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수창현성, 소소한 여행의 시작


수창현이 중국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항주행 비행기를 탔다. 힐링여행이라는 컨셉에 맞는 편안한 여행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한다는 항주에 가까워지면서 창 밖 시야는 뿌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어제 티비에서 본 뉴스가 떠올랐다. 황사와 스모그. 다행히 항주를 벗어나 쑤이창으로 향하면서 시야는 선명해져갔다. 두시간을 날아 오후 두시반 항주공항에 도착했다. 항주에 도착하니 시간은 한시간 느리게 가고 있었다. 느려진 시간만큼 여유가 생긴걸까. 힐링을 테마로 한 수창현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나오는데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작년에 환승을 하기 위해 들렸다가 붙잡혀 심문 받던 쿤밍공항과는 달랐다. 이미그레이션을 지나며 니하오라는 인사를 듣고 순간 당황했다. 아, 난 여행자로서 기본이 안되어 있었다. 미소와 현지어 몇마디조차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오만했다. 패키지여행이라고 그냥 여권만 달랑 챙겨왔다. 웃으며 니하오라고 말하는 거 어렵지 않은데.


항주공항에서  수창현까지는 260km 가 떨어져 있다.  고속도로가 잘 뚫려있지만 안전운전을 지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넉넉히 4시간 정도를 생각해야한다.



창밖 풍경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슷하다. 많은 산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한시간 느려진 시간과는 달리 계절은 한달정도 미리와 있다. 옅은 초록빛 봄이 창밖 가득해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그리 지루하지 않다. 노란꽃 흐드러지게 핀 나무는 산수유나무일까 생강나무일까. 문득 눈을 감았다떴는데 산이 사라졌다. 그 많던 산은 다 어디가고 길 양쪽으로 지평선이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수창에 가까워지며 산들이 보인다.



해는 졌지만 어둠은 내리지 않은 시간 수창현에 도착했다. 시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높은 건물들이 길가에 늘어선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수창현 시내는 굉장히 작다. 그래서 시내에는 택시가 다니지 않고 인력거만 다닌다. 택시는 장거리용으로만 이용된다.  하룻밤을 머물게 된 칼호텔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객실 곳곳에 한글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호텔이 짐이 두고 바로 호텔 앞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군무를 추고 있었다. 같은 춤을 추는 사람들의 한켠에는 같은 음악에 다른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보통 아침에 춤과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창현 광장에는 밤에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전형적인 중국음악들이 연이어 나오던 중 인도음악같은 노래가 나오자 군무의 규모가 광장을 덮을 정도가 되었다.꽤 인기있는 노래인가보다. 중국 사람이라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건 아니다. 베시시 쭈뼛거치며 흉내내다가 벤치에 앉아버리는 사람도 보인다. 광장의 한구석에서는 커다란 붓을 든 노인이 붓끝에 먹 대신 물을 묻혀서 곧 날아갈 글을 바닥에 적어나간다. 그는 뭘 적고 있는 걸까. 자신이 쓰는 글자처럼 모든 건 순식간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니까 안달복달하며 살 필요없다고 이야기 했을까.




 



 광장끝에 작은 억덕이 보였다. 언덕위로 초록과 붉음의 조명으로 빛나는 건물이 보여서 그쪽으로 향했다. 좁은 시내를 건너 언덕을 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건물이 있고 수창현 시내의 중심인 광장과 광장을 둘러싼 건물과 칸호텔이 보인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서둘러 내려와 호텔로 향했다. 중국에서의 첫 식사는 아직 전형적인 중국음식이었다. 처음먹어보는 음식이 많았다. 오리혀는... 얼마만에 조우하는  혀란 말인가. 졸깃했지만 또 먹을 것 같진 않다. 저녁을 먹고 룸메이트형이 발마사지 하러간다기에 따라갔다. 광장 바로 옆에 시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데 규모가 꽤 크다. 70분 발마사지 코스(68위안)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왜 피부를 문지르고만 있을까 룸메형과 불만을 주고받았는데 갈수록 강도가 강해진다. 불을 넣었다빼서 압력을 높인 죽통을 발바닥에 붙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마사지는 몇달 전에 미얀마 할머니가 발로 꾹꾹 밟아준 마사지였지만 처음받는 중국 마사지도 나쁘지 않았다. 마사지샵에서 나오니 한시간전까지만해도 없던 작은 야시장이 섰다. 신장에서 왔다는 양꼬치구이 사내는 양꼬치를 정말 맛있게 잘 구어주었다(1개 2위안). 대학로 양꼬치집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부드럽고 맛있다.


  

  


 


방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이미 아침이다. 짧은 여행을 가면 몸이 부지런해진다. 대충 씻고 아침시장이 열린다는 광장 옆으로 향했다. 막 가게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빨간 고기는 도마위에서 썰리고 두부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바쁘게 좌판이 깔리는 와중에도 몇년 혹은 십년이상 함께해온 이웃상인들과 깔깔거리며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아직도 한가득인 듯 하다. 채소, 고기, 어류 등이 모두 제각기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모여있었다. 물건들은 높은 선반 위에 올려져 있고 바닥도 깔끔해서 놀랐다. 우리 동네 시장보다 깨끗하다. 많은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었지만 카메라 들이대기가 민망해 멀리서 줌으로만 몇장 찍었다. 광장은 지난 밤의 번잡함은 온데간데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흰색 트레이닝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기웃거렸더니 배가 고파진다. 사람들이 엔틱한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국수를 먹고 싶었지만 호텔 조식뷔페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호텔로 향했다. 맛있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본격적인 수창현 여행을 위해 천불산으로 떠난다.

 


 



 




 

  

 


칸호텔 18층에 커피샵이 있어서 광장을 비롯한 수창현을 내려다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