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비치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세부다. 하지만 세부가 휴양지로 각광받은지도 수십년이 지났다. 그 이면에 거대한 쓰레기산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다. 그래서 세부는 급격이 지고 있는 휴양지로 꼽힌다. 반면 필리핀의 떠오르는 휴양지는 팔라완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쿠버다이빙 장소이기도 하며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10개월가 필리핀에 있는동안 팔라완에 두번을 갔다. 한번은 코론 한번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갔다. 필리핀의 일상과 여행 중 찍은 대다수의 사진은 잃어버리고 팔라완에서 찍은 사진은 이 포스팅에 있는 사진이 전부다. 내가 있는 사진은 내가 찍은 것도 아닐테니 이 포스팅에 쓰인 대부분은 U가 찍은 것이다. 

 

 


 팔라완에서 가장 많이 가는 지역은 코론과 엘니도이지만 중심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이다. 기숙사에 사는 다섯명의 친구들이 간 여행인데 모두 학생들이라 돈이 없었다. 그래서 오고가는 방법으로 모두 페리를 선택했다. 문제는 도착지와 다시 돌아갈 배를 타고 갈 출발지가 같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크게 움직이지 않고 주변을 배회했다. 페리는 움직임을 느낄 수 없을만큼 큰 배였다. 2인실, 6인실은 방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탁 트인 곳에 에어콘 때문에 추운 곳과 그 아래층에 탁 트인 곳에 더운 곳으로 나뉜다. 각 객실은 그 서비스수준만큼 가격차이가 난다. 식당 가격은 비싸고 맛이 없는 편이니 음식을 사가지고 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식당엔 노래방시설이 있다. 필리핀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배에서 잠을 자고 샤워를 하며 갑판에 나와 망망대해를 보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어서 오랜 항해였지만 좋았다. 갑판에서 바다를 보다보면 운 좋게 돌고래떼들이 헤엄쳐가는 것도 볼 수 있다. 나도 운이 좋았다. 사실 팔라완에 산다는 듀공을 보고 싶었지만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을 리 없다. 

 

 

 

 아래 사진은 공원이었는데 가이드북에도 쓰여있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 것을 보니... 그냥 공원이었다. 동물도 있다. 하지만 굳이 팔라완까지 볼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페리에서 옆 침대에 있던 꼬마애 가족을 다시 만났다. 호기심 많고 귀여운 아이여서 사진 많이 찍었지만 분실. 열살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영어가 유창했고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가난한 여행자 다섯이 팔라완 거리를 배회하면서 들른 음식점은 로컬식당치고는 상당히 컸다. 야자수 안에 뜨거운 음식이 들어있었다. 사진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구나.

 

 


 본격적인 여행에 나선 것은 지하강을 보기 위해서다. 아마 푸에르토에 내린 거의 모든 여행객이 들르는 곳이리라. 배를 타고 갈 수 있지만 이미 론리에서 트레킹을 통해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글트레킹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힘들지 않은 트레킹이라고 한시간 남짓이라고 말했는데 막상 트레킹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기억에 남을 일을 한가지 만든 것이니까. 정말 정글이지만 길을 따라서는 수풀이 빼곡하지 않았다. 타잔이 탈만한 나무 가지를 탈 수도 있었으니까. 저 덩굴이 정말 수십미터 높이에 달려있다.


 정글을 빠져나오면 비치가 나온다. 정글의 막바지에는 원숭이들이 모여사는 곳도 있다. 비치에는 거대한 이구아나들이 어슬렁거린다. 1m는 족히 되어보여서 겁나지만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온순해 보인다. 함께 사진을 찍으면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그 섬(?)에 있는 것 같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글 트레킹의 초입부터 따라오던 개가 있었다. 사실 따라오기 보다는 우리를 안내하듯이 앞장서 갔다. 중간에 돌아가거나 할 줄 알았는데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줄 곧 우릴 따라오더니 결국 비치까지 와서는 힘들었는지 누워버렸다. 뭔가 먹을 것이라도 사 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했다.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먹을 것을 챙기기에 그들을 따라다니면 학습이 되었던 걸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모래찜질뿐..;;;;

 


 지하강은 배를 타고 거대한 바위굴을 지나가는데 박쥐들도 산다. 분명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이지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잃어버린 사진만큼 기억과 추억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팔라완에 있는 동안 하루는 베트남에서 온 으억과 함께 베트남마을을 찾아갔다. 베트남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베트남사람들이 베트남을 떠났는데 일부는 배를 타고 팔라완으로 넘어와 정착하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도 자유주의쪽에 서 있던 많은 베트남인들이 보트피플이 되었다. 마을에 들어서 기웃거리던 으억이 한 베트남사람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그 분은 흔쾌히 우릴 집에 초대해서 차를 내주었다. 따뜻한 차를 마신 후에는 얼음이 들어간 커피가 나왔다. 으억에 의하면 베트남식 커피란다. 마을엔 빈집이 굉장히 많았고 활기가 전혀 없었다. 타의에 의해서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라니... 수십년전 전쟁을 끝나고 베트남은 우리와 달리 하나의 나라가 되었지만 그는 돌아갈 수 없다. 베트남에서는 전쟁에서 시작된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이 존재해서 그들은 공직에 진출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아름다운 섬 팔라완에서 그는 바다 건너 고향을 그리워한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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