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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수업 - 생각지 않은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광기

연극 수업

 

 생각지 않은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광기

 

  극단 노을이 공연하는 <수업>이 동숭무대소극장에서 처음 공연하는 날 공연을 보게 되었다. 에어콘이 고장 났는지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푹푹 찌는 듯 더웠다. 배우들은 연기를 시작한지 5분만에 옷을 다 적실정도의 땀을 흘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보는 사람이 힘들정도로 땀을 흘렸다. 물론 관객들도 연신 손부채를 부쳐야 했다. 너무 더워서 공연에 집중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학생에 대한 교수의 짜증이 이 더위 때문에 더 리얼하게 드러나고 관객의 공감도 높아지는 것 같았다.  어서 빵빵한 에어콘 시스템이 가동되어서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오네스코는 수 없이 많이 들어 본 이름이지만 내게는 <대머리 여가수>의 작가일 뿐이었다. (내가 접해 본 그의 작품은 민음사에서 나온 그의 책 단 한권이므로.) 그래서 그의 희곡으로 공연되어지는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극이 끝나고 왜 그의 작품이 부조리극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본 부조리극이라면 <고도를 기다리며>밖에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부조리극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수업>은 기승전결이 확실이 있었다. 왠지 부조리극이라 하면 기승전결이 없이 조금은 난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이오네스코의 글은 어느새 고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 많은 극단에 의해 계속 공연되어지고 있다. 극단 노을의 <수업>을 보고 다른 극단이었다면 다른 연출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국내에서 otr극단이 공연한 <수업>의 동영상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이 영상과 비교해 보면 극단 노을의 공연은 정말 뛰어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줌마'라 불리는 하녀가 등장한다. 그는 남자다. 하지만 여자의 역할을 한다. 타이트한 옷을 입어 불룩 뛰어나온 배가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 나는 원작에서도 남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렇게하면 부조리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다른 극단의 공연자료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의문이다. 왜 남자배우를 썼을까. 솔직히 극이 진행되면 그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기 때문에 그 의구심이 더 커졌다. 하녀의 캐릭터가 남자 같이 강인하고 으악스럽지만 말이다.

 

 

 <수업>은 네버엔딩 스토리같이 이야기의 끝과 시작이 맞물린다. 교수의 대사가 가끔 안 들리기는 했지만 교수와 학생의 연기는 비교적 뛰어났던 것 같다. 뺄셈조차 제대로 못하는 학생은 종합박사가 되기를 원하고 학생에 대한 욕망을 감춘 교수는 자신의 밥줄이어서인지 과장되게 친절하다. 하지만 수학과 언어학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위치는 극단적이게 변한다. 교수는 자신의 귄위를 강조하고 학생은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굴종한다. 마치 대학원생들이 학위를 따기 위해 교수들에게 그러듯이 말이다. 얼핏 이중인격처럼 보이는 교수는 결코 이중 인격은 아니다. 단지 그의 본질인 자인성을 지성인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 자인성의 결과물을 해결해주는 하녀와 이상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공연을 친구와 함께 본다면 공연이 끝난 후 술집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광기'와 '교육' '권위' '복종'... 할 말은 많지만 정리가 안되네. (정리 안된다는 건 핑계고 귀찮다. -_-a) 에어콘이 빵빵하다면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