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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휘가로의 결혼 - 고전 코미디를 원작 그대로 만나는 즐거움

휘가로의 결혼

 

 고전 코미디를 원작 그대로 만나는 즐거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어지고 있는 연극 휘가로의 결혼은 극단 실험극장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이자 유일한 공식초청작으로 제1회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의 개막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의미를 제쳐두고 이 공연이 좋았던 점은 원작을 그대로 공연한다는 점이었다. 수 많은 고전이 존재하지만 올해만 해도 그 많은 고전 작품들이 원작 그대로 공연되지 않았다. 작가와 연출가의 색깔에 맞게 일부만 때로는 원작을 떠올릴 수 없을만큼 파격적인 변형을 가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로 넘쳐나다보니 가끔은 원작 그대로의 작품을 보고 싶어진다. 휘가로의 결혼의 경우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세트를 간소화 한다고 해도 등장인물만큼의 평범하지 않은 복장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쉽게 원작 그대로를 올리기 힘들것이다. 그렇기에 극단 실험극장 50년과 함께 이 공연을 무대에 올린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극이 시작되고 무엇보다 먼저 기억되어진 것은 대극장임에도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게다가 앞자리에 앉았기에 불만이 없었는데 뒷자리나 2층에 자리잡았으면 어땠을 지는 모를 일이다. 연극의 제목이 휘가로의 결혼이지만 휘가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상을 받는다. 극을 가로지르는 사건이 휘가로의 결혼일 뿐인 것 같다. 분명 휘가로가 무대에 등장하는 시간은 길다. 쉴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갖는 것은 어려운 걸까? 누가 뭐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이항나가 연기한 백작부인이었다. 그녀의 익살스런(?) 연기가 코미디 연극이라는 장르에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극은 독백과 방백이 굉장히 많다. 개인적으로 독백과 방백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극이라는 것과 독백과 방백이 하나의 유희로 작용한다는 점을 염두해 둔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휘가로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당시 프랑스 귀족들을 풍자했지만 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극을 보고 나면 풍자적인 면이 그리 크게 부각되기보다는 백작의 캐릭터로써 그의 행동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날카로운 풍자가 아니고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를 많이 넣었기에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휘가로의 대사에서 귀족이 태어날 때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한 것 빼고 지금껏 한 것이 없다고 하는 장면에도 불구하고 극은 결국 그들의 계급을 인정한다. 계급이나 투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 극이 살아남아 우리가 볼 수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네가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보는 출생의 비밀은 휘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기껏 이복남매였다는 것이지만 휘가로의 결혼에서는 어머니와 결혼할 뻔하니까 말이다. 폭소하면서도 어처구니없지만 이 이야기와 인물들을 미워할 수 없는 것도 이 극의 강점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무대디자인과 조명은 특별하지 않았다. 굉장히 수수해서 놀랄정도였다. 그에 비해 인물들의 옷을 화려하고 멋지다.

 극이 끝나고 드는 생각은 포스터에 나와있는 인물 다섯과 멀티역을 할 몇명해서 열명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휘가로의 결혼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이었고 휘가로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원작 그대로여서 좋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이 끝나고는 조금은 변형된 휘가로도 보고 싶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