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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프로즌랜드 두번째 : 얼어붙은 땅에 사는 사람들 - 끔찍한 삶의 아이러니

연극 프로즌랜드 두번째 : 얼어붙은 땅에 사는 사람들

 

 끔찍한 삶의 아이러니

 

연극다운 연극을 봐서 좋았다. 연극다운 연극이 뭔지 모르겠는데 <프로즌 랜드>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로즌 랜드>는 동서로 나뉘어진 채 84년간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하얀모자를 쓴 부를 가진 사람들은 국가 방공호가 아닌 개인 방공호를 가지고 싶어한다. 가난한 우리의 주인공 가족은 그들을 위해 방공호를 파서 제공하기로 한다. 연출의 변에서는 그들이 이전에는 행복했을 지 모르는데 방공호를 파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을 정반대다.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말지만 그 과정만은 그들에게 즐거움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들의 생애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간은 전혀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오랜 시간이 지속되면서 코앞에 폭탄이라도 떨어져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배고픔이다. 하지만 그것은 84년간 지속되는 전쟁상황에서 나아질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운명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방안을 지키거나 거리를 헤매며 빵 한조각 없을까 두리번 거리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러다 방공호를 파기 시작한 것이다. 꿈에 부풀어 방공호를 파는 그들에게 그것은 새로운 삶이었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방공호를 파기 시작한 그들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폭격이 떨어져 방공호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돈(먹을 것)을 지불하고 방공호를 사용하는 상황말이다. 그러니 이제 그들은 지난 84년간처럼 전쟁이 지속되면 자신들은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일상은 항상 전쟁중에 벌어지는 것이니까. 그들에게 평화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고,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일 지 모른다.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면서 곧 전쟁이 끝나고 그들은 평화보다는 전쟁을 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닿뜨리겠구나하는 예상을 하게된다.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그 예상은 적중하고 그들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이었고 전쟁은 계속된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행복해져야 하는 것인데...

 

 

딸 만용은 우리의 삶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만 전쟁상황에서는 그나마도 운이 좋다고(?)할 수 있는 몸을 팔아 물건을 구하는 것을 아무렇지 하는 아이고, 아들 만수는 전쟁에 나갔다가 고문을 받고 전쟁 휴유증을 앓게 되어 정신이 이상하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는 철저히 소민적 삶을 살아간다. 방공호를 파는 것이 그들의 최대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계속되고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들은 수명의 사람을 죽이고 그들도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남은 생존자는 정신이 온전히 못한 만수뿐이다.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웃는 장면이 아니라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장면이 많다. 부조리함에 대한 웃음? 하여간 내가 좋아하는 웃음코드였다. (사실 난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주는 장면들은 작위적이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가 극 속에 이상의 '오감도'를 읽는다. 세줄 읽고 말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읊는다. 그들의 마음은 도로를 질주하는 그 아해의 마음과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