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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고요한 샤허, 리틀 티벳은 화려하고 조용하고 뜨겁다.

 

동티벳 여행의 시작은 샤허에서부터였다. 열흘이 넘는 중국여행 동안 이토록 파랗고 깨끗한 하늘을 본 일이 없었다. 왜 중국인들도 티벳 여행을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샤허는 8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크지 않은 마을이다. 80%의 사람들이 티벳인이고 한족과 후이족이 함께 살고 있는데 거주지역이 구분되어있다. 이러한 거주 비율로 따지자면 티벳자치구보다 더 티벳같은 곳이 샤허다. 지금 티벳자치구에는 티벳 사람보다 한족이 더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샤허는 리틀 티베트로 불리고 있다. 이 곳이 티벳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라브랑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사원 때문에 수 많은 순례객들이 모여들었고 마을이 만들어졌다. 샤허(夏河)는 여름강이라는 꽤 낭만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해발 3천미터에 위치해 있어 일부 여행자들은 가벼운 고산병 증세를 겪기도 한다. 인도의 맥로드간지는 1800미터 밖에 되지 않았는데 며칠을 끙끙대로 앓아누웠었는데 샤허에서는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여행 초반처럼 계속 무리한 여행을 했다면 이곳에서도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고산증에는 컨디션이 중요한 것 같다. 샤허는 나처럼 티벳자치구에 들어가지 않는, 못하는 여행자들에게 티벳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티베트자치구처럼 허가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여야 하는 건 더 더욱 아니다.

 

 

오체투지를 하며 사원을 도는 사람들, 사원을 향해 제자리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아침부터 밤까지 끝없이 사원과 탑을 돌고, 마니차를 도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최대한 낮춘다는 의미도 있지만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것이 하나의 수행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불교 이전의 티벳 종교 밀교에서 스스로 신체에 고통을 가하며 수행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고 고대 인도의 예법인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

 

 

현실이 충분히 행복하다면 이런 순례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행복해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례의 길은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오체투지를 해도 결국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그들을 성장하게 하는 걸까?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걸까? 잊어야할 현실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하나의 여행 방식일 뿐일까? 삶의 시간을 이겨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 삶을 마지막으로 다음생이 없다면? 정말 최고의 경지인 해탈에 이르러 다음 생이 없애고자 이렇게 열심히 오체투지를 할 수 있을까? 소멸을 위한 고행은 조금 슬프다. 승려가 아닌 일반 티베트 사람들은 현생의 행복을 빌면서 기도하지 않을까?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 나은 삶을 달라고.. 




티베트 사원은 화려하다. 사원과 라마승들이 그렇고 순례자들의 어두운 의상에도 화려한 장식들이 하나, 둘 정도 있다. 묵묵히 마니차를 돌리며 코라길을 걷는 사람들로 적지 않은 순례자들이 있지만 샤허는 고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까지 고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마다 간절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뜨겁다.   



 

마니차는 불경을 새겨 넣고 돌릴 수 있게 만든 둥근 통으로 마니차를 한번 돌리는 것은 불경을 한번 읽은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 당연히 이것은 이 생에서 공적을 쌓는 일이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불경을 읽는데 오랜시간이 걸리므로 많은 이들을 불교에 귀의시키기 위해(?) 손쉽게(?) 복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 물론 스님들이 돌리고 있는 걸 보면 처음에는 앞의 이유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이유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샤허에는 티베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후이족과 한족도 살고 있다. 라브랑스 사원 앞으로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묘하다. 무슬림 사원은 어디있는지, 있기는 한지 보이지 않는다.








 

라브랑스 사원과 숙소,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 곳이 완전히 분리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이 많기에 그 곳들은 평범한 티베트 사람들인 한끼의 식사를 하기에는 비싼 편이다. 코라길 옆으로 티베트 언어로 쓰여진 간판을 단 허름한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메뉴판 같은 것은 없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도 없다. 내가 정확히 아는 것은 '모모'뿐이다. 그러니 모모를 시킬 수 밖에. 가격은 모모 하나에 단돈 1위엔이다. 여행자들의 레스토랑에서는 한개에 3~4위엔을 받는데 굉장히 저렴하다. 근데 한입 배어물고 나니 저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근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고기가 가득찬 모모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던 거다.

 

 

여행자들이 가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모모, 티베트 버터차, 플레인 요거트, 모모탕. 버터차를 빼고 다 맛있다. 샤허를 떠나기 전날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꽤 쌀쌀했다. 비를 조금 맞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뜨거운 무언가를 마시고 싶어서 시킨것이 버터차였다. 맥주잔에 가득나왔다. 한입 마시고는 컵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엄청 느끼하다. 티베트 사람들이 즐겨먹는 거라고 해서 나도 잘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지난 인도여행 먹은 티벳음식과 이번 티베트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이 모두 맛있었기 때문이다. 오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