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져

 

 사랑은 원래 쿨하지 않다

 

  연극 <클로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떤 연극보다도 높다. 그건 논의의 여지없이 문근영 때문이다. 문근영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이고 그 배역이라는 것이 스트립 댄서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주목했다. 결국 그 관심은 연극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티켓판매로 이어졌다.

 

 영화 <클로저>와 연극 <클로져>의 포스터는 거의 같은 모습이다. 4명의 주인공과 그들의 배치, ‘첫눈에 반한 사랑, 숨겨진 유혹’라는 카피와 ‘널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어’라는 카피도 다를 바 없다. 처음에 포스터를 보고 놀랐다. 아무리 원작이 훌륭해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연출자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연극 <클로져>는 포스터만으로 원작에 충실하고자 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 저 포스터 속 단 네명의 주인공들이 전부지만 연극은 더블 캐스팅으로 이어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똑같은 대본과 포맷 위에 같은 연기를 해서 두 개의 필름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하지만 연극 <클로져>는 다른 배우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대사를 한다. 문근영도, 신다은도 말한다. Hello Stranger. 연극 <클로져>는 보고 싶었지만 꼭 문근영‧엄기준의 <클로져>를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지난 주말 본 무대에는 신다은, 이재호, 최광일, 진경의 캐스팅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그들의 팬이어서 얼굴이라도 보기 위함이 아니라면 문근영‧엄기준 캐스팅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신다은은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앨리스역이다. 같은 역에 두 번째 캐스팅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네 배우가 각각의 역에 이물감 없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렇게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하는 건 너무 한쪽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속상해서다. 리뷰를 쓰기 위해 사진을 찾아보는데도 신다은의 공연장면이 거의 없어서 좀 어이가 없었다. 프레스콜 때 문근영만 찍은 건가...... 하여간 지금도 내가 본 캐스팅으로는 예매할 수 있으니 문엄페어를 고집하지 마라.

 

 

 무대가 좋다 시리즈의 두 번째 연극인 <클로져>는 첫 번째 연극인 <풀 포 러브>처럼 때깔(?)이 좋다. 모든 방향의 벽이 하얗고 텅 빈 무대가 주어진다. 하얀 벽과 함께 양 옆으로 닫히거나 가려지지 않고 뚫려있는 네 개의 출입구와 무대 정면의 스크린으로 사용되어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각 틀도 인상적이었다. 극의 진행은 그 텅 빈 무대에 각 장면마다 필요한 소품 가져다두는 식이다. 그래서 다른 연극에 비해 암전이 긴 편인데 암전되는 시간동안 극에 어울리는 음악이 사용된다. (원작에 충실하게도 음악도 영화 속 ost를 가져다 쓴다.) 소품들의 색이 포스터의 색처럼 붉다. 사방이 희다보니 조명의 색에 따라 전체 무대의 색이 결정된다. 반면 바닥만은 수족관과 같은 파란색이다. 애나는 수족관 앞에 앉아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관객 입장에서 배우들이 움직이는 저 무대는 수족관이다. 애나가 수족관 안 물고기들을 구경하듯 관객은 무대 위 배우들을 구경한다. 그녀가 가끔 수족관에 가듯 우리도 가끔 극장을 찾는다. 애나가 수족관을 찾는 이유와 우리가극장을 찾는이유도 같을 것이다.

 

 

  내가 본 <클로져>의 캐스팅. 신다은씨는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 처음 보았던 그 귀여운 모습과 말투 그대로였고 (그 귀여운 말투 때문에 후반에 심각한 장면에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최광일씨와 진경씨는 그들의 관록이 유감없이 녹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재호의 댄도 좋았다. 왠지 래리보다는 댄을 때려주고 싶었으니까.  (래리와 댄이 같이 처음으로 나와 대사를 주고 맞는 장면에서는 댄의 말투? 연기?가 조금 이상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전시회에서 댄과 애나가 함께 있는 장면이었다. 댄이 애나를 찾아와 유혹(?)하고 애나도 반응하는 장면인데 그들의 뒤에는 앨리스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속 사람들이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 모르면서’ 사진을 찍어 예술이랍시고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앨리스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댄과 애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도 불구하고 온전히 앨리스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소설가와 의사, 사진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스트리퍼인 앨리스는 책 속의 문장이고 사진속의 모델일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엘리스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그녀에게 언제까지나 Stranger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그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연기일 뿐이라고, 그래서 그녀는 그들에게 제인이 아닌 앨리스였나보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매력적인 앨리스. 그녀는 다시 이상한 나라로 돌아갔을까?

 

 <클로져>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는 건 Cool한 사랑과 인생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사랑과 인생은 구질구질하다. 그래서 절실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불타오르는 감정만이 사랑이 아니다. 그건 정말 찰나일 뿐이니까. 연극 <클로져>는 진짜를 보여준다. 그래서 적어도 20대후반부터 추천한다. 그 전의 나잇대에는 조금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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