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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국립대전현충원, 오늘도 누군가 차가운땅에 묻힌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기 위해서 따뜻한 호텔에서 나와 유성온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현충원역까지는 불과 2정거장이다. 하지만 현충원역에서 현충원까지는 걸어서 30분을 걸린다. 유성온천에서 버스를 탈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걸어갔다. 물론 지하철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보훈 모시미라는 작은 버스나 봉고차가 현충원과 현충원 역을 30분간격으로 오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갈때는 현충원역 2번출구에서 매시간 정각과 30분에 출발하고 돌아갈때는 내린 승강장에서 타면 된다. 묘역을 한바퀴 돌고 나서 16번 승강장에서 매시간 25분과 55분에 출발한다. 뭐... 걸어가게 되서 중간에 여래사라는 독특하고 예쁜 절에 들를 수 있기도 했다.

  


대전국립현충원은 서울에 있는 현충원에 더 이상 안장을 하기 힘들어져서 1979년 만들어졌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천마웅비상이라는 조각상이다. 죽은 이의 넋을 원동력으로 약진과 번영을 향해간하는 의미라고 한다.

 

 

http://www.dnc.go.kr/kr/
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 251
042-781-7114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개방. 연중무휴. 

 

 

많은 회색 비석들 아래 빛바래지 않은 너무나 원색적인 조화들이 인상적이다. 그 어느 주검도 놓치지 않고 모두 놓여있다. 현충원을 둘러싼 높은 산들과 묘지를 둘러싼 나무들, 평평한 땅에 일렬로 놓여있는 비석들로 안온함이 감돈다. 많은 죽음이 가득한 곳이지만 봉긋이 솟아오른 무덤이 없어서인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그 비석들 옆에 마련되어있는 호국장비전시장. 이러지 말자.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장이 이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 이건 정말 죽은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메세지를 주기 위함? 혹은 폐기하기 뭐해서 이곳에 늘어놓은 모양새처럼 보였다. 고려에게 고려를 위해 죽은 사람들은 중요하다. 조선에게도 마찬가지일테고. 대한민국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들은 살아있을 때 조국을 위해서 일했다. 그래서 국립현충원 묻혔다. 그러면 이제 편히 그들을 쉴 수 있게 해주면 되잖아. 이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애국을 강요한다거나하지 않아도. 뭐... 이건 지극히 내가 느낀 감정일 뿐이니 이걸도 또 시비 걸지 좀 마라. ㅠㅠ


 


호국분수탑의 안내표지판에는 정적인 국립묘지에 동적인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라고 한다. 대전현충원에는 청동조각상과 화강암 조각상들이 여럿 눈에 띈다. 늘어선 죽음의 한쪽 건강한 남녀 조각상들이 많은 것이다. 묘하다.


 

 

때 되면 알만한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티비에도 현충탑 앞의 현충문.

 

 

아무도 없는 텅빈 현충탑.

 

 

조각의 각 부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알 수가 없네.  

 

 

 

안내인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바깥쪽에서 살짝 들여다본 탑 아래. 무명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 같더라.

 

 

 

고요한 국립대전현충원. 저 비석들 너머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고요하던 공간을 그 소리가 가득채우고 만다.  

 

오래된 죽음들의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늘도 누군가가 이 차가운 땅에 묻히고 있었다. 상주와 상복을 입은 사람들, 그들과 함께온 문상객들이 줄을이었다. 언 땅 속으로 누군가 몸을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