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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미얀마 여행기

한낮의 밍군여행 - 밍군대탑, 밍군종.....

 

만달레이에서 주변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사가잉과 밍군이 있다. 사가잉은 하룻밤 지내는 것도 괜찮은데 밍군은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용보트를 이용해서 몇 시간내에 다녀온다. 나도 이른 아침 숙소 앞 자전거 가게에 가서 자전거를 2000짯에 빌려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니 일본인 아저씨가 있다. 이 아저씨도 밍군으로 간단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오키나와 이야기가 나왔다. 난 오키나와가 생각나지 않아서 류큐라고 하니까 놀란다. 마치 내가 일본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사람이라는 듯.

 

 

만달레이에서 밍군으로 향하는 배는 오전 9시에 출발하는데 이동시간은 1시간이다. 밍군에서 만달레이로 돌아오는 배는 오후 1시에 출발한다. 이동시간은 40분이다. 가격은 1인당 5천짯이다. 글씨를 얼마나 천천히 꼼꼼히 적으시는지 뒤에 줄 서 있던 일본인 아저씨와 난 그냥 한 장으로 티켓을 끊자고 이야기해서 일행이라고 하고 한장으로 받았다. 선착장에 가면 개인적으로 배를 빌릴 수도 있다. 그러면 오고가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편리하겠지만 돈을 더 써야한다. 물론 일행이 많다면 그 편이 더 편리하고 심지어 저렴할 수도 있다.

 

 

 

이 일본인 아저씨 은근 느낌있다. 이 지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더라. 지난달까지 비가 너무 많이와서 이 이라와디강에 있는 가옥들이 잠기고 부서졌다며 배를 타고 가는동안 보이는 집들을 가리키더라. 밍군에 도착해서는 따로 다녔는데 은근슬쩍 따라와서 설명하면서 가이드하려는 미얀마 청년을 떼어내지 않고 그냥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도 듣더라. 아... 저 여유로운 모습. ㅎ

 

 

 

나무다리를 건너서 보이는 배가 내가 탈 배는 아니다. 저 배 안으로 들어가서 반대쪽으로 나가면 또 다른 배가 붙어있는데 그 배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또 다른 배로... 그렇게 강 바깥쪽에 서 있는 배를 탄다.

 

 

나와 같은 배를 타고 갈 일행들. 선원들이 대나무를 들어서 임시 안전바를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수상가옥들과 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특별한 풍경은 없다. 단지 이와라디강이 정말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이와라디강이 양곤까지 이어지고 바다로 흘러가게된다. 길이가 무려 2천킬로미터에 달하는 미얀마의 젖줄이다.

 

 

 

땅이 없는 사람들은 밀리고 밀려 산으로 들어가거나 물 위로 오게 된다. 그들은 언제부터 물 위에 살게 되었을까? 여인이 물 속에 서 있음에도 허벅다리까지만 있는 걸보면 건기가 되면 저 곳은 모두 땅이 될 것 같다.

 

 

멀리서 소년이 물 위를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깜짝 놀라 줌해보니 농로처럼 길이 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서 갑판 위가 아닌 아래에 앉아 한시간을 보내니 밍군에 도착했다. 밍군의 선착장엔 작은 사원이 있고 그 앞은 이곳 사람들의 빨래터이자 목욕탕이기도 했다.

 

 

내 발보다도 작은 강아지들이 뒤에 어미를 뒤로 하고 내게 달려온다. 미안, 줄게 없다. 밍군대탑 앞쪽으로 4-50미터 앞에는 이렇게 동그란 귀여운 코끼리 상이 두개 서 있다. 너무 동그랗게 생겨서 처음엔 코끼리상인지 몰랐다.  

 

 

 

밍군대탑은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꽁바웅왕조를 망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샤 자한이 타지마할을 지으며 나라의 재정을 휘청하게 해서 물러나야했던 것과는 다른 이유이다. 1792년 보도파야왕은 스스로 왕이 된 것을 축하하고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 150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탑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밍군대탑이다. 20년이나 탑의 공사는 계속되는데 그 동안 천명이 넘는 노예와 전쟁포로들이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 타지마할처럼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려 무지막지하게 크게만 만들고 있으니 노동은 더 견디기 힘들었을지 모르겠다. 결국 그들은 꽁바웅왕조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인도의 아쌈지역으로 도망가게된다. 이에 꽁바웅왕조의 군대는 그들을 쫓아가서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국경을 침범하는 행위로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호시탐탐 식민지를 넓힐 기회만 탐내던 영국으로써는 명분과 기회가 된 셈이다. 결국 이를 빌미로 영국은 미얀마로 쳐들어왔고 미얀마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물론 미얀마가 단박에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밍군대탑에서부터 제국주의의 침략과 왕국의 쇠퇴가 시작된 것이다.

