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제주도 여행기

회양과 국수군을 만나러 우도에 또 가고 싶다

우도맛집 회양과 국수군

 

 

우도의 아름다움에 아직 가슴 벅차하고 있을 때 우도맛집 양과 국수군의 맛있는 저녁밥이 우도의 아름다움 따위 ㅋ 밀어내고 말았다.

양과 국수군 밖의 우도 모습은 어둠에 감싸여 보이지 않았으니 난 쫄깃한 양과 매콤한 국수군에게 빠져있어도 좋다. ㅎ

 

 

양과 국수군은 원래 우도맛집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에 VJ특공대에 나오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단돈 8천원의 회국수도 좋지만

아무래도 방어철에다가 제대로된 양과 국수군을 만나려면 방어회를 시켜야 한다.

방어회만 시켰을 뿐인데 머리구이, 회국수, 생선전, 매운탕이 줄줄이 나온다. 4인 기준 8만원이니 가격도 좋다.

요즘 제주에는 가을방어가 풍년이어서 물반 고기반이란다.

 

 

 

 

사장님이 방어를 주방으로 모시고(?) 가기전 들어서 보여주셨다.

크.. 크다 =ㅁ= 방어하고 비슷한 녀석도 있었는데... 뭐더라? 구시리? 잊어먹었다. 그냥 방어 친구.

 

  

 

방어인지 방어친구인지 이녀석은 어항 속에서도 참 힘 있어보인다. 어항을 깨고 머리를 들이밀듯. ㅎㄷㄷ

넌 곧 양이 될꺼야. ㅋ

 

 

주방으로 들어간 방어군을 기다리는동안 싱싱한 상추와 깻잎이 테이블에 놓인다.

방어회를 기다리며 서서히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ㅋㅋ

아~ 뒤에 바로 어항이 있는데 이건 마치 외양간 앞에서 소고기를 먹는 거잖아. 생각해보면 잔인하다.

난 괜찮아. 어항을 등지고 앉았거든. 어항 속 방어가 쏘아대는 초음파(?) 따위는 무시할 수 있다구. =ㅁ=

 

 

ㅎㅎㅎㅎㅎㅎㅎ

방어회가 나왔는데 괜시리 웃음이 난다. 돌돌돌 예쁘게 담겨져 나왔다. 요게 4인분 방어회세트의 첫번째인 방어회.

가운데 있는 것이 뱃살. 쫄깃쫄깃하니 담백하고 맛있어 >ㅁ<

 

 

방어회양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을 때 국수군 등장!!!

 

 

요래요래 빨간칠 해줘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건 참 희안하다. ㅋ

아... 배고파. 이래서 여행 갔다와서 맛집 리뷰 쓰는 게 힘든 거다. ㅠㅠ

이거... 배달 안해주나?

 

 

비밀 장갑을 끼고 쓰윽쓰윽 비벼서 그릇에 듬뿍 담아주시는 A형님.

나의 건강을 생각해주신건지 내 그릇에는 야채만 가득 >-< ㅋㅋ

 

 

 

옆테이블에서는 한라봉막걸리를 마시고 우리는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순한소주와 그냥 소주가 있는데 1도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났던 것 같다.

역시 회에는 소주. 아... 달다. 위... 위험해.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 날이 젤 위험해. 자체 검열로 자제 들어감. ㅋ

회양과 국수군은 바로 바다 앞에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철썩철썩 바다 소리가 들리겠지.

태풍만 불지 않는다면 일년 중 언제와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우도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으로 나온 것은 전. 처음에는 굴전인 줄 알았다. 근데 생선전이다.

이럴 때 난 참 표현력에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맛을 표현하는 서술어를 찾아서 리스트화해 놓았는데 알고보면 내 혀가 이걸 정확히 잡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RGB 색상표에서 수십가지의 노란색계열을 그냥 노란색으로 표현하는 사람처럼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냥 그 수십가지 노락색계열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노란색으로 보는 사람처럼

난 맛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맛있다'라는 표현 밖에 할 수 없다고... 노력따위 하지 않고 자위한다. 쩝.

그러니까 이 생선전은 안타깝게도 달리 말할 수 없어서 '그냥' 맛있다는 거다.

 

 

거대한 생선머리구이 등장. 어두육미라는 말이있지않은가. 맛있다.

어두육미의 유래를 보면 가난한 모자가 있었는데 아들이 생선을 잡아와서 어머니께 몸통 살을 발라 주면서

생선은 머리가 맛있으니 머리는 자신이 먹겠다고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도에서 내가 생선머리를 먹고 있으니 난 내일 방어 몸통을 싸서 집으로 가 어머니께 살을 발라드려야 하나?!

(제주도 마지막날 동문시장 이걸 떠올리며 살 많은 방어를 사갈까 하다가 결국 제주옥돔을 사갔다.) 

 

 

방어회 세트의 마지막 주자는 매운탕!!!?? 대신 지리다. 난 지리를 더 좋아한다.

역시 국물이 있어야해. 국물이 있으니 한라산 소주가 더 단 걸. >-<

아... 얼큰해 얼큰해...ㅠㅠ 한 숟가락만 난 왜 내가 먹은 음식이고 내가 찍은 사진인데 이걸 보면서 이렇게 부러운 감정이 드는 거냐.

저 자리에 있었던 내가 부럽다. -_-a

 

 

 

회양과 국수군 밖에서는 차가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고양이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그것도 꾸준히 계속. 그래서 나가보니 고양이 한마리가 회양과 국수군 앞에 앉아 있었다.

매일 이곳에 앉아 회양을 얻어먹었던 모양이다. 양이 많아서 회도 좀 남고 머리구이도 남아 있어서 다시 들어가 가져왔다.

아... 근데 이 녀석이 낮에 만났던 카페 마를린먼로의 고양이들과는 달리 귀염성이 없네. 손바닥에 놓고 주려니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울부짖더니 '네 놈 손바닥에 있는 걸 내가 어떻게 먹냐'는 자존심은 남아있어서 먹지를 않네. 결국 던져 주고 다시 들어왔다.

계속 구슬프게도 울어대는 녀석 때문에 회와 생선조각을 들고 여러번 들락거리고 말았다.

 

  

 

제주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2473

064-782-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