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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울릉도 나리분지, 분화구 속에 사는 사람들


울릉도 나리분지는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화산의 분화구다. 단지 물이 고이지 않고 천지도 물 빠지면 평평한지는 모르겠지만 평평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이기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되었다. 전 세계의 유일한 분화구 속 마을 인 것이다. 나리분지 사람들은 '나 분화구 속에 살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나리분지로 이사와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0.0 그 문장만 들으면 판타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릴만한데 그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아보인다. 화산재와 돌로 이루어진 땅은 논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서 밭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3미터이상 눈이 내려서 겨울에 바깥외출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고 한다. 과거 우데기집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여행자들을 위한 전시를 위한 너와집투막집이 있을 뿐이다. 나리분지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 전망대가 있어 그곳에 오르면 나름 이곳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2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지역이지만 나리마을과 알봉마을로 나뉘어져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나리분지를 둘러싼 외륜산 알봉, 성인봉을 볼 수 있다.  



나리분지에서 늦은 점심으로 산채 비빔밥(바로가기)을 먹었다. 울릉도의 맛있는 나물들이 잔뜩 들어있는 맛있는 점심이었다. 나리분지에는 식당이 몇 곳 있어서 이곳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너와집을 보고 보고 나면 성인봉으로 트래킹을 떠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있는 곳은 아니다. 점심을 먹은 곳에 섬말나리 동산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꽃의 개화시기가 6,7월이어서 활짝 핀 섬말나리는 볼 수 없었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에서만 자란다...고 되어있는 자료가 많은데 찾아보니 강원도, 함경도, 만주, 일본 등지에서도 자란다. 울릉도 섬말나리가 따로 있던가 이것을 다른 지역으로 가지고 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희귀종이라고 하니 울릉도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라 하겠다.



 

나리분지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찾는 곳이 너와집투막집이다. 나리분지에 있는 식당들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먼저 밥을 먹고 슬슬 걸어와 구경해도 된다. 너와집은 너와를 지붕에 올린 집인데 울릉도 뿐 아니라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너와는 적송이나 전나무를 잘라서 이용한다. 너와는 가볍기 때문에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돌을 올려놓는다. 너와는 10년에서 20년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식된 것을 바꿔주는 작업을 종종 해주어야한다. 이 너와집은 고려시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데 이러한 형태는 울릉도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울릉도는 벼농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짚으로 지붕을 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지방에서도 산간에 작은 밭을 일구는 화전민들의 집이 너와집이었다고 한다. 알고보면 이 너와집도 결국 울릉도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다.




너와집의 독특한 외관에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앞으로 긴 처마 덕에 복도가 나 있다. 눈이 많이 와서 밖에 나갈 수 없다면 이곳이 최고의 활동구간이 되겠지. 내부는 전시공간인만큼 단촐하다. 멋지지 않다. 화장실은 외부에 있는데 삼각형의 모양으로 우대기로 간소하게 만들어진 개방형이다. 1940년대에 만들어진 집으로 당시의 가옥형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너와집 맞은편에 울릉도 투막집이 있다.. 지붕의 처마끝을 따라서 우대기를 둘러친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 보면 초가집의 확대판 같은 모습이다. 바람에 지붕이 날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돌 대신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였다. 우대기는 폭설로 인해 이동이 제한될 때는 대비한 이동로다. 너와집은 나무를 이용했는데 투막집은 옥수수대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아궁이와 온돌을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기와집, 초가집과 비슷한 모습인데 울릉도에 맞춰서 변형된 모습을 띄는 것이다.



 


겨울의 나리분지는 눈이 가득하고 주변의 경사로를 이용한 눈썰매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가기 힘들고 울릉도 현지여행사를 통해야하는데 이런 체험이 가능한 투어사는 이번 여행의 도움을 받은 울릉도 매니아(바로가기)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몇년 후 겨울에 다시 찾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