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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스리랑카 여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마을 스리랑카 골




마타카에서 골로 가는 동안, 특히 골을 몇 킬로미터 앞두고 바다 앞에 많은 게스트하우스와 호텔들이 보였고 서양인들도 꽤 보였다. 비치도 좋아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정확히 몰랐기에 (그렇다. 가이드북은 커녕 지도 한 장 안 들고 다녔던 스리랑카 여행이었다.) 항상 그렇듯 버스정류장까지 내렸다. 막상 내리니 막막했는데 눈 앞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이 보여서 갔더니 닫혀있었다. 그때 지금 점심시간이어서 밥먹으러 간다면서 자기가 인포메이션 직원이라는 남자가 등장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기치는 거였는데 스리랑카에서 아직 이런 류의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꺼려하지 않았다. 며칠 뒤 콜롬보에서는 학을 뗐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커미션을 가질 생각으로 숙소를 소개한 이 사람 덕에 괜찮은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뚝뚝을 타고 숙소(Thenu rest 2300루피)에 도착했고 그 사람이 계속 뚝뚝을 타고 투어를 하라는 것을 거부하고 방에 들어가 쉬었다. 1000루피 정도로 생각했던 숙소를 2300인데도 체크인한 이유는 와이파이가 된다고 해서다. 물론 느리다. 그리고 가정집이어서 정말 자주 꺼 놓았다. 자기들 잘 때는 끄고 잔다. 그래, 여행자의 숙면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 느린 와이파이라고 24시간되면 하루 더 잤을꺼다.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다.





숙소의 너무나 매력적인 고양이.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볼 때 마다 항상 자고 있었다. 쓰윽 문지르면 가늘게 눈을 뜬다. 그리고는 슬로우모션으로 몸을 돌아 눕는다. 너무 귀여워서 자꾸 괴롭히고 싶어졌지만 그러다 발 싸다귀 맞을 것 같아서 사진만 찍어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골 구시가지는 굉장히 크고 넓은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데 안쪽에 있는 건물들도 상당히 오래되어서 분위기가 좋다. 골에서 머물만한 곳은 두 지역이다. 포트 안쪽에 있는 숙소와 골에서 10km이상 떨어진 비치 근처의 숙소다. 일정을 나눠서 묵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포트의 정식 명칭은 Dutch Fort다. 포트 안에는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등 골을 지배했던 국가들의 건물들이 남아있다. 포트쪽의 물은 더럽진 않지만 배들이 다니기 때문에 좋지 않다. 비치를 원한다면 툭툭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골은 굉장히 오랜시간 국제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을 해 왔다. 심지어 이 항구에서 클레오파트라에게 선물이 보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싱할라 왕국 때 중국, 말레이시아, 페르시아, 아랍 등의 국가들과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지던 골은 1505년 폭풍 때문에 정박하게 된 포르투칼 상선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이들은 무력으로 골을 점령한다. 100년간 골을 점령하던 중 1604년에는 네덜란드가 이들을 몰아내고 골을 차지하게 된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확대가 이루어지고 무역항으로 중요했던 골이기에, 자신들이 포르투칼을 쫓아냈듯이 누군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네덜란드는 1663년 화강암으로 요새를 만든다. 그것이 현재의 골포트다. 하지만 이들도 1776년 영국이 밀려들어오자 견딜 수 없었다. 영국은 골을 스리랑카의 행정중심지로 이용하고 새로운 주거지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워서 그런지, 행정 중심지로 거주지역을 본격적으로 지어서 그런건지 영국 식민지 시절 건물들이 많다. 그 건물들은 지금도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데 1927년 세우진 경찰서, 1832년 세워진 도서관, 1892년 지어진 아라빅 대학 건물 등 명확하게 건물 밖에 큰 글씨로 건물이 세워진 년도가 적혀있는 것만도 굉장히 많다. 숫자가 새겨지지 않은 건물들도 형태와 모습이 비슷해서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길고 큰 건물은 해군박물관이다. 오랜시간 무역항으로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해 온 곳이다보니 여러 나라의 다양한 것들이 남아있을 것 같다.








 1871년 지어진 Anglican 교회















건물 외부에 아랍어가 쓰여진 건물들도 꽤 많다. 무역이 많이 이루어져 아랍인들이 많이 드나들어서 거주하는 이들도 꽤 되었던 것 같다.






완전 새 것처럼 보이는 등대도 80년 되었구나. 배가 고파서 등대 근처 야외 식당에 앉아 로띠2개와 당근쥬스를 하나를 시켰다. 1000루피를 내고 내가 거슬러 받은 돈은 고작 300루피. 깜짝 놀랐다. 가격을 묻지 않아서 바가지를 쓴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포트 안은 모든지 정말 비싸다. 그래서 포트 밖으로 나가서 장 봐왔다.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근처에 대형슈퍼와 과일과게가 많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포트 밖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고 아무래도 포트 안은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다.









이 멋스러운 시계탑 주변은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연인들이 숨어있다. 모텔이 없어서 그런지 대낮에 밖에서 저렇게 대담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일들이.... 서로 민망하지 않으려면 두리번거리지 말고 가야한다. 시계탑 근처에 포트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 그리고 바로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이 나온다.







성곽 일부에 출입금지 구역에 있는데 그곳에 군인들이 있다. 골의 골목이나 포트를 따라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주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가능성 95%다. 외국인이어서 그런가? 골에는 외국인이 정말 많은데도 말이다. 그러면  정말 멀뚱멀뚱 쳐다보기 때문에 '헬로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난 골에서 하루에 200번 헬로우라고 말한다. 물론 웃으며. 







길에 웬 땜빵 자국이 이리 많을까. 저 왼쪽에 앉아 있는 3인방이 지나가는 날 잡았다. 한국인이라니까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영어로 설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어로 되어있는 스카이폰인 걸보니 누가 뚝뚝이나 거리에 흘린 걸 주운 모양이다. 












포트를 따라 걷는데 근처에 수산물 시장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커다란 크레인이 서 있었는데 그곳이 냄새의 근원지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생선 비린내라고 생각했던 냄새는 점점 역겹게 변해갔다. 그 진원지 근처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고래다! 거대한 고래 사체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는데 다른데서 죽어서 떠내려 온 것인지 이 냄새거리를 없애기 위해서 포크레인이 사용되고 있었다. 고래 사체는 폭발한다더니 이미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흐믈흐믈한 저 사체를 어떻게 치울 지 정말 난감할 것 같다. 사진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골은 참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다. 저렴한 숙소를 찾아 조금 더 머물 걸 그랬다. 

하늘빛마저 예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