 

 

150미터로 지으려고 했던 밍군대탑의 공사는 중단되어 70미터에서 멈춰야했다. 그리고 1838년 일어난 지진으로 크게 금이 가고 여기저기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밍군대탑에 오른다. 나도 올랐다. 왠지 올라야할 것 같잖아. ㅎ 근데 정말 엄청난 양의 벽돌이 빼곡히 쌓여있다. 이 엄청난 크기의 대탑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공간에 부처가 있다.

 

 

정면에 불상이 있는 공간에 들어갔다 나와서 바로 계단쪽으로 오르다가 딱 걸렸다. 아래서 부르더라. 돈을 내야했던 것이다. 결국 관리사무소에 가서 3달러 주고 종이를 받았다. 신발을 맡기는 곳이 있는데 맡겼다가 찾을 때 돈 줘야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대충 계단 옆에 벗어놨다. 온통 벽돌로 이루어져 강한 햇살에 노출되어있어서 바닥을 정말 뜨겁다. 신발도 되도록 그늘에 둬야한다.

 

 

티켓을 보면 밍군 뿐 아니라 사가잉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무너진 돌틈에 새끼 강아지들이 모여있다. 해가 지고 텅빈 이곳을 뛰어다닐 녀석들은 이 녀석들이겠다. 지금쯤이면 훌쩍 커서 밍군 사방을 뛰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너진 틈 사이로 들어가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다. 다시 한번 지진이 난다면 더 이상 밍군대탑에는 오를 수 없을 것이다. 지진이 없다면 수백년은 더 버틸 것 같다. 정말 볼 수록 신기하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네모반듯하게 만든 것일까. 이 놈의 왕은 미적감각이란 없는 걸까. ㅎ

 

 

탑 위에 오르면 마땅히 앉을 곳이 없는데다 온통 뜨거워서 오랜시간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와라디강과 밍군의 푸른 초원과 산들이 보인다.  

 

이 사진의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잠시 서서 사진을 찍고는 앗 뜨거라고 외치며 발을 동동구르고 그늘로 찾아들어가는 것이다. ㅋ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에 장사하는 사람들도 많고 식당들도 몇 개 있다. 건기가 아니어서 여행자들이 많지 않은 관계로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밍군종은 세계에서 두번째 큰 종으로 1808년 보다파야왕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무게 90톤에 높이가 3.3미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은 러시아에 있는 황제의 종으로 6.6미터에 206톤에 이르러 빙군종은 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종은 일부분이 깨졌고 바닥에 놓아둬서 장식품에 불과하다. 반면 밍군종은 지금도 칠 수 있다. 누구나 옆에 있는 나무막대를 들어 종을 울릴 수 있다.

 

 

 

종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낙서가 빼곡하다. 지진이 났을 때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다시 세웠다고 한다. 지지대도 참 힘들겠다. 앞으로 또 백년을 그렇게 버텨야할 지도 모르는데.

 

 

 

샤야도 스님을 모시는 사원은 정원이 참 예쁘더라. 사원 모양도 특이하다. 사실 스님은 부처를 모시는 사람인데 덕을 많이 쌓아서 결국은 부처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없지 않나?! 그냥 존경의 대상일 뿐이지 그들 자체가 신격화되지는 않으니까. 우린 대승불교이고 미얀마는 소승불교이기 때문일까?

 

 

 

10시에 밍군에 도착해서 3시간동안 둘러볼 수 있다. 그 사이 고픈 배를 위한 일용한 양식을 준다. 간단한 국수로 깔끔하다. 1천짯.

 

 

날 밍군으로 데려다준 배로 이제 만달레이로 돌아간다.

 

 

하루의 일과가 끝난 것에 고무되었는지 아직 육지가 저 멀리 있는데 일찌감치 줄을 꺼내서 기다리고 있는 선원. 이제 뭐하시나요? 낚시대를 들고나가 낚시라고 하시려나? 아니면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신문을 뒤적거릴 지도 모르겠다. 난 이제 자전거를 타고 만달레이힐과 구도도사원으로 향할 것이다. 난 끊임없이 움직이는 여행자고 그는 그 자리에 멈춰져있는 생활자니까. 문득 이곳에 멈춰서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사이에 해먹을 묶어두고 재밌는 소설 한권 읽고 싶어진다. 그처럼 배에 여행자들을 태우고 밍군과 만달레이를 오가고 싶어지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