 동안 계속 침대칸만 썼다. 짧은 거리는 기차가 아닌 버스를 이용했다.

 

 

 

 편하다. 인도 기차의 북적거림도 없다. 그건 국민성과는 무관하게 여긴 캐빈으로 되어있고 인도기차는 뻥 뚫려있으니까 그런거다. 밤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역시 아무리 침대버스여도 버스보다는 기차가 흔들림도 적고 잠도 잘 잘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베트남 기차는 천국이다. (이 후에 인도해서 로컬 밤차를 타고 10시간이상 90도 의자로 앉아 가고 3등칸에서 온몸에 멍이 들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걸 생각하면 정말 호텔과 다를 바 없는 이동수단이다.)

 

 

 

 복도로 나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본다. 깜깜하다. 창 밖으로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노이역에 도착!!! 가로등 켜진 기차역은 항상 사진찍기 좋은 장소다.

 

 

 후에로 가는 기차표를 사려고 기웃거린다. 후에로 가는 기차는 호안끼엠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큰 기차역 흔히 하노이A역이라 불리는 곳에서 티켓팅해야한다. 어항 속 열대어 정말 예뻐서 한 컷.

 

 

 

 기차역에 락커가 있어서 시간이 많이 남으로 여기다 짐 넣어두고 돌아다니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후에로 가는 기차가 없단다. 매진이래. 할 수 없이 다음날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하노이에 하루 더 있지 뭐. 돈과 시간이 여유있다는 것은 여행의 방향이 어디로 가든 무관하게 만든다. 단지 베트남 무비자기간 안에 캄보디아로 넘어가지 않으면 비자를 발급 받아야하는 사태가..

 

 

 

 차역 앞으로 나오니 바게뜨는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다.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으로 바게뜨를 많이 먹는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아마 그 영향이겠지? 개인적으로 바게뜨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반미(안티 아메리카가 아니라 바게뜨 사이에 햄과 야채등을 넣어서 샌드위치같이 길거리에서 많이 파는데 맛있고 싸서 한끼를 때우기에 좋다)정말 그리워지는 맛이다.

 

 

하노이 A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