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서안 진시황릉, 의외로 별볼일 없는 황제의 무덤


진시황릉은 병마용갱에서 2km 떨어져있다. 여행자들은 병마용갱의 명성 때문에 정작 진시황제가 묻혀있는 진시황릉은 떠올리지 못한다. 병마용갱에 있는 커다란 진시황의 동상 앞에 진시황릉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처음에는 이걸 찾지 못해서 걸어서 갔다가 올 때는 셔틀버스를 탔다. 걸어가는 동안 중국의 시골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근데 내가 간 곳이 진시황릉이 맞을까하는 의문이 든 것은 한국으로 돌아와서이다. 사진을 찾아보니 릉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만들어져있고 앞에 조성된 공원도 조금 달라보였다. 물론 내가 간 곳의 사진이 훨씬 많이 보였지만 진시황릉이 이렇게 관리돼? 라고 느낄 정도로 릉이 조금 엉성하게 관리되고 있었기에 내가 잘못 같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진시황은 자신의 무덤을 조성하기 위해 38년간 70만명을 동원했다. 죽음을 피해 영생을 누리고 싶었겠지만 그건 결국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한다는 짓이 말도 안되는 무덤을 조성한 것이다. 수 많은 희생으로 만들어진 무덤인데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병마용갱이 우연히 발견되고 진시황릉도 밝혀졌지만 정작 진시황릉의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주변 일대에서도 계속 유물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완벽한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땅을 파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시황릉에서는 다른 곳보다 100배 많은 수은이 측정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침입자의 도굴을 막기 위한 것인지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침입자가 도굴에 성공한다고 해도 릉 안에 유해물질이 많다면 그것에 중독되어서 사망하고 말 것이다. 사실 지금 과학기술로 그런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병마용갱보다 더 굉장한 것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진시황릉이 가지고 있는 신화를 깨지 않으려하는 지도 모르겠다.



진시황릉은 우리가 경주에서 보는 왕의 릉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산처럼 보인다. 높이가 76미터에 한 면이 400미터가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처럼 그냥 나무들이 자라있다. 릉 주변에는 중국의 여느 관광지처럼 넓은 공원을 조성해 두었다. 그래서 전기카트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유료다. 전시관도 몇 개 있지만 사실 병마용갱과 그 곳에 있는 박물관과 비교해서 특별한 유물과 규모는 없다. 단일 묘로는 세계 최고 규모라고 한다. 그의 무덤에는 지하 궁과 건물들이 가득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과 같은 릉에 작은 오솔길이 보였다. 그래서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는 돌로 만들어진 넓은 재단이 있다. 그 위는 그저 평평한 땅과 나무들이 심어져있다. 릉 전체에 쓰레기가 정말 많다. 진짜 진시황릉이라면 이렇게 관리할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의심하게 된다. 내가 엉뚱한 곳에 오른 것일까? 진시황릉 주변에 또 다른 릉이 있는 것일까?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데...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무가 많아서 시야를 가리는 와중에 한쪽면에서 조금 풍경이 보인다. 하지만 뿌연 중국의 대기는 그마저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정작 진시황릉에는 볼 것이 없었다. 수십년 후 발굴이 완료되고 어쩌면 병마용갱보다 더 큰 관심을 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동네에 있는 산과 다를 바가 없다. 병마용갱 근처지만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