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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노먼의 삶 - 조국에서 버림받은 은메달리스트

피터 노먼

 

  피터 노먼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피터 노먼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200미터 달리기에서 은메달을 땄습니다. 피터 노먼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특히 4년마다 올림픽이 열릴 때면 어김없이 그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기사나 뉴스가 나옵니다. 올림픽 역사에서 그 어떤 은메달리스트보다 오래 기억될 피터 노먼은 정작 자신의 조국인 호주에서는 손가락질을 받고 미움을 받아서 오랜 시간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사건은 바로 왼쪽에 있는 사진 한장이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랜시간 역사에 기억될 사진입니다. 당시 200미터 수상식인데요. 금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을 딴 존 카를로스가 검은 장갑을 끼고 손을 들고 있죠. 이 두 선수는 미국선수들인데요. 60년대에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조국인 미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서 국가가 울려퍼지고 있는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흑인을 상징하는 검은장갑을 끼고 팔을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사진을 보아도 충격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당시 올림픽을 보던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IOC는 이 선수들에게서 영구적으로 선수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쫓겨났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흑인의 인권이 신장한 후에 이 사건은 흑인 인권운동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그들의 명예는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흑인이었던 두 선수가 아닌 호주 출신의 백인 피터 노먼이 개입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아서 모르시겠다구요? 선수들의 왼쪽 가슴에 보시면 똑같이 하얗고 동그란 것이 붙어 있죠. 이것은 OPHR 스티커입니다.  OPHR이란 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라는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두 흑인선수가 바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었는데요. 이 두 선수의 스티커를 보고 이들의 저항에 공감하고 있던 피터 노먼이 자신의 가슴에도 OPHR 스티커를 붙인 것입니다. 즉 이 시상대에 선 세 사람은 세계에서 200미터를 가장 빨리 뛰는 세사람인 동시에 잘못된 세상에 저항하고자 했던 젊은이들이었죠.

 

 

 

 미국과 IOC에서 호주인인 피터 노먼을 싫어했던 것은 자명하지만 왜 조국에서까지 미움을 받았을까요? 그건 당시 호주도 미국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인 우월주의가 사회 전반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기득권층은 이러한 태도가 더욱 강했습니다. 그러니 그를 곱게 볼리 없었습니다. 피터 노먼은 호주의 200미터 기록 보유자였지만 72년 뮌헨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서 생활고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이건 60년대의 일이고 7,80년대를 지나면서 호주도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엄격해지고 평등한 사회가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달라지고 그의 평판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터 노먼은 여전히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호주의 뛰어난 운동선수들이 명예의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초대받았지만 그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68년의 사건 하나로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했습니다.

 

 

 

 그런데 조국인 호주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잊혀졌던 그를 미국 육상 대표팀은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전부 흑인 선수들입니다. 그들의 역사에서 피터가 보여주었던 용기 그리고 그 용기로 받아야 했던 수모와 세월을 그들은 보듬어주었습니다. 그를 초대해서 환영해주었습니다. 당시 200미터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클 존슨이 그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잊혀져 갔던 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주에서 그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미국 육상경이 연합회는 그를 잊지 않기 위해 그가 죽은 10월 9일을 그의 날로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2000년 이후 BBC에서는 피터노먼의 이야기를 담은 Salute라는 기록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부 영상은 아래 걸어놨습니다. 뭉클해지네요. 2006년에 그가 죽었을 때 68년 함께 달리고 시상대에 섰던 두 흑인 선수가 호주로 날아와 피터의 관을 운구했습니다. 2004년에는 산호세 주립대학에 두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조각이 세워졌는데요. 역사적인 시상식 사진을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선수 뿐 아니라 피터가 서 있던 2위 자리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조각상을 보았을 때 그를 떠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