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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랑무스에서 송판 가는 길


 랑무스에서 이틀을 자고 송판으로 떠나기로 했다. 허쭤에서 타고 온 버스를  내린 곳으로 향했다. 당연히 버스 정류장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 도착하니 작은 정류장 마당에 중국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쩌정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중국 군인들이 수상하게 쳐다본다. 결국 그 곳을 나와 인근 상점에 들어가 송판에 가는 버스를 찾는다는 것을 어필(!)하니 저리로 가보란다. 주변 거리에 버스가 몇 대 서 있다. 란저우로 가거나 샤허로 가는 버스다. 남쪽으로 가는 버스는 당최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었고 송판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한대라고 알고 있었기에 이미 버스를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랑무스에는 다른 도시에서 보았던 제대로된 버스터미널이 없었다. 난감하게 된 것이다. 결국 걷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우선 걸으면서 송판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지나가는 버스를 집어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행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기에 그동안 여행으로 비추어보아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늘은 바랗고 주변으로 푸르른 초원들이 펼쳐져 있었으며 도로에는 차도 많지 않았다. 사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랑무스에 하루 더 머물면서 트래킹을 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모자란 트래킹을 막무가내 도로 걷기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무작정 랑무스를 벗어나고 있었다. 우선은 갈림길까지 걸어야 한다. 방향이라고 잡을 것도 없는 것이 당장은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길 저 앞을 가득 메우고 나타나는 양떼들. 단단한 뿔을 달고 나타나서 마냥 귀여워 보이지는 않았다. 뒤에 오토바이들이 따라와서 처음에는 앞에 있는 양들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고 기다리는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들이 목동이었다. 오토바이를 탄 목동들. 그들은 오토바일로 양떼를 일정 방향으로 몰고 있었다. 이웃의 양과 헷갈릴 것을 염려했는지 뿔이나 몸에 파란색 물간을 칠해놓았다. 




길 한쪽으로 바짝 붙어 양떼들을 지나친 후에도 꽤 걸어가자 드디어 갈림길이 나타났다. 란저우 방향과 송판 방향이 갈라지는 길이다. 이 갈림길에 랑무스도 10km 거리에 있다는 표지판이 있는 걸로 봐서 2시간 정도 걸은 모양이다. 이제 송판 방향으로 길을 잡고 걸으며 지가나는 차를 잡아 타면 된다. 송판까지는 240km. 적어도 점심 때쯤까지는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야한다. 멋진 풍경 덕에 여유로웠던 마음은 어느새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해발 3천미터에서 노숙을 해야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던 것이다.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그 방향으로 가는 차를 잡아 타자는 생각에 랑무스를 나와 걸었다. 2시간이 넘었을 때 대형버스가 한대 지나간다. 손을 세차게 흔드는 멈춰선다. 난 송판에 가요!!! 우선 타란다. 그리고는 자신들은 송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저 앞에 있는 마을에서 내려주겠단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가는 곳과 송판은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다고 한다. 물론 이건 거의 바디 랭귀지로 소통한 내용이다. 아마 그들은 친절을 배풀어서 공짜로 태워준 거 였는데 난 고마운 마음에 얼마를 내야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5위엔을 달라고 했다. 버스는 나를 내려주면서 옆에 서 있는 승용차 주인에게 내가 송판에 간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승용차 주인은 여기서 송판으로 바로 가는 차는 없다고 한다. 우선 루오까이로 가면 거기서 버스를 탈 수 있단다. 그리고 자신이 거기까지 100위엔에 태워주겠다고 한다. 비싸다. 물론 실제 그 길을 갔을 때는 상당히 먼 거리에 그것이 비싼 가격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래서 말도 안되게 거절하고 그곳에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200km가 넘게 남은 송판을 향해! 물론 그 사이에 루오까이라는 도시가 있을테니....



조금 걸어가다보니 봉고가 하나 따라온다. 루오까이까지 간단다. 가격을 묻지도 않고 탔다. 이미 그 차에는 티베트 사람 여럿이 타고 있었고 운전하는 사람도 티베트 사람이었다. 이런식으로 마을의 여러 사람을 태워서 도시간 이동을 시켜주는 차일것이다. 그래서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내릴 때 내는 돈을 똑같이 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아래 보이는 봉고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봉고를 타고 몽고의 초원이라고 해도 믿을 끝없는 초원 사이의 도로를 달렸다. 야크들이 가득한 초원도 있고 멋진 호수도 있었다. 텅 빈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진 농구대도 있다. 여행자들에게 말을 태워주고 게르에서 차와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종종 길가에 보인다.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저 감탄하며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물씬 풍기는 임시 휴게실에 잠시 들르기도 했다.



갑자기 큰 도시가 나타났다. 망망대해 속 나타난 섬처럼 끝없는 초원 속에 거대한 도시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도시의 초입에서 모두 내리고 내가 송판에 간다고 하자 나는 버스정류장에 태워다주었다. 요금은 20위엔!! 다른 티베트 사람들이 낸 요금과 똑같다. 끝까지 친절하게 챙겨주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터미널로 들어갔다. 송판행 버스는 48위엔이었다. 이 도시는 외국인이 전혀 오지 않는 곳인지 티켓에도 알파벳 하나 없다.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라오까이에서 송판행 버스 티켓


랑무스를 떠나며 이제 티베트도 안녕이구나,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생각했는데 라오까이는 여전히 티벳이었다. 물론 샤허나 랑무스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한족과 티베트족이 반반씩 섞인 모습의 도시였다. 




▼ 인근 도시간 거리를 나타낸 도표(?).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도시가 많다. 이 도시들이 저마다 색깔을 가지고 있을텐데.


2시 30분 버스를 탔는데 거의 해질녘에 도착했다.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실제적인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데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아래 사진은 송판 버스 터미널로 송판의 그 어떤 건물보다 삐까뻔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