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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애자 - 영화를 연극으로 새롭게 보여주기

연극 애자

 

 영화를 연극으로 새롭게 보여주기

 

 

 연극 <애자>는 영화 <애자>를 가져다가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영화 포스터가 최강희, 김영애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처럼 연극에서는 소유진, 금보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구도 같다. 그렇게 연극은 영화를 그대로 카피하고 있다. 새로운 각색은 거의 없다. 영화 <애자>가 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고 비디오와 다운로드시장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텐데 이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사실 연극 <애자>를 보기로 할 때 영화 <애자>가 좋았기 때문에 보려고 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굉장한 아이러니이긴 하다.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연극을 보는 것인데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너무 뻔하고 달리 보여주자니 사람들의 기대가 있고말이다.

 

내가 보게 된 캐스팅은 연극 <애자>가 전면으로 내세우는 소유진도 아니고 300: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 송지영도 아니었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베이비복스 출신'이라는 수식이 붙어있는 이희진이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다. 하필이면 세명의 애자 중 이희진일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희진은 이물감없이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연극 <애자>는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연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비오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천장의 조명아래 물통을 설치하고 그 위로 물을 떨어뜨림으로써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번지는 모양이 빛과 함께 무대에 퍼진다. 극의 중간중간 극에는 등장하지 않는 여인 하나가 등장하여 익살을 부리고 함축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실 이 부분이 어쩌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부분이다. 관객과의 소통도 시도한다. 연극 <애자>가 별로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연극이어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닌 건 사실이다. 더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했다면 더 공감할 수 있었을까? 공연장이 180도까지 관객이 볼 수 있는 구조였고 그래서 무대도 둥글고 배우들은 관객과의 거리가 떨어져있다. 이 연극은 대극장에는 어울리는 않는 스토리다. 그래서 중극장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둥그런 구조때문에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거 같다. 아, 그리고 의사 아저씨의 어설프게 보이는 연기는 설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