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리매는 제주에서 매화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름도 놀이의순우리말 '노리'와 매화나무 '매'를 붙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제주에 도착하던 날 제주에 소복이 쌓였던 눈은 온데간데 없고 육지보다 먼저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이다. 내가 갔을 때는 온전히 만개했을 때가 아니라서 지금 가면 가장 예쁠 것 같다. 매화가 좋다. 작은 꽃들이 촘촘히 가지에 달려 봄이 지난 후 떨어져도 목련과 달리 예쁘다. 그리고 아직채 겨울이 가지 않은 듯한 날씨에 피어나 봄이 시작되었음을 먼저 알리는 꽃 중 하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이 아름다움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굳은 의지를 상징했다고 한다. 김시습이 매월당(매화나무에 달이 떠오르는 집)이라는 호를 사용한 것도 결국 매화가 가지는 이러한 의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654-1번지

064-792-8211~4

오전 9시 - 오후 7시

http://www.norimae.com

http://www.facebook.com/norimae2012

성인 9천원, 청소년/군인/유공자/경로/장애인 6천원, 어린이 5천원 



노리매가 매화만으로 가득한 공원은 아니다. 제주의 현무암 돌담길에 노란 수선화들도 피어있고 지독한(?) 맛으로 겨울이 되도록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 하귤나무들도 있다. 겨울을 대표하는 동백나무에서는 동백이 뚝뚝 떨어져 초록풀들위로 예쁘게 흩날려져있다. 호수와 폭포, 제주의 전통가옥, 작은 녹차밭등 제주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애쓴 노력이 엿보인다.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카멜리아힐이 동백에만 매진하듯이 노리매는 매화에만 집중하는 것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깐했다. 하지만 동백이 종류에 따라 피는시기가 넓게 분포되어있는반면 매화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건 힘들어보인다.


  

  

 

예쁜 꽃들을 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보지만 보이는 것만큼의 아름다움이 담기지 못해 부질없이 실력보다는 카메라를 탓한다. 부끄러운 나머지 꽃을 찍은 사진들은 최대한 작게 넣어본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공부하고 다시 찍기를 반복해야할텐데 꼭 찍을때만 투덜거리고 다음 행동이 없으니 발전이 없다. 매화가 매서운 겨울을 뚫고 피어나듯 모든지 해야할텐데 말이다.

모두 단단히 두껍고 어두운 옷으로 껴입고 왔는데 매화만 그 작고 하얀 꽃을 먼저 피어낸 것을 보니 카메라를 꺼내들기 바쁘다. 
 


  

  

 

동백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매료되어 시를 노래했다. 하늘거리는 매화가 가느다란 아름다움을 가졌다면 동백은 굵고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매료되나보다.

 

동백

                                                                박남준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 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다만 일벌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동백을 보는 일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갔던 건

거기 내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제주의 기와집과 초가집 외에도 몇 개의 건물이 더 있다. 매화꽃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 전시장 역할을 하는 건물이 그것이다. 전시실에는 디지털화된 다양한 명화와 병풍들이 있고 지하에는 3G 조명으로 표현된 사계절을 볼 수도 있다. 360도 3G 써클비젼은 30분마다 상영되는데 매달 다른 영상으로 상영된다고 한다.


  


 


야자수와 돌담길, 동백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은 제주 밖에 없을 것 같다. 오키나와도 이러려나?!


 


노리매에서 가장 현대적으로 지어진 공간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샵 등이 들어서있다. 꽃잎 떠 있는 차를 마시며 카페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매화는 본래 중국의 사천성과 호북성 산간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한다. 분홍빛 매화와 하얀빛 매화가 지고 푸르른 여름이 오면 매실이 주렁주렁 열려 보는 사람들의 입에 침이 고이게 할 것이다. 달콤한 열매가 열릴 것 같은 매화나무에 신맛나는 매실이 달린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라보면 너무 멋져서 살고 싶어지는 집이 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불편할 것만 같은 느낌에 기회가 생겨도 살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집. 그게 제주에 있는 집들인 것 같다. 하지만 올해의 트렌드는 '적절한 불편'. 적절한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적절한 불편으로 인해 생기는 행복이 크다면 충분히 감내할만하지 않을까.


 


가장 당황했던 거울의 방(?). 둥그런 원형의 거울의 방이 있었다. 음... 뭐지? ㅋ

매화의 분재들 전시장과 새, 가축들을 키우는 우리도 있다. 노리매는 여러가지 구색을 잘 갖추어 놓은 공원으로 꽃이 활짝 핀 날 좋은 날 걷기 좋은 곳이 분명하다. 



노리매를 한바퀴 돌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태양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태양이 떨어져버려 일몰을 못 볼 것 같아서 몇 장 찍었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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