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루프

 부녀 · 자매 · 남녀. 노트를 주다. 유전자를 주다. 사랑을 주다

 

 

 연극 프루프는 강혜정의 출산 후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은 작품이며 <무대가 좋다>의 세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가 좋다의 첫번째(풀 포 러브)와 두번째(클로져)를 보았기에 이 시리즈가 단지 연예인을 앞세워 티켓을 팔아보겠다는 상술에 지나지 않는 졸작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강혜정이라는 배우에게 가지는 믿음으로 그런 작품을 선택할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고해서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언할 수는 없었다. 실력을 의심치 않았던 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연극과 뮤지컬로 무대 위에 서는데 연극배우와 뮤지컬배우들의 실력 때문에 유명 연예인들이 초라해 보이던 장면을 무수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무대가 좋다의 작품인 <풀 포 러브>와 <클로져>가 유명 연예인을 내세웠음에도 빈자리가 많아 놀랐었다(문근영은 매진). 그래서 의례 프루프도 객석을 채우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모든 좌석이 꽉 찼다. 수학과에서 단관 온건가? ㅋ 무대는 캐서린과 로버트의 집 마당을 꾸며 놓았다. 집이 대각석으로 놓여있어 정적인 무대에 심심함(?)을 덜어주며 최대한의 집 바깥 공간을 최소한으로 둠으로써 무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두는 느낌이다.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캐서린의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프루프>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놓아두지만 매력적이라거나 독특한 것은 아니다. 배우들의 감정 곡선이 물결치지만 과장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자극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요즘, 이 연극이 심심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두시간의 연극이었기에 더 그럴 수도 있다. 이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무대와 조명, 음악이 깔끔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네명의 인물이 부녀, 자매, 남녀, 사제관계로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중심인물은 물론 캐서린이다.

 

자, 두가지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자.한 분야에 이름을 남길 수 있고 이십대를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미쳐서 외로워지는 삶이 있다. 두번째 삶은 열정적이지 않으며 조용한 시간들을 보내지만 나이가 들어 미치지 않기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이 있다. 열정적으로 일할 때 로버틑는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캐서린은 노트를 쓸 때 고통스럽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로버트와 할은 해내지 못할 위대한 공식을 증명해 낸다.  캐서린이 할에게 학회나 다니고 할의 공책을 뒤지면 주워먹을 것없나 뒤진다쏘아붙일 때 <굿윌헌팅>에서 윌 헌팅이 그를 도왔던 교수에게 나한테는 너무 쉽고 분명한 일을 당신은 매일같이 매달려도 못하고있다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세상엔 예기치 못한 천재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10년을 해도 못할 일을 한달도 되지 않아 해내기도 해서 보통 사람들을 자괴감에 빠뜨리는 사람들. 그들은 초능력자와 다를 바 없다. 남들이 없는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니까. 불공평해!!! 흠~ 이렇게 불평해 봤자 나만 손해다. 그들이 한달간 할 일을 10년동안 해 내려면 부지런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년이 걸려도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아픈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 속은 내용이 아니다.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2세가 주위엔 없지만 이것은 현실 속에서 많이 보게 되는 장면이다. 근데 더 무서운 건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족과 내가 일정한 부분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고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서린은 로버트의 천재적인 수학적 센스를 물려받았다. 그래서 더 두렵다. 그의 광기까지 갖게 될까봐......

개성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강혜정은 실제로 보니 정말 예뻤다. 특히 정원중과 함께 무대에 있을 때는 머리 크기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ㅋ 전체적으로 거슬리는 면 없이 깔끔한 공연이었지만 공연 한달이 되어가는데도 남자 배우들의 대사씹기가 적지 않았고 공연장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프루프의 공연이 처음엔 컬쳐스페이스 nu에서 이루어지기로 했지만 무슨 문제인지 나중에 공연장이 바뀐 듯하다. 지금 프루프가 공연되어지는 대학로예술마당은 나쁘지 않은 공연장임이 틀림없다. 앞 좌석과의 거리가 좁지만 경사도가 나쁘지 않고 좌석도 많다. 김종욱찾기를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은 방음문제였다. 보통 뮤지컬이 매일같이 공연되어지는 예술마당의 특성상 연극, 특히 굉장히 조용한 연극에 속하는 프루프는 시종 옆 공연장에서 들리는 음악을 같이 들어야 하는 상황에 부짇혔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서로를 마주보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때 들리는 경쾌한 뮤지컬음악 쿵쿵쿵쿵~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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