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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수창현 천불산, 푸른 산을 입은 미륵불



 천불산은 4A급 관광지역으로 수창현성에서 30km 떨어져있다. 중국의 관광지는 1A에서 5A까지 구분되어있는데 5A로 갈수록 관광지로써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활엽수림과 계곡들로 이루어진 왕복 2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가 매력적이다. 300미터의 높이에 녹색의 활엽수들을 가사처럼 입고 있는 미륵불이 천불산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천불산이라는 이름도 1800년대말 미륵(천존)을 닮은 바위 때문에 지어졌다고 한다. 물론 보이는 것처럼 과거에 있던 '미륵을 닮은 바위'는 이제 자연 그대로가 아니다. 2006년 이후 이곳이 개발되면서 좀 더 다듬어졌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였을 때 모습이 궁금하다. 그 모습 그대로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천불산이라는 이름은 100년전에 붙여졌지만 이 산은 1000년 전부터 미륵을 닮은 바위 때문에 승려들에게 수행을 쌓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 미륵불 아래 있는 미래사에 천년 전에도 한 승려가 무릅과 이마를 땅에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는 수창현에 있는 천불산보다 유명한 같은 이름의 천불산에 제남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남 화순에 천불산이 있다. 이 곳에는 운주사가 있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 천불이라는 단어는 친숙한 단어인 것 같다.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천개의 불상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만불산, 억불산도 있겠네라고 장난처럼 생각했는데...진짜 있다. 수창의 천불산은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여름가을겨울에 각각 꽃, 물, 클라이밍, 눈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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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를 보면 뭔가 잔뜩 있지만 그냥 소소한 계곡길로 별거 아닌 것에 전부 이름이 붙어있을 뿐이다.


 천불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폭포와 그 위에 있는 수영장이다. 환영폭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눈에 띄는 것들마다 새빨간 안내문이 붙어있는데 사실 그 내용이 애써 의미를 부여한 듯한 글들이 나열되어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폭포 위의 수영장은 투명하지만 차가운 계곡물이 수영장으로 흘러들어온다. 마실 수 있는 1등급 수질 판정을 받고 다양한 미네랄과 건강과 미용에 좋은 요소가 들어있는 물이라고하니 불소 가득한 수영장물과 비교 할 수 없다. 여름이었다면 천불산을 올라갔다내려오는 뛰어들만한 곳이다. 


 


 그 위로 산과 나무를 그대로 비춰내는 작은 에멜라드빛 호수가 있다. 그래서 이름도 거울호수다. 그 안에는 배불리 먹어 포동포동한 잉어들과 배터져죽을 때까지 깨끗한 물을 마셔보겠다는 나무가 있다. 결국 녀석은 배터져죽었는지 기둥만 앙상하다. 천불산을 오르는 내내 푸른 나무들 사이 계곡을 따라 걷기 때문에 눈과 귀가 시원하다. 게다가 사람이 없다. 우리 일행을 빼면 눈에 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좁게 난 산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천불산은 정상에 올라 경치를 보기 위해서 오르는 산이 아니다. 애초에 미래사까지만 오르기 때문에 정상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부처의 머리 위에 서면 세상이 더 잘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부처의 미소를 볼 수 없겠지. 사실 정상에서 경치를 보아야할 필요성도 없다. 9할을 차지하는 과정이 1할의 결과보다 중요하다. 과정이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무엇을 얻고자 여행을 떠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나 만화처럼 사람은 쉽게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우리는 석가모니가 아니니까.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산행은 졸졸 흐르는 물과 곳곳에 보이는 익살맞은 불상들 덕에 즐겁다. 그저 조금 더 천천히 그 과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오르고 나면 내려올 일만 남은 거니까.


 

 


오르길에 보이는 불상들의 인기는 불상에 놓인 동전으로 짐작 할 수 있다. 최고의 인기상은 익살스러운 얼굴로 시주 그릇을 들어올리고 있는 달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조각상이 맘에 들었는지 가장 많은 동전이 놓여있다. 어쩌면... 많은 동전이 놓여진 후에 조각의 표정이 저리 변해가는 걸까?! 순전히 자연 그대로만이라면 걷는 길의 재미가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쁜 길과 동굴과 같은 구조물들이 인공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걷는 재미를 준다. 


 

 


이건 NG처럼 느껴졌다. 물론 불교문화권 어딜가나 기존의 바위를 파내어 불상을 만드는 예는 많다. 근데 작은 바위들에 이렇게 조각해 넣는 것은 왠지 천불산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조각들은 현재도 진행형으로 많은 바위들에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끼가 덮히고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면 이 생경함은 사라질까... 


산을 오르는 길이 계곡길이어서 산 밖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온전히 천불산 안에 안긴 기분이다. 부처님 손바닥이네라는 생각을 할 무렵 정말 손바닥 의지가 똭! 부처님 손바닥이냐... 화장실도 잘 되었고 짧은 산책로같은 길에도 나름 편의시절들이 갖추어져있다.


 

 


쉬엄쉬엄 오르다 차 한잔 마셔도 좋다. 득복루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 한쪽에는 4소년상이 있다. 봄에 쟁기질로 땅을 갈고 여름에 작물을 기르고 가을에 추수해서 겨울에 저장하는 동자승들이다.4소년상 앞에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 아무것도 하지않으면서 가능한 일은 없다는 글귀가 쓰여있다. 흠... 내가 알고 있는 불교의 교리와는 사뭇 느낌이다. 불교도 워낙 교파가 많으니까 그렇겠지? 천불산을 오르며 내가 본 몇 개의 글귀들은 마치 자기계발서에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불편하기도 했다. 달성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것은 채찍질을 해서 더 열심히 살게도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 지 잃어버리게 되기도 하잖아. 



거대한 관문과 같은 건물이 '둥'하고 나타났다. 미래사라 불리는 절이다. 천불산 산행에서 가장 마지막에 들르고 돌아가게 되는 지점이다. 계곡을 따라 난 작은 길을 제외하고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오가는 사람이 없다면 온종일 적막하기만 할 것 같은 은신처다.  



 마침 한 승려가 절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다. 앞에 놓인 재단에는 향만 있을 뿐이다. 부처가 없다. 승려의 시선 또한 이상하다.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이때까지도 난 눈치채고 있지 못했다.



저 높은 곳에서 석가가 우리를 내려다 보며 웃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생각치도 않고 있다가 마주한 거대한 그의 얼굴에 '아'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푸른 숲을 마치 푸른 가사처럼 입고 있는 그가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드래곤볼의 부우가 떠오른 건 불경한 건가? ㅎ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천불산주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숙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유유자적 쉴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은근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서 몸이 더 피곤해지기도 하니까 이렇게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쉴 수 밖에 없는 장소가 진짜 필요할 때가 있다. 여행도 너무 열심히(!)하려고 하니까 피곤한 거 같다. 여행까지 굳이 열심할 필요는 없다.



점심식사는 정말 화려(?)하다. 모두 수창현에서 난 유기농 채소와 버섯등으로 만들어진 음식들로 이루어졌다. 건강식으로 최고의 식단이다. 채소로 만들었음에도 조금 기름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여행에서 이 정도면 담백할 정도 아닐까? 두부 빼고는 전부 맛있었다. 중국 두부음식의 강한 맛은 모든 잘 먹는 내게도 조금 버거웠다. 바나나튀김도 으깨서 만든 것이어서 동남아 길거리에서 먹는 것과는 달리 부드럽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