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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서안 대안탑, 삼장법사의 흔적과 아름다운 야경, 분수쇼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대안탑(大雁塔)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대안탑 뒷쪽 분수광장 쪽에 선 후에 정문쪽으로 향하는데 대안탑이 보이기에 분수광장쪽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 걸어갔다. 우선 분수광장을 돌아서 뒷쪽 자은사쪽 이야기부터 해보자. 자은사 앞에는 우리에게 서유기 속 인물로 알려진 삼장법사 동상이 서 있다. 삼장(三藏)이라는 법명은 당태종이 그에게 준 법명이고 본래 그의 법명은 현장(玄奬)이었다. 현장은 불경을 찾아 서쪽으로 떠났고 결국 그는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왔다. 바로 그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서 대안탑을 세운 것이다. 삼장법사의 출생에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의 관리로 임명되었고 가족과 함께 그 지방으로 가던 중 도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는 그 도적의 아내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도적의 눈을 피해 그를 강물에 띄워보냈고 금산사의 스님이 그를 발견하고 절에서 키웠다고 한다. 자은사와 그 안의 대안탑, 분수광장을 비롯해서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어있어서 서안 찾는 여행자들 뿐 아니라 서안 사람들의 휴식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자은사 입장료 : 50위안

대안탑에 오르기 위한 입장료 : 30위안


자은사에 들어갈까하다가 어차피 내부 구조는 그 동안 보아왔던 중국의 다른 유적지와 다를 것 이 없어 보였다. 자은사의 가장 큰 볼 거리는 결국 대안탑인데 밖에서 다 보여서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밤에 와서 야경을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본 대안탑과 분수광장의 야경이 멋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낮에 이곳에 또 온 걸까? 버스 정류장에서 어딜갈까 보는데 대안탑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냥 탔다. 가는 길에 다른 것이 보이면 내릴 요량으로. 시내버스비가 1,2위엔하니까 부담없이 돌아다닐 수가 있다.

 


자은사 주변으로 넓은 공원이 존재하는데 불교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불상들이 많이 보인다. 자은사 땅인데 사찰에서 시민들을 위해서 공원을 조성해서 개방한 것이라고 한다. 모노레일이 다니는 길도 보인다. 대안탑은 자은사에 지어진 탑이기에 처음에는 자은사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652년 당고종 때 지어졌다. 아무래도 고종의 아들이 아비가 대안탑을 지은 것을 보고 소안탑을 지은 것인가보다. 64미터의 거대한 크기인데 당시 비용이 많이 들고 자재를 구하기도 힘들어서 전체를 벽돌로 쌓지 못하고 내부는 흙으로 쌓고 외부만 벽돌로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를 흙으로 쌓아올린만큼 탑은 얼마가지 못해서 무너졌다고 한다. 지금의 대안탑은 701년 측천무후가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대안탑 안에는 위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있다. 탑 안에는 당에서 청까지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탑에 올라가 새긴 이름이 남아있다. 이를 안탑제명이라고 부르는데 1천년동안 시험에 붙은 사람들은 이름이 새겨져 있는 독특한 공간인 셈이다.


 

분수광장 쪽 앞 도로가 한참 공사중이어서 번잡했다. 꽤 인위적으로 보이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조잡하다고 느껴졌는데 밤에 보면 이것마저 조명 덕분에 멋지게 보인다. 9월임에도 햇살은 뜨겁기만 하다.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평일이어서인지 어딜가나 사람이 많은데 이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공원이 넓으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진에 남겨진 시간을 보니 오후 12시다. 분수쇼는 하루에 여러번 하는데 역시나 가장 있기 있을 때는 해가 진 후다. 아시아 최대라고 하는데 규모가 그렇다는 것인지 높이가 그렇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수 하나가 수십미터 위로 올라가기는 한다. 넓기도 하고. 분수 사이로 길이 여러개 보이는데 건너가려고 하면 어디선가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건너가는 중국인들도 여럿 있다. 그 앞에는 감전에 유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낮에 분수쇼를 할 때는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곳곳에 서 있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공연도 보여주고는 하는 모양이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눈부신 햇살 아래서 눈을 감고 서 있을 뿐.  햇살 아래서 인상 쓰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는지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소안탑과 서안 박물관에 갔다가 다시 대안탑으로 돌아왔다. 대안탑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사실 난 분수쇼 시간을 전혀 알 지 못했다. 근데 마침 갈 때마다 분수쇼를 하고 있었다. 꽤 자주 하는가보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안으면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히는 것은 대안탑과 자은사다.



낮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가들도 많이 보인다. 가방을 옆에 두고 멍 때리고 있는 내게 장사하던 아저씨가 다가와서는 가방 옆에 이렇게 두면 누가 낚아채서 달아난다고 이야기해준다. 꼭 쥐고 있으라고. 물론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마임으로 보여준다. 중국인들은 의외로(?) 친절하다. 쎄쎄. 조명을 위한 가짜 나무가 조잡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빨간 나무는 꽤 예쁘다. 넓은 광장에 대안탑과 분수가 함께 어우러져서 더 그런 것 같다.




벨타워와 드럼타워도 서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야경이지만 이것들은 사실 서안성 한가운데 있기에 일부러 피하지 않는 이상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대안탑은 성 남쪽에 떨어져있어서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 회족거리에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미리 들려보는 것이 좋다. 




분수를 가로질러 가운데서 반영 사진을 찍으면 예쁠 것 같은데 중국인들처럼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내 간이 콩알만해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