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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아잔타 석굴의 아름다운 벽화와 조각을 탐하다




엘로라 석굴의 휴무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잔타 석굴로 가기 위해 도로가에 있는 정류장에 섰다. 북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대개는 아잔타를 지나가기에 어렵지 않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아잔타 석굴은 기원전 2세기부터 700년간 만들어진 서른개의 불교 석굴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함피에서 출발할 때는 두개의 석굴을 하루에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엘로라 석굴이 문을 닫아서 들어가지 못하고 왔더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게 되었다.  벽화와 조각들이 각 굴마다 자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2천년이나 된 벽화의 색이 남아있는 지 신기했다.  굴 하나를 만드는데는 30년 정도가 걸렸을 것이라고 한다. 







역시나 인도인이 내는 입장료의 25배나 내고 들어갔다. 그래도 5천원 정도니까 중국 문화재나 관광지에 비해서는 굉장히 저렴하다. 게다가 어떻게 봐도 인도 사람이 아닌 난 주변의 호의를 받게 되었었다. 가끔 아쌈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으니 전혀 인도 사람처럼 안 생겼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긴 하다. 엘로라 석굴 앞에서 탄 버스에 같이 타고 있던 아저씨 3명이 아잔타 석굴에서 함께 내렸는데 자신들과 함께 돌아다니자고 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이 인도 아저씨들도 여행자들인데 무거워 보이는 크로치백을 들고 다녔다.







내게 아잔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책자도 사주고 멀리 자신들의 문화재를 보러 온 외국인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알게 해주고픈 마음이었는지 근처에서 무려 가이드까지 고용해서 함께 다녔다. 









▼ 이렇게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다. 기울어서 잘 찍어주었다.... 사진을 보니 머리 좀 자를 껄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 떠난 지 5개월 정도 안 짜른 상태.





인도 여행 중 아잔타 석굴을 갈 사람이라면 [아잔타 미술로 떠나는 불교여행]이라는 책이 있으니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못 읽으면 사서 여행 중에 숙소에서 보거나 석굴 갈 때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 영어로 된 책자와 영어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내가 뭘 보고 뭘 듣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영어 자체를 못하는데 불교 용어와 역사 용어 등 한글로 봐도 생소한 단어들이 난무하니 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게는 의미를 알기 보다는 모든 것이 예술 작품으로 먼저 다가왔다.









어두운 동굴 깊숙이에서는 벽화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조명이 설치되어있지 않거나 굉장히 어두운 조명만이 있었다. 굴의 입구에 가까이에 있는 벽화들은 위 사진처럼 잘 보였는데 빛 바래지 않고 남아있는게 신기했다. 복원한 것일까? 복원을 했다기에는 흐리고 지워진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대로라고 하기에는 이미 2천년이나 된 그림의 색이 이렇게 남아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선명하다. 아잔타 미술과 관련 책은 쉽지 않을테지만 매력적인 조각들과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더 알고 싶어진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많은 유적에서 보게 되기 때문에 사실 아잔타 석굴만큼 섬세한 조각을 생각보다 자주보게 된다. 어떻게 돌을 저렇게 섬세하게 조각할 수 있을까 볼 때마다 놀랄 수 밖에 없다. 예술가인 동시에 기술자들인가보다. 이런 건도 반복되는 숙련으로 해낼 수 있는 건가? 나 같은 사람도?







강을 따라 절벽이 있고 그 절벽에 동굴이 만들어진 모양새다. 그래서 그 계곡의 입구에서부터 임의로 석굴마다 번호가 붙어있다. 아잔타 석굴의 입구는 작지만 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바위를 쪼개서 이 공간을 만들었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행을 하는 사람들도 이 과정을 함께 했을 지 아니면 전문적인 석공들만이 동원된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기둥 중에는 손바닥으로 쳤을 때 실로폰처럼 깨끗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것도 있다. 함피에서도 보았고 다른 곳에서도 이런 종류의 것을 보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기둥을 쳐서 금지 해 둔 곳도 있다고 한다.







자연광으로 이렇게 석굴 내부가 밝은 곳은 지금도 법회가 열릴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 들어가기에 공간도 충분해 보여서 특별한 날 법회를 열면 오래된 유적의 의미를 넘어서 멋진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곳이 천년 가까이 잊혀졌던 공간이 아니라 계속 수행자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면 주변에 마을을 이루고 지금도 많은 수행자들이 곳곳에 머물렀겠지?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시간 관광객들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일부 석굴은 이렇게 사무실과 복원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조각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모두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모르는 내게 이것들은 오래되고 아름다운 예술품일 뿐이지만 말이다. 대신 어쩌면 자신의 삶 전체를 내던져 돌을 깍아내가며 부처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을 이천년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아잔타 석굴을 만들었을 그들의 이름과 얼굴은 어쩌면 부처의 얼굴과 벽화 속 인물들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쁨이라도 있어야지 힘들었을 긴 시간의 작업을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정말 믿음의 힘으로 해낸건가? 어쩌면 지금의 직장인들처럼 그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갔을 뿐인가? 이래서 기록이 중요한가보다. 당시의 일꾼이 일기라도 남겼다면 정말 흥미로웠을텐데.







아잔타 석굴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계속 안쪽에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계곡 안쪽에서 바깥쪽(입구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