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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미얀마 여행기

사가잉힐의 일몰 그리고 번개

 

 

바간에서는 쉐산도 사원에 올라 일몰을 봐야하고 만달레이에서는 만달레이힐이나 우뻬인다리에서 일몰을 봐야하는 것처럼 사가잉에서는 일몰을 보기위해서 사가잉힐에 올라야 한다. 시장 앞에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3천짯에 사가잉힐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직선으로 가까워 보였던 언덕을 완만한 길로 돌아서 올라가야했다. 정상에 올랐는데 구름이 많다. 일몰은커녕 비를 걱정해야할 정도였다.

 

 

이라와디강 위로는 많은 선박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저 배들은 며칠 후 양곤을 지나 바다로 나갈지도 모른다. 사가잉힐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서 많은 사원들이 즐비하다. 강과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좋은 위치에는 어김없이 사원들이 세워져 있다. 다른 나라라면 이곳에 돈 많은 부자의 저택들이 들어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이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부처와 그들의 제자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

 

 

왕복으로 오토바이를 빌릴 경우 시간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서로 불편할 수가 있다. 구경을 하는 사람은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하고 드라이버는 언제까지 기다려야할 지 몰라 자리를 지키면 불안하다. 나중에 돈을 더 줘야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을 정확하게 하거나 편도만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짝이는 화려한 사원 안 풍경보다 눈이 시원한 초록이 가득한 사가잉을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왠지 부처는 이 곳이 아닌 저 세상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둠이 다가오면 파고다를 향한 조명이 켜져서 더 반짝이며 빛난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지만 다행히 지는 해의 빛깔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저 멀리 구름이 많은 곳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까웅무도와 비슷하게 생긴 파고다도 보인다. 옆에 있던 미얀마인에게 물었더니 유명한 사원이라고 한다.

 

저 멀리 비가 내리고 있던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멀리서 날 기다리고 있던 드라이버가 달려와서 은근 압박을 준다. 난 일몰을 보기 위해서 사가잉힐에 가는 거라고 말했고 해는 아직 지는 중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삼각대를 가지고 왔다면 지평선 너머로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사선으로 그어지는 번개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데 안타깝다. 재밌는 건 번개와 천둥이 칠 때마다 마치 그것에 맞기라도 할 듯 사원에 있던 미얀마인들은 깜짝 놀라 어딘가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번개를 맞아 죽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_-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난 용감했다.

 

 

결국 은근한 압박에 못 이겨 내려가기로 했다. 번개가 정말 멋있었다. 카메라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숙소에 돌아간 후에도 천둥번개는 계속되었고 폭우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사가잉힐 꼭대기에서 사원이 빛난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처마 아래에 삼각대를 세우고 번개를 찍었다. 처마 아래 두다보니 처마에 가리기도 한다. 사선으로 그어진 빛은 놀랍게도 비행기다!!! 저렇게 번개가 쳐 대는데 그 사이로 작은 비행기가 날라가고 있었다. 황당하다.  

 

 

방향을 바꿔서 번개 사진을 찍었다. 처음 찍는 번개사진이어서 스킬이 많이 없지만 찍어놓고보니 만족스럽다. 물론 조금만 더 구도를 잘 잡아서 찍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특히 사가잉힐에서 보았던 엄청난 번개들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녀야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