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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샤허의 티벳승려, 21세기 중국에서 살아가는 라마승들의 이야기

 

 새빨간 도포를 휘날리며 티벳 사원을 거닐고 있는 티벳승려(라마승)들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그들의 겉모습과 함께 수행방법 또한 여행자들에게는 인상적이다. 불교가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티벳 불교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티벳 인구가 600만명인데 이 중 승려가 5만명 정도 된다. 10명 중 한명은 승려이며 신정정치 국가인 티벳에서 승려들의 위치는 상당하다. 물론 최근에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티벳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종교가 우선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데다 중국의 티벳에 대한 자유롭지 못한 출입 등으로 외부인들에게는 신비로워져 버린 경향도 있다. 이제 티벳자치구에는 티벳 사람보다 많은 800만명의 한족들이 살고 있다. 티벳은 점점 중국화될 것이고 완전한 중국이 되었을 때부터는 티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때는 티벳 사원과 승려들은 민속촌의 한 부분 같은 모습에 불과해질 지도 모르겠다.
 

 

 7세기 초부터 존재했던 티베트 왕국 토번(보에)는 강력한 군사국가로 당나라에게 서역 지배권을 빼앗을 정도로 막강했다. 이에 당태종은 토번의 송첸감포왕에서 문성공주를 시집보내며 화친했다. 이때 문성공주는 당나라의 앞선 문물을 많이 가져갔는데 인도불교와 중국불교 또한 그 하나였다. 그때까지 티베트에는 밀교라는 토속신앙을 믿고 있었다. 불교와 이 밀교가 융합하여 티벳 불교가 되었다. 티벳 불교의 확장은 급속도로 이루어졌고 13세기에는 원나라의 국교가 되기도 했다. 15세기에 총카파에 의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의 티벳 불교가 정립되었다. 이 때 총카파의 제자 중 하나가 첫번째 달라이라마가 되었다. 달라이라마를 수장으로 하는 종파가 계룩파(황모파)로 라브랑스 역시 계룩파 사원이다. 
 

 

티벳과 라마승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샤허에 간다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다. 고립된 3000미터 산 속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단지 직업이 승려일 뿐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지배하에서 티벳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다. 승려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지도 모른다. 샤허에 머무는 동안 이부터 나이 든 승려까지 천명이 넘는 라브랑스의 승려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거리에서 보는 그 나이대의 평범한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붉은 승복만 벗는다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젊고 어린 승려들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줄 모른다. 뒷짐을 지고 가는 노승의 손에는 염주가 들려있지만 어린 승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골목마다 보여서 축구를 하고 낄낄거리며 대화를 나눈다. 승복에 어울리는 검은 신발보다는 나이키, 아디다스 의 신발을 신은 승려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사원 주변의 조금 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그곳에서 차와 음식을 먹는 승려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수행을 한다. 하지만 그 수행은 마치 노동행위처럼 신도들에게 대가를 받는다. 티벳에서 태어났기에 삶과 수행에 대한 큰 결심으로 라마승이 되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승려가 된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원을 도는 순례객들은 오체투지와 긴 순례여행으로 더러워진 옷과 후질그레한 모습을 띄고 있는 반면 라마승들은 마치 갓 세탁소에서 받아온 듯한 깨끗한 옷을 입고 있다.

 

▼ 라브랑스 이곳저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국인들을 구경하는 승려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담 넘어 운동장처럼 넓은 곳에 많은 승려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있었다. 행사나 의례에서 추는 춤인 듯 느리고 독특한 춤사위였다.




 

왠지 티벳승려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쓴 거 같은데 그들에게 뭔가 환상을 가졌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음을 말할 뿐이다.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지난 12월에는 샤허의 승려 출트림 자초가 티벳 독립을 요구하며 125번째 분신을 했다. 1950년 중국이 티벳을 침공한 후 60년이 지났기에 왠만한 승려들은 티벳이 자주국으로 존재할 때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티벳에서 살아온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받아야하는 불이익은 물론 종교적으로도 자유롭기 힘들다. 게다가 인구의 1/6인 100만명의 티벳인들이 학살되었다. 거의 모든 티벳인들은 중국에 의해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죽은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티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100명 이상이 분신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난징대학살로 일제의 만행을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행한 일, 행하고 있는 일은 아웃 오브 안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