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우한 허베이성 박물관, 무덤에서 쏟아져나온 인상적인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


 허베이성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허베이성에서 운영하는 성급 박물관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기도 박물관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인만큼 소장 유물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도박물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장 유물이 15만 점이나 된다. 국립박물관을 돌아다닐 때의 그 아득함을 허베이성 박물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후베이성 박물관에는 전국시대에 후베이성 일대를 다스렸던 증국의 지도자 증후을(bc 477~ 433)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모아 놓은 특별실이 있다. 그의 무덤에서 굉장히 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인상적인 것들이 많다.

 

홈페이지 http://www.hebeimuseum.org/

입장료 : 15위엔

특별전시회 : 30위엔

운영시간 : 오전 9시 ~ 17시 (마지막 입장 16시)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내게 오래된 유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예술품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더 크게 한 것 같다. 그건 내가 역사를 너무 모르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역사성보다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더 혹하게 된다. 허베이성 박물관에 있는 작은 그릇(종지)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중국 그릇에 대한 편견까지 깨뜨렸다. 청나라 말, 즉 100년이 넘은 이 그릇들은 지금 당장 그릇 가게에 놓여도 좋을만한 것들이다.



땅에 묻힌 마차와 말의 뼈들을 그대로 복원해 두었다. 전부터 느낀거지만 중국의 박물관들은 엄청난 규모와 함께 전시를 참 잘 해두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인구가 많아서 뛰어난 큐레이터도 많은 것일까? 유물이 많다보니 이리저리 해보다보니 스킬이 늘어나는 것일까?



화살촉 수천개가 발굴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전시하는 것과 그것을 구경하는 것은 고루한 일이기에 깨끗한 것 몇 개만 유리관 안에 넣어 놓을 것이다. 물론 그 화살촉을 유심히 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화살촉들을 실에 메어두니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유물이 아닌 미술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저 감탄할 뿐이다.




허베이성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장인 증후을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증후을의 무덤에서는 무려 15000개의 유물이 나왔다. 



 1978년 한 건설현장에서 증후을의 고분이 발견되었다. 고분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자 커다란 관이 발견 되었는데 아래 보이는 것이 바로 그 관이다. 관 안에도 작은 내관이 들어있어서 밖에 있는 이 관은 외관으로 불린다. 관은 투조, 부조, 입체조각 등 다양한 기법이 이용되고 붓을 이용해 강렬한 색을 칠하였다. 구름, 삼각형, 용무늬 등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무게는 7.5톤에 이르러서 대형 칠기 중에 최고 수준이다. 관 아래에 문구멍이 뚫려있는데 죽은 이(증후을)의 영혼이 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관 안에는 또다른 관이 나왔다. 내관이다. 그것이 바로 아래 것. 기묘한 인물들을 그려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외계인이라도 그려놓은 것일까? 무려 2500년 전에 죽은 이의 무덤이라고 하니 뭔가 기이한 것이 그림들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예수보다 오래 전에 산 사람의 관이라니.



무겁지 않고 꽤 실용적으로 보이는 갑옷과 쓸데없이 무거워 보이는 옷함. 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유물이 없다. 아... 증후을.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가 다스린 나라의 예술은 어땠을까? 특별한 날에는 어떤 의례, 퍼포먼스를 행했을까? 궁금하다. 이 유물들을 보고 있자면 그 의례는 정말 전위적이고 멋졌을 것만 같다.



이것이 증후을 무덤 유적 중 하이라이트 이자 허베이성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증후을 편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악기라고 하는데 아마 고대에 그랬을 것 같다. 파이프 오르간의 크기는 어마어마 하니까. 125개의 악기가 합쳐 있고 2.65미터의 높이, 7.5미터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무게는 5톤에 이른다. 고대 악기들의 총 집합으로 역사적 의의가 굉장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는 64개의 유물 중 하나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허베이성 박물관 옆에는 허베이성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도 허베이성에서 운영해서인지 규모가 엄청나다. 입장료는 무료!! 하지만 전시물들은 참 알차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20세기 허베이성의 예술을 주제로 수 많은 그림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비록 다리는 아팠지만 그 종류와 양이 방대해서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