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내게 낯선 곳이 아니다.

외할머니가 계신 인천에서 날 낳은 어머니는 산후조리 후 나를 데리고 아버지와 누나가 있는 경주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일곱살이 될 때까지 난 경주에 살았다. 7년이나 살았던 곳이니 낯설지 않아야한다.

그럼에도 경주는 그동안 관광지로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경주여행에서 경주는 너무나 편안했다. 비가 와서였을까?

 

경주로 가는 길은 멀다. 그런데 경주 안에서의 이동 시간은 굉장히 짧다.

제주도에 관광지가 몰려있어서 여행하기 좋다고 하지만 그에 비할바가 아닐정도다.

비오는 경주는 관광지의 느낌보다는 잊혀진 기억을 되새기는 기분이었다.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이 첫 행선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성취락이다. 160여채의 집이 산등성이에 보여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가 이 마을의 이루고 있는 두 가문이다.
두 가문의 존재가 서로를 긴장시켜서 함께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 기묘한(?) 마을이다.

마을이 상당히 크다. 천천히 둘러보려면 2-3시간은 넉넉히 잡고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양동마을.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34 / 070-7098-3569 / 관람시간 오후 18시까지 / 어른 4천원 ]

 

경주에서의 첫 끼니는 양동마을에 있는 초원식당에서 연밥정식(12,000원)이다.

연잎밥을 달달하니 맛있었는데 반찬들은 짠편이었다.

양동마을 초입에 연꽃밭(물론 지금은 꽃이 모두 지도 대만 서 있더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채취한 연잎인가보다.

[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103-1번지 / 054-762-4436 / 민박도 함께 함 / http://www.iyangdong.kr ]

 

 

불국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 본 사찰일 것이다. 불국사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내 기억속의 불국사는 굉장히 큰  사찰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다른 사찰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큰 사찰이다.
그런데 들어가는 길이 짧아서인지 최근에 갔던 다른 나라의 사원들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서였는지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불국사는 정말 예쁘더라.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밀도있는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법당과 그 내부, 석가탑, 다보탑, 돌다리 등이 1300년동안 비를 맞고 서 있었다. 

경주시 진현동 15-1번지 / 054-746-9913 / 어른 4천원 / 관람시간 7시-18시  http://www.bulguksa.or.kr/]

 

다음으로 간 곳은 보문단지에 새롭게 조성되었다는 산책로였다.

그곳에 도착한 후에도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비오는 날 공원 산책이라니.

게다가 호수를 낀 공원은 우리집 앞에도 있다고 생각했다. 정책적으로 가야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흐린 날씨의 그 길은 신비한 분위기가 휩싸여있더라. 날이 너무 일찍 저물어서, 산책로가 너무 짧아서 아쉬울 정도였다.

이 놈의 경주여행은 버릴 게 하나도 없구나. 감동하고 있었다. =ㅁ=

[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 ]

 

 

 

저녁은 마루밥상에서 간장게장(정식 1인 15,000원), 소갈비찜(정식 1인 15,000원)을 먹었다.

한옥으로 지어진 식당이 예쁘더라. 간장게장과 갈비찜도 맛있다. 

[마루밥상 054-772-8652 경북 경주시 보문동 102-8번지]

 

 

보통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하루의 여행이 끝나지만

이날 여행은 신라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 뮤지컬 미소2를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큰 스케일과 출연진으로 깜짝 놀랐다. 초반에는 살짝 루즈했는데 갈수록 몰입이 되었다.

[ http://www.sillamiso.com / 054-740-3800 / 경주시 경감로 614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

 

경주 1박 2일의 테마는 전통한옥에서 보내는 하룻밤이었다.

1000년의 제국 신라의 땅 경주를 여행하는 역사여행에 잘 맞는 숙소가 바로 한옥인 것이다.

기행작가 이재호씨가 전국의 한옥을 옮겨와서 만든 곳이 '나를 지키는' 수오재다.

내가 잔 방의 디딤돌은 1000년 전 신라의 그것이었다. 한옥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지만 뜨거운 온돌과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경북 경주시 배반동 217 / 054-748-1310 / 011-9516-3030]

 

 

수오재의 뒷 산에는 소나무숲이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효공왕릉이 자리잡고 있어 유유자적 산책하기도 좋다.

 

 

 

 짐을 싸서 수오재를 떠나 간 곳은 흔히 안압지라고 말하는 월지다.

신라 문무왕 때 궁 안에 연못을 파서 만든 신라 왕족의 연회장이다.
70년대 발굴에서 엄청난 유물이 쏟아져나와서 경주박물관에는 월지관이 따로 있을 정도다.
월지에서 건져낸 수 많은 그릇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 술 마시고 그릇 깨나 집어던져구나라고 생각한 건 나뿐인가. ㅋ

월지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온 뒤 역시나 좋지 않은 날씨였지만 물안개 핀 월지도 멋지더라.

다음에는 월지의 야경을 보러 오고 싶다. 달을 담고 있는 월지를 보고 싶다.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 054-772-4041 / 어른 입장료 1천원]

 

 

경주 전체가 박물관과 같은 곳이지만 유물들을 있던 자리 그대로 두기에는 너무 소중하다.

경주국립박물관은 너무나 소중한 신라의 유물들이 모여있다. 기본이 1천년을 넘는 것들이다.

좋았다. 역사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내게 유물은 미술관에서 보는 예술품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신라의 유물을 아름답다. 신라 사람들의 미적 감각은 상당했나보다.

[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76 / 054-740-7518 / 평일 09:00~18:00 / http://gyeongju.museum.go.kr ]

 

 

 

경주에는 거대한 신라의 능이 많다. 그런데 왜 하필 신라 태종무열왕릉에 들렀을까?

그건 이 능이 신라의 왕릉 중에 유일하게 누가 매장되어있는지 정확하게 비석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능 뒤로 4기의 능이 더 있다. 그것은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무열왕과 인천간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음... 능에서 감명을 받는 건 쉽지 않다. 타지마할과 지난 가을 갔던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릉 이외에는 없었다.

능 자체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 건 어렵지만 능에 묻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능이 더 흥미로워지는 건 사실이다.

[ 경상북도 경주시 서악동 842 / 054-772-4531 / 어름 5백원 ]

 

 

1박 2일의 경주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식사는 인기가 많아서 가게 안이 꽉 차 잇던 별채반 교동쌈밥점에서 먹었다.

오리불고기쌈밥(11,000원)은 메인 요리인 오리불고기보다 반찬들이 더 빛났다. 처음보는 반찬도 있고 계속 리필해서 먹을 만큼 맛있는 것도 많더라.
[ 경주시 첨성로 77 / 054-773-3322 / http://www.byulchaeban.com ]

 

경주를 여행하기에 1박 2일은 너무 짧다. 적어도 2박 3일, 넉넉히 4박 5일은 경주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해외여행을 생각할 게 아니라 조금 긴 경주여행을 계획해야겠다.

Posted by 어바웃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