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당신의 자살에 건배를 

 

 그들은 왜 자살하기 위해 모였나?

 

 당신의 자살에 건배를...이라니. 건배는 대개 축하의 의미로 기쁨의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건배를 나누자고. 그런데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당신 자살 할거야?" "응" "오~ 축하해 우리 다 함께 건배나 하자고" "그래 좋아~"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 걸까? 자살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인가? 

 포스터를 보면 흑백 포스터에 붉은색만이 사용되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결코 그들의 모습이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외진 극장을 들어서 매표소에서 '***이벤트요'라고 말하니 티켓 두장을 내어준다. '프로그램은 2천원인데 드릴까요?' '네 주세요.' '몇 개 드릴까요' 'ㅎ 한 장이요.' 초대권으로 공연을 보는 사람의 의무로 프로그램을 샀다. 몇 개요?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졌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지금껏 본 유료 프로그램 중 가장 졸속이었다.  심지어 속지에는 이물질까지... 바닥에서 뒹군듯... 이렇게 처음 연극을 볼 때는 인상이 안 좋았다. 극장도 대학로 구석에 있고...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공연은 매우 좋았다. 어떤 분이 리뷰에서 진행이 서투르다고 말했는데 사실 나는 공연 전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 시키고 유창하게 핸드폰을 끄고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사람이 불편하다. 연극의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것이지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종이에 쓴 것을 읽으며 엄... 하는 모습이 담백하고 좋았다.

 연극의 초반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몰입이 조금 힘들기는 했다. 가벼운 현실을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연극까지 이렇게 무거워야 할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장기자랑식으로 만들어 놓은 변변치 않은 공연들에 실증이 난 상황에서 본 연극이라서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6잔의 컵이 6명의 등장인물을 나타낸다. (음... 옆에 잘린 컵은.... 흠.... 왜 포스터 이 따위로 만들었어! ㅋ 7명 이었나??? 헷갈린다.) 우리는 종종 자살카페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왜 굳이 함께 모여서 자살하는 것일까? 연극에서는 혼자 죽을 용기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실제 자살이 이루어지는 횟수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자살 시도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적다. 하지만 한 번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은 다시 자살 시도를 할 확률이 현저히 높다. 그리고 자살을 이루기 위해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충동적인 자살이 아닌.

 

 자살은 개인의 선택에 불과한 것일까? 짜장면과 짬뽕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선택의 문제일까? 자살이 온전히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만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다수의 자살은 사회로부터의 압력에서 시작한다. 행복을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불행을 피하려고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극의 현재는 자살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를 말하는 장면이다. 2달전, 1주전, 2주전, 1달전... 그들을 목매달게 한 시간들을 보여준다. 그 후 연극은 서로의 자살을 위해 건배를 하는 것으로 극이 끝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치 반전이라는 듯 한 청년이 잠에서 깨어난다. 지난 이야기가 모두 그 청년의 꿈이라는 듯 흰 마스크를 쓰고 약을 마시던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뒷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무수한 암전이 일어난다. 조금 불편했다. 누구의 바람이었을까?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그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는 흰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그건 그들이 이야기가 특정한 인물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누구나 그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누가 언제 그 흰 마스크를 쓰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극 안에서도 제시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굉장히 높다. 아마 그 원인을 파헤친 수 많은 연구가 있을 것이다. 그건 모르겠고, 극에서 말하는 해결책은 '관심'이다. 그들에게 관심을 주라고 말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내용도 괜찮았다. 무대디자인이 너무 많이 보아왔던 모습이어서 진부하다는 것, 조금 허접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자막... 왼쪽 자리에 앉았는데 첫 번째 자막이 아마 '2달 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자리에서는 '2달'만 보였다. 그래서 처음에 좀 헤맸다. 나중에야 아마 '전'자가 빠졌겠구나 알게되었다. 극이 끝난 후 몇 줄의 자막도 내 자리에서는 온전히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나 이 사람 여기서 강력히 주장합니다~~~ 라고 연설을 하고 싶은 게 아니지 않은가? 극 중에서 보여주었으면 되었지 굳이 그렇게 또 말해야 했을까? 아마 그래서 그들의 건배 뒤에 잠에서 깨어난 젊은이를 넣었겠지만... 뒷 부분에서 너무 설명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도 말했듯이 좋.았.다. 추천해주고 마음  80%다.

 

 


당신의 자살에 건배를

장소
연진아트홀 (구 챔프 예술극장)
기간
2010.08.19(목) ~ 2010.09.19(일)
가격
일반석 14,000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어바웃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