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제주도 여행기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제주와 사진을 사랑한 남자의 공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폐교된 삼달분교를 2001년 말부터 리모델링하여 2002년 8월 개관한 갤러리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4천평의 부지에는 제주를 닮은 정원과 김영갑이 찍은 사진 20만장이 보관되고 전시되어있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은 일정시간마다 사진을 로테이션한다. 갤러리가 문을 연 지 3년 후인 2005년 김영갑은 쉰도 되기 전에 루게릭병으로 사망한다. 그 동안 <용눈이 오름> <잃어버린 풍경> <나의 이어도, 오름> <제주의 오름 그리고 바람> 등 제주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었다. 김영갑 갤러리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부문에 선정되었고 한국관광공사 이달에 가볼만한 곳,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선정 된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학교 운동장이었을 공간에은 정원으로 잘 가꾸어지고 센스있는 토우들이 있고 사진이 전시된 공간도 현무암과 제주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장소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감성은 김영갑이라는, 사진과 제주에 미쳤던 남자가 루게릭병이라는 죽음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병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제주에 몰두했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 (삼달로 137)

 064-784-9907

 dumoak@dumoak.com 

 http://www.dumoak.co.kr/

 매주 수요일 휴관 / 설날, 추석 당일

 관람료 : 성인 3천원, 청소년/제주도민/군인 2천원, 

 어린이 1천원, 7세미만/장애인/성산읍민 무료


 봄   [3월 - 6월] 9시 30분 - 18시

 여름 [7월 - 8월] 9시 30분 - 19시

 가을 [9월 - 10월]9시 30분 - 18시

 겨울 [11월 - 2월]9시 30분 - 17시

 



정원이 된 학교 운동장 곳곳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토우는 제주 성읍에서 토우갤러리를 운영하는 김숙자의 작품이다. 투박하지만 마음을 끄는 토우들은 갤러리 두모악과 썩 잘 어울린다. 


 


 


김영갑은 82년 처음 제주도에 들렸다가 제주에 매료되어 85년부터 제주에 정착해서 제주의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과 제주에 대한 열정은 그를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제주를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30만장이나 되는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9년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증상이 심해져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병원에서 그에게 내린 진단이 루게릭병이다. 그 후 자신의 사진을 정리해서 갤러리 두모악을 연 것이다.


  


 


수선화는 이른 봄에 피어나 아직 쌀쌀한 날씨지만 제주에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두모악의 정원에도 예쁘게 피어난 수선화들이 많았다. 수선화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결함이라고 한다. 김영갑 작가가 제주와 사진을 향해 말했을 법한 말이고 그의 삶이 드러나는 꽃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뚝. 뚝. 새빨간 동백이 떨어진다.




돌 하나하나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아, 천년만년 저 표정을 유지하려면 얼굴 좀 땡기겠는걸 ㅎ


 

 

김영갑 갤러리 앞 정원길은 검다. 검은 제주땅이 그대로 그곳에 있다. 제주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제주 그 자체다. 이곳이 제주이기에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제주가 제주다워서 매력적이다.



이곳이 오래전 학교였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있다.

 

 


갤러리 앞 감나무 밑에는 김영갑 작가가 묻혀있다. 수목장을 한 것이다. 멋진 정원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갤러리에 들어갈 때 내기 때문이다.


무심히 놓여있는 작은 나무 의자가 김영갑 작가 같고 제주같다.


 

 

사진들은 모두 파노라마 사진들이다. 전시장 내부 벽을 타고 놓여있는 현무암들와 넓은 여백이 좋다.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업실이 오래전 그 모습으로 남아있다. 텅 빈 작업실 책상위로 봄햇살이 따사롭다. 

 

   

 

사진과 제주의 무엇이 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것에 몰입하게 만들었을까. 그는 가난해 매끼니를 라면으로 때워야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돈이 생기면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고 한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사진은 남아있다. 그것도 단 한장의 사진이 아니다. 엽서와 디지털 사진으로 복제된 사진은 더 이상 제주를 찾지 않아도 김영갑의 사진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사진의 영원성 때문에 자신의 육체와 맞바꾸어나간 건 아닐 것 같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그녀를 얻지 못해 좌절하고 죽어버린 사내처럼 그는 사진과 제주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린 것이겠지. 그는 그녀를 얻었다. 제주는 오롯이 그의 프레임 안에 담겼고 그는 미소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혹 미처 담지 못한 그녀의 아름다움이 있을까봐 또 카메라를 들고 제주도 곳곳을 헤매었겠지.

 

 

김영갑 작가의 책과 사진이 담긴 엽서, 포스터등을 구매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김영갑 갤러리 뒷쪽으로도 소소하지만 감타사가 나오는 제주의 풍경이 숨어 있었다. 제주에 갑자기 뚝 떨어진 생뚱맞은 관광지가 아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갤러리 한쪽으로는 두모악 찻집이 있다. 무인찻집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만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