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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성남 명소] 망경암, 한양을 내려다보며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던 암자


잔뜩 찌푸린 날씨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 늦가을, 망경암에 올랐다. 망경암은 고려말에 세워진 암자로 세워진 후 조선 초까지 임금들이 이곳을 찾아 백성과 나라의 평안함을 빌었다고 한다. 서울과 가깝고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의외인 것이 사실이다. 왕이 찾을 정도면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큰 사찰이었던 걸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을 헐리고 새로 지어지기를 반복했지만 바위에 새겨진 글과 부처상은 그대로 남아있다. 바위에 15개의 얕은 공간을 파내어서 글을 남기고 부처를 새겼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는 이곳에서 세종대왕이 칠성단을 이끌며  천연두로 요절한 일곱번째 왕자 평원대군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그래서 망경암은 칠성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1897년에는 이규승이 황태자와 함께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비문과 관음상을 새기는 등 불교를 다시 중흥시키려 시도했다.



바위 절벽 왼쪽 아래로 두개의 비석을 볼 수 있다. 큰 비석이 1898년에 세워진 망경암 칠성대 중수비고 작은 것이 1874년 세워진 망경암 소비다. 소비는 이규승에 의해서 세워졌는데 조선 왕실의 번영과 오래도록 복됨을 바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중수비(소비와 대비해서 대비라 부름)는 사면에 모두 글이 쓰여있는다. 칠성대의 유래와 황실의 번영을 바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소비에는 고종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대비는 대한제국이 세워진 다음해이기에 고종 황제라 칭하고 있다. 칠성신앙은 도교에서 유래했는데 수명과 장수를 광장하고 재물을 준다고 하는 칠원성군을 믿는 신앙이다.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청나라의 영향으로 도교가 널리 퍼지면서 함께 유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애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제 102호)은 통견(두 어깨를 덮은 가사)을 입고 항마촉지인 자세를 하고 있다. 항마촉지인은 좌선 자세로 오른손은 오른쪽 무릅에 올려두고 손가락이 땅을 향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이는 부처가 보리수 밑에서 수행할 때 방해를 하던 모든 마귀를 굴복시켰던 자세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름은 몰랐어도 많은 항마촉지인 부처상을 보았을 것이다. 보통 왼손은 손바닥을 하늘로 두고 편하게 다리 가운데 올려둔 것이 보통이지 않나? 이 부처 조각은 왼손을 가슴 위에 두고 있다. 그리고 오른속도 무급이 아닌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애여래좌상은 정교하기보다는 투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목도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서민적인 모습인데 왕가와 연관된 곳인 듯한 사료들에 의아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마애여래좌상은 성남 인근에서는 유일한 마애불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작은 암자지만 대웅전 뒤편 계단으로 오르면 삼성당도 있다.



굳게 닫힌 문을 살포시 열면 우리의 산과 들, 나무 등 우리 주변 사방에서 깃들어 있는 신들이 부처 주변에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소원이 빨간 등 아래 주렁주렁 달려있다.  



망경암 마당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보호수로 지정되었는 이 느티나무는 200년전 부터 같은 자리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선이 망하고 대한제국이 되었다가 일제 식민지가 되고 해방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서울에서 총성과 포탄이 날아다니고 북한국과 중공군이 밀려 내려오는 모습과 국군과 유엔군이 북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보았을 거다. 모래밭, 논밭이던 강남에 고층건물이 촘촘히 들어서는 모습도 보았겠지. 200년동안 참 많은 것을 보았을 텐데 25미터의 거대한 나무는 그저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대웅전 외벽으로 탱화들이 그려져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그림은 이것이다. 관을 둘어싼 스님들. 눈을 가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독특한 것은 관에 발바닥 두개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발바닥이 밖으로 나온건가?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 같은데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망경암 앞마당에서는 서울이 내려다보인다. 하필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잔뜩 날아온 날이어서 찌뿌둥하고 쌀쌀했다. 날 좋은 날 오르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제2 롯데월드가 지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뿌연 먼지 사이로 서울타워도 보인다. 사찰은 언제나 최고의 명당에 지어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