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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스리랑카 여행

스리랑카를 홍차의 나라로 만든 누와라 엘리야




누아라엘리야는 스리랑카 중부지방에 있는 산간 도시다. 누아라엘리야는 고원 도시, 빛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도시는 1860미터에 위치해 있다. 더운 나라인 스리랑카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서 식민지 시대 영국인들이 즐겨 찾았던 휴양지이기도 하다. 그래도 왠지 그 당시 지어진 것 같은 크고 고풍스러운 호텔들도 눈에 띈다. 영국 점령기에 인도 남부에 살고 있던 타밀인들을 이주시켜서 차를 재배하게 해서 지금도 차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타밀족이다. 타밀족은 스리랑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데 종종 스리랑카의 다수를 이루는 신할리족과 분쟁이 발생한다. 누와라엘리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밭 중 하나다. 스리랑카의 국가재정에서 실론티는 굉장한 비중을 차지한다. 스리랑카의 홍차는 연간 30만톤이 생산되는데 세계 1위의 홍차 수출국으로 상쾌하고 풍부한 향과 연한 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캔디의 버스터미널에서 누와라엘리야로 가는 버스(180루피)를 찾으니 조금 큰 봉고차였다. 에어콘이 나왔지만 자리가 좁아서 버스보다 편하진 않았다. 왕복 이차선 구비구비 가다보면 창 밖으로 거대한 폭포도 보이고 차 농장들이 많이 보인다. 가는 내내 창 밖은 푸르다.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눈은 시원해지는 녹음이다.



▼ 캔디 버스터미널(좌), 종이에 대충 갈겨 써주는 티켓(우)










 누와라 엘리야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인포메이션이 있지만 문을 닫은지 주변에 물어보니 오래라고 한다. 입구에도 철사가 꽁꽁 묶여 있다. 터미널 앞에 예쁜 우체국이 있다. 근처에 렌트를 하는 방들이 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려고 하는데 삐끼가 굉장히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서 따라갔다. 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을 바라보면서 왼쪽으로 걸으면 오른쪽에 숙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오른쪽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면 숙소들이 정말 많다. 호텔들이 거기 몰려있는 지 모르고 버스터미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찾으니 너무 비싼 거 같다. 물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리 비싼 건 아니었는데 워낙 도미토리에서 자고 스리랑카 물가에 익숙해지다보니 심리적이 저항 가격이 생긴 것 같다. 

 삐끼를 따라간 집은 일반 가정집이었다. 가정적인 분위기의 숙소를 찾는다면 나쁘진 않다. 안전하기도 하고. 아줌마와 두 딸, 할머니를 보았는데 남자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기독교 집안으로 방 앞에 거실을 공부하는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화장실은 방 안에 없는데 머리가 깨질 듯한 찬물이 나오므로 밤에는 샤워할 수 없다. Chappel street에 있다. 교회와 모스크 근처다.








 버스터미널에서 빅토리아 공원 방향으로 걷다보면 콜링호텔이 나온다. 그 앞 골목에서부터 산을 향해서 걸으면 산티푸르나마을에 갈 수 있다. 산티푸르나는 차밭으로 둘러쌓인 마을인데 마을에는 차를 정제하는 올리펀트공장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닫혀있었지만 물어보니 다음날은 열리며 방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산에 오르니 호수가 보였다. 누에라엘리이에도 캔디처럼 호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스리랑카여행을 계속하면서 이 나라에는 호수가 굉장히 많다고 느꼈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산길을 오르며 이 길이 맞나 의심하면서 산길을 걷다가 뻥 뚫린 공간에 차밭과 마을이 나타나면 탄성을 지르게 된다. 지나온 산길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보다 더 맑은 소리가 사방에서 나는데 미야자키하야오 만화에서 들었던 소리와 비슷한 조금은 기괴한 소리였다. 개구리 소리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트레킹을 시작해서 밥을 못 먹었기에 마을에서 바나나(1kg 60루피)를 샀더니 옆에 있던 툭툭기사가 옆에 있는 가게가 로띠 잘 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사 먹는다며 거기서 로띠 사먹으라고 해서 말 잘 듣는 나는 들어가서 주문했다. 코코넛 양념도 함께 준다고 했다. 코코넛이라고 해서 하얗고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난과 함께 먹는 코코넛이 새빨갛고 맵다. 보통 다른 곳에서는 네모나게 싸져있는데 여긴 그냥 따로 따로 준다. 30루피.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헷갈리는 것이 긍정의 고개짓이다. 로띠 아저씨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로 저어서 안되나 보다 했는데 옆에 있던 툭툭기사가 된다고 하는 거란다. 이건 다른데서도 또 겪을 걸 보면 고개를 가로젓는게 스리랑카에서는 긍정의 의미인 것 같다. 사진으로 보니 오른쪽에 걸려있는 달력도 특이하네. 세로로 숫자가 적혀있네. 매일 세로로된 한주가 지나가는 걸 보면 가로로된 한주와는 다른 느낌일 것만 같다.










 다시 걸어서 돌아가기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버스가 서 있었다. 게다가 단돈 3루피였다. 사람 사는 마을이다보니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물론 많은 외국인들은 나처럼 트레킹 겸 걸어서 오가는 것 같지만. 누아라엘리야에는 영국 식민지 시대의 휴양지였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은행, 경찰서, 호텔은 물론 마트 건물도 1894년 이라는 숫자가 정문에 쓰여있을만큼 백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모습 그대로다. 골프장, 승마장도 눈에 띈다. 쌀쌀한 날씨여서 해가 쨍쨍하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긴발 옷을 입고 다녀야하는데 귀마개도 판다. Bale 바자르에서는 의외로 예쁜 겨울 옷들이 눈에 띄었다.

 빅토리아파크는 이름에서 굉장히 영국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입장료를 받는다. 들어가보면 그냥 공원임을 알 수 있다. 정말 그냥 우리 동네에 있는 공원이랑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스리랑카에서 이런 공원은 드물겠지만 누와라 엘리야는 온통 산림으로 둘러쌓여있고 뒷산에 올라가면 멋진 차밭이 펼쳐져 있는 걸... 굳이 돈 내고 평범한 공원을 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공간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