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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대전 원도심 철도문화유산 찾아가는 길




 대전 원도심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걸어갈 수 있는 범위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대전역으로 향할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전 원도심 여행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여행도 대전역에 예정보다 한시간 반 가량 일찍 도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년전 대전 원도심 곳곳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다니고 포스팅(링크)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지난해말 반갑게도 이 근대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대전 원도심 도보여행 지도가 배포되었습니다. 3개의 코스를 설명과 함께 지도, 사진을 곁들여 잘 정리해두어서 누구나 쉽게 도보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코스는 근대건축물 투어, 철도문화유산 투어, 역사현장 투어로 이루어져있는데요. 그 중 철도문화유산 투어대전역에서 출발해서 약 1.5km의 구간으로 시간도 대략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대전역에 일정보다 일찍 도착하거나 기차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아있다면 가볍게 산책을 할 수 있어 정말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대전역 대합실 가득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께 바로 앞에 잠깐만 나가면 철도문화유산 투어를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한시간만에 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서둘러 나왔더니 생각보다 일찍 대전역에 도착하게 되었죠. 그래서 대전역 내에 있는 관광 인포메이션에 가서 대전 원도심 도보여행 지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광장이 아닌 뒷쪽 주차장 쪽으로 나가서 철도문화유산을 만나러 떠났습니다.







대전역의 역사는 110년이 넘는다고 해요. 국토의 중심에 있다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래서인지 지금 대전역사를 확장 신축하고 있더라구요.



▼ 광장 쪽에서 바라 본 공사 중인 대전역




대전역을 나오자마자 바로 앞 주차장에 둘러쌓인 목조건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구철도청대전지역사무소 보급창고3호인데요. 등록문화재 제 16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름에서 이미 이 건물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죠. 근대 목조 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소중하다고 해요. 이 건물은 대전역의 높은 쌍둥이 빌딩 옆에 있어서 더욱 더 독특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수년 전 처음 대전역에 왔을 때 보고 난 후 종종 보는데 정말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수십년 후에도 이 자리에 이 모습 그대로 있을 것 같아요.







약도를 따라가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대전전통나래관이 바로 보이는데요. 그리로 향하지 않고 약도를 따라서 우선 철도관사촌으로 향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대전역은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대전역 지근거리에 관사촌이 지어졌죠. 하지만 전쟁과 도시화를 거치면서 관사촌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갔고 지금은 40채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관사촌으로 들어서는 좁은 골목길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여행자를 반겨주네요.







철도관사촌은 사라져가는 낡은 마을이 아닌 생기 넘치는 공동체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어요. 골목에서 마주한 벽화도 그렇지만 예술인들의 공간이 된 소제관사 42호가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소제동 시울길 예술문화잔치라고 소제창작촌 레지던시 5기 입주작가 아카이브프로젝트 전시를 했더라구요. 미리 알았다면 지난 달에 대전 올 때 들렸을텐데 놓쳐서 아쉽네요. 

 





철도관사촌 바로 옆에 깔끔한 건설이 하나 서 있는데요. 대전전통나래관입니다. 상설전시관과 기회전시관을 비롯해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입장료가 없고 옥상도 개방되어있어서 옥상에 올라 주변 경치를 볼 수도 있습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대전의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한 분야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고 제자를 키우고 남은 생도 오로지 한 분야에 올인한다는 게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에 대전전통나래관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문 곳은 기획전시실이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온 곳이어서 상설전시실의 전시물들은 익숙했는데 기획전시실에서 마침 대전무형문화재 제7호 소목장 방대근 장인의 전통 목가구전에 열리고 있었거든요. 그냥 목가구가 아니라 전통 목가구여서 흥미로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가 완전 빠졌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미적 기준이 달라진 건지 예전에는 그저 지나쳤을 전통 목가구들 하나하나에 걸음이 멈추고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나무의 결과 가구의 형태, 경첩의 모양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동네에 여러번 왔었는데 철도관사촌이 아닌 대동천 옆으로 이렇게 많은 벽화가 있는 줄 몰랐네요. 지도에 대동천 철갑교 벽화거리라고 쓰여있는데 개인적으로 철도관사촌의 벽화들보다 더 좋았어요.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들도 많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그걸 하나하나 나열하기는 그래서 그 사진들은 포스팅 하단에 첨부한 영상에 담았습니다. 몇 해 전부터 사진 찍으러 벽화마을 많이 가시잖아요. 제가 소개하고 있는 철도문화유산 투어가 아니더라도 대전역에서 바로 벽화거리로 와서 사진만 찍고 가셔도 대전역을 오가시는 분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더라구요.











소제동장승은 미리 이 장승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옆에 장승에 대한 설명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이게 장승이 맞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노란색을 띈 긴 돌과 오른쪽의 조금 더 작은 하얀색의 돌이 장승입니다. 왼쪽이 남장승으로 1.1미터 오른쪽이 여장승으로 0.8미터입니다. 매년 정월이면 복을 기원하는 제를 연다고 합니다. 장승 앞에 검은 자국이 있는데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고 쓰여있던 것이 지워진 것이라고 하네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정말 처음에는 그저 돌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만 같네요.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못 받다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철도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길 지도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소제동장승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작은 장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작은 조약돌 같은 것에 소원을 적어 장승 옆에 둔다는가 하는거죠. 그 돌은 대전전통나래관 앞에 쌓아두거나 조금 특별한 모양이나 장치를 해서 천원, 이천원에 팔아도 될 것 같구요. 그럼 이곳에 사는 분들 뿐아니라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도 소제동장승이 특별해지고 한번 더 눈이 가는 곳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전 원도심 철도문화유산 찾아가는 길 어떠셨나요? 근대건축물 투어와 역사현장 투어에 비해 짧은 시간과 대전역에서 시작하는 루트로 부담없는 가벼운 산책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전 원도심에는 걷기 좋은 이 세가지의 길 외에도 예술과 문화를 즐기기도 좋답니다. 사실 저도 이 날 전시회와 공연을 보기 위해 대전 마실에 나섰거든요. 그래서 다음 포스팅은 그 내용이 될 것 같네요. 이번 주말엔 뭘 할 지 고민이신분들은 우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하는 대전역으로 떠나보세요. 여행 계획 없이도 대전역에서 나와 걷다보면 중앙시장,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을 비롯해 매력적인 장소들을 쉽게 마주치게 되거든요. 예쁜 카페와 오래된 맛집, 많은 미술관과 공연장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할 수도 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