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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무용] 기다리는 사람들 Ⅱ - 반세기를 마주 앉아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무용 기다리는 사람들 Ⅱ

 

 우리는 왜 기다려야 하는가?!

 

 

 공연은 당연하게 무대위에서 이루어졌다. 재밌는 건 객석도 무대위에 있었다는 거다. 무대 위에 공연장을 새롭게 만들어놓았다. 객석이 마주보는 모양새였는데 아마 서울열린극장 창동과 공동기획공연이 아니었다면 차이무극장이나 원더스페이스에서 공연하는 건 어땠을까? 원래 그런 모양새의 극장이기에 힘들게 가변무대를 만들지 않아도 좋았을 뻔 했을 것 같다. 서울열린극장 창동도 가변무대이지만 좋긴했다. 우선 천장이 넓고 객석이 모두 무대 위에 있음에도 무대가 작지 않았으니까.

 

현대 무용은 결코 쉽지 않다. 내게 현대무용을 보는 것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행위와 같다. 그림과 움직임이 실제의 모습을 닮을수록 이해하기 쉽고, 적당히 상징성을 띄어서 내가 추리해 낼 수 있으면 더 즐겁지만 추상적이고 아방가르드가 되어가면 난감해진다. 기다리는 사람들Ⅱ는 전쟁을 키워드로 한다.  키워드가 존재하니 모든 움직임을 그것과 관련된 것을 보면 그나마 멍한 상태는 벗어날 수 있다. 마주보는 객석 사이에 무대가 놓여져 있는데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철사줄이 두 줄 가로막혀있다. 그 철사줄에는 빨간 역삼각형에 Mine이 적혀있고 철사줄에는 꽃이 달려 있기도 하다. 철조망 저쪽과 이쪽은 대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무대는 DMZ다. 그래서 그 공간의 (바닥)색은 초록이다. 무대가 극렬한 대치사이에 있음을 무대공간자체로 드러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철조망과 음향효과때문에 상당히 그럴싸한 분위기가 잡혀있는 상태였는데 극의 시작전 공연기획자가 5분정도의 이야기를 해서 그 분위기를 깨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여기저기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서 쓰러지고를 반복하는 무용수들을 보고 나는 그들이 시체로 쓰러져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반에 나오는 함께 쓰러져 서로에게 얻히는 모습과 같은 이미지를 양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이렇게 많이 겹쳐서 보여주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김남진씨의 말에 의하면 그건 55년간 지켜지고 있는 DMZ의 자연에 눕고자 하는 모습을 드러낸 거라고 하네. 이래서 무용은 힘들구나. 연극은 내가 공감하지 않아도 연출자의 의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근데 무용은 각 장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힘드네. 물론 그게 전적으로 내 잘못은 아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연출자의 역할이니까! 초반의 장면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였다. 물론 프로그램에는 초반에 나오는 놀이들이 전쟁의 공포 속으로 사라져간다고 이야기하면서 천진난만한 놀이와 전쟁을 극명하게 대비하기 위해서 나타낸 모습처럼 쓰여있지만 나는 달리보았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여섯명의 무용수가 세명씩 임의로 편을 나누어 서로를 뺏으며 싸우는 놀이이다. 한반도의 상황도 같다. 함께 어울려 놀다가 임의로 편을 나누어 싸우는 모습은 이미 놀이를 넘어섰다. 솔직히 다소 반복되어지는 이미지와 기승전결보다는 분절된 감정과 키워드를 보여주려고 하는 장면들로 조금 지루한 부분들도 있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고 비슷한 장면을 보여주었으니까. 중반에 북한의 상황과 안상수를 패러디 하는 부분은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면들이었는데 결국 남북 모두를 조소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되었다. 기다리는 사람들Ⅱ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모두가 쓰러지고 마지막 남은 소녀가 일어서려하지만 일어서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뒤틀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뒤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는 두 배우가 나오면서 그 장면이 더 크게 각인되어버렸다. 보통 인간의 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모습과 움직임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혐오스럽고 그로테스크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쟁을 하는 인간의 내면일까? 그 전쟁통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속에 있는 인간들이 그렇게 보일 것 같다. 공연되어지는 내내 다양한 음악과 음향효과가 사용되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반면 조명은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에 이루어진 여섯명의 무용수들이 시체가 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겹쳐지는 모습은 일반적인 극들에서도 멋들어지게 사용될 수 있는 모습으로 내가 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마임이었다. 단 2회 무대에 오르는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보게 되어 좋았다. 

 

 

우리는 왜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저 선을 건너 얼싸안을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구를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