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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뮤지컬] 장부가 - 채워주고 싶은 아쉬움

뮤지컬 장부가

 채워주고 싶은 아쉬움

 

공연이 시작되고 10분. 나는 굉장히 설레는 마음이 되었다. 정말 멋진 공연을 볼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극이 진행되면서 여지 없이 무너져버렸다. 극 초반 나를 설레게 했던 요소들은 독특한 무대장치와 힘있고 색깔있는 군무와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내가 좋아하지 마지않는 이승열이 작곡한 노래들이 라이브로 연주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무대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무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객석이 있어 맞은편 관객을 바라보며 공연을 보게 된다. 객석이 놓이지 않은 두 방면으로는 각각 3개의 문이 밑에 있고 위에 한개의 문이 더 위치해 있다. 한쪽 방향의 높은 위치에는 장막에 가려져 흐릿하게 보여지는 연주자들이 있다. 그리고 한쪽 방향 객석의 가운데에도 통로가 있어 배우들이 들고 난다. 즉 관객이 들어온 문에서 배우들이 들어오고 나가며 그 방향에서 조명까지 비추어져 놀라웠다. 단순한 하지만 독특한 구조의 무대 디자인이 좋았다. 90년대 중반 두장의 음반을 발표하고 해체했던 유앤미 블루는 그 두 음반이 모두 한국 100대음반에 들 정도의 포스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유앤미 블루의 이승열이 이 공연의 음악을 직접 만들었다. 음악은 굉장히 좋다. 근데 대사가 음악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배우들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 때가 종종있었다. 그건 마치 가창력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덕순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신아리랑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극 중간에 삽입 할 것이 아니라 본 공연 전에 넣었으면 어땠을까? 공연이 시작되기 5분전 (물론 막 극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관객들도 있다) 바람잡이로서 나와서 핸드폰은 껐는지 촬영을 하면 안된다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장부가를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공연 중간에 삽입된 이 장면은 마치 다음 장면이 대규모 전투장면이고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불러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 장면은 그것으로 그냥 끝이다. 연속성을 가지지 못하므로 극을 산만하게 만들뿐이다. 안중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도 조금 뜬끔없다. 게다가 연주시간이 길기까지 하다. 그 장면을 넣고 싶었다면 조금 다른 방식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토마스 안중근의 대한 이야기는 종교에 대한 장면이 많아 놀랐다. 결국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므로서 정말 보여줘야 하는 이야기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안중근이 가족의 안위 따위는 생각치 않고 의병대 활동을 해서 그 가족이 처해야 했던 상황은 나타나 있지만 그들의 감정은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그것을 생략했다면 안중근에게 더 집중해서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그의 갈등과 고뇌같은 것 말이다. 종교적 이야기말고 말이다. 순간 감정의 절제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저 양간의 희곡 수정과 연습이 필요하다. 정말 멋있을 수 있는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