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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대청호오백리길] 백구와 함께 걷는 호반낭만길



 이른 아침부터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을 반대로 걸었다. 오리골에서 신상교, 제방길, 엉고개, 신선바위, 금성마을 삼거리, 고용골, 상촌, 원주산, 연꽃마을을 지나 황새바위까지 부지런히도 걸었다. 황새바위에 넓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벌러덩 누워서 쉬고 있는데 뭔가 부지런히 뛰어나는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좀 떨어진 곳에 하얀 진돗개가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꽤 큰 개였는데 밧줄도 메고 있지 않았다. 다행인 건 옆에 주인인 듯한 아저씨가 함께 걷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 걱정 안하고 나도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황새바위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샘골농장식당이 나온다. 아저씨와 백구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나는 계속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걸었다. 그런데 오늘의 운동량이 부족했던지 백구가 혼자 가게 마당에서 나오더니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더니...





 껑충껑충 뛰어서 쫓아온다. 꽤 큰 개임에도 주인이 묶어놓지 않아서 순한 개일꺼라고 생각했지만 큰 개가 전력질주로 뛰어오면 움찔하게 된다. 이 녀석은 마치 자기가 나를 쫓아오는 게 아니라는 듯 전력질주로 나를 지나쳐간다. ㅋ 그러더니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뒤로 쳐지고 다시 앞으로 가고를 반복하면서 함께 걷는다. 그렇게 호반낭만길의 일행이 생겼다.





황새바위에서 대청호 자연생태관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어느 대청호오백리길과 마찬가지로 참 멋지다. 특히 이 길은 낙엽이 소복히 쌓여 있어서 꽤나 분위기 있는 길이었다. 앞서 가다가 백구가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다가 갑자기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난다. 또 녀석이 전력질주를 해서 달려온다. 괜히 또 움찔한다. 이 자식 나를 놀리는 건가...





 갑자기 백구가 호수 주변 수풀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는 살금살금 걷는다. 함께 걷는 듯 해도 이 개님은 혼자 길을 온 몸으로 만끽하면서 가고 있었기에 또 혼자 연기하나보다 싶었는데 부드득하며 커다란 꿩이 날아간다. 깜짝 놀랐다. 백구는 이걸 또 잡아보겠다고... 첨벙! ㅋㅋㅋ 이 개님은 새를 잡아 본 적이 있을까? 빵 터졌다. 조증 걸린 백구와 함께 걸으니 걷는 길이 굉장히 즐겁다. 순간 백구가 새를 잡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는데... 섬뜩해져왔다. 시뻘건 피를 하얀 털에 묻히고 새를 물고 있을 백구... 





 따뜻한 햇살을 즐길 줄 아는 우리 백구.





 야...... -_-





 우리의 조증 백구는 호반낭만길을 온 몸으로 즐길 줄 아는 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냄새 맡고 살피 것으로는 부족하여 몸을 뒹굴기 시작한다. ㅋ






 대청호오백리길 중에는 등산을 해야하는 길도 있지만 이 길처럼 평지처럼 길이 이어져서 개들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이 꽤 있다. 요즘 여행도 반려견들과 많이 가는데 반려견을 데리고 대청호오백리길을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짧은 구간을 선택하고 변을 치울 봉지 같은 것을 잘 챙겨야겠지.





 열심히 뒹굴고 나니 흰 털 여기저기 얼룩이 가득해졌다. 하지만 우리 개님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저 우수에 젖은 눈빛을 보라. ㅋㅋ 나아갈 길에 펼쳐질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호반낭만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꽤나 분위기 있는 길이어서 혼자 조용히 걸어도 즐거웠을 거 같은데 느닷없이 나타난 동행 덕분에 재밌는 길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같이 걷던 백구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가방을 메고 있었기에 대청호오백리길을 걷는 많은 여행자들이 이 귀여운 조증 백구에서 맛있는 것을 꺼내주었을 것 같다. 이 녀석도 은근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 가방에는 카메라와 렌즈, 자켓 뿐이었으므로 왠지 죄책감을 갖게 된다. 녀석과 헤어지고 200미터 정도 더 걸으니 오리 우리와 개 2마리가 나타난다. 아마 다른 개들의 영역임을 알고 더 이상 오지 않았나보다. 다음에 샘골농장식당에 가서 붕어찜을 먹어야겠다. 물론 백구에게 줄 뭔가를 가방에 넣어가야겠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