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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수창현 3박 4일 여행 프롤로그


 

중국은 내게 낯선 곳이다. 3번을 갔지만 모두 공항에서 환승하기 위함이었기에 이번 여행이 첫 중국 여행인 셈이다. 중국이 아무리 처음이라고 해도 수창현이라는 이름은 너무 낯설다.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별로 없다.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된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더 이상 정보를 찾아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라다니면 되니까 여권만 챙겨서 시간 맞춰 공항에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수창현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상하이, 항주, 닝보로 가는 비행기 중 하나를 타야한다. 2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항주였다. 항주에서 쑤이창(遂昌)현까지는 버스로 4시간 거리다. 


 

 수창현은 어떤 곳일까?

수창은 절강성 여수시에 위치해 있고 서울의 4.2배 크기이지만 인구는 23만명 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해발 1천미터 이상의 산이 703개나 되는 곳이지만 서기 218년에 행정구역으로 편입되어 2천년 가까이 되는 역사와 문화를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높은 산이 많다보니 전체 면적의 88%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있다. 기후는 온난습윤한 편으로 평균 16도 최저 5도에서 최고 28도정도다. 지도를 보면 오키나와 북섬과 위도가 비슷해보이는데 사계절이 뚜렷하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이 지역은 동방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수창의 관리로 있었던 탕현조가 이곳을 배경으로 쓴 희곡 <모란정>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있다고 한다. 또 1920년대 일본의 침략이 있었을 때 3년간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쑤이창은 희곡 속의 배경으로 크게 알려졌을 뿐 아직 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4일간의 여행이 더욱 좋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왠만한 관광지는 중국인들로 북적거린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해서 찾아가 몸과 마음에게 쉼을 주고자 했지만 북적이는 사람들에게 치인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정도다. 여행지로써 아직 빛을 보고 있지 못했을 때가 가장 여행하기 좋다는 것은 최근 10년새 라오스와 미얀마를 봐도 알 수 있다. 온전히 자연과 현지인들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서 수창현은 매력적이다.


일정을 살펴보면 첫날 수창현 시내에 도착해 핑창광장에서 춤추는 사람들과 그 앞의 야채시장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둘째날 계곡을 따라 천불산에 오른 후 유람선을 타고 호산소삼협을 보며 홍성평온천리조트로 향한다. 온천욕과 함께 시골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셋째날 다시 유람선을 타고 나와서 남첨암으로 향한다. 오전에 대나무숲 일렁이고 폭포소리 들리는 길을 걷는 남첨암 풍경구 트래킹을 하고 오후에는 신룡곡풍경구 트래킹을 한다. 넷째날에는 항주로 향해 점심을 먹고 돌아오게 된다. 



 쑤이창 3박 4일간의 여행에는 유적지도 없고 유흥지도 없다. 그렇다고 기괴한 바위들이 넘쳐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거대함이 없다. 그래서 좋다. 과하지 않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남첨암 풍경구 트래킹 후 대갱촌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이런 곳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하나 있으면 한달 정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밭에서 나는 채소들로 세끼를 먹고 대나무숲과 폭포 곁을 산책하고 돌아와 햇빛 비추는 마을 한켠 골목에 놓인 의자에 앉아 마을 어르신들의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대화를 엿듣는 것. 그냥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곳이 수창현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일정이 조금 더 길어서 조금 더 천천히 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뭐, 언제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드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종일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걷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쑤이창 여행에는 걷는 시간이 많다. 일부 여행자에게는 이것이 조금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같이 걷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수창의 공기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맑은공기 표준에 6배이상이라고 한다. 피톤치드 수치도 높아 숨쉬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밤하늘을 가득채우던 별들은 새까만 사막에서 보던 것들과 비슷할 정도였다. 


  

 


3박 4일간의 수창현 여행 일정표를 보면 여행내내 산림 속에 파묻혀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면적은 88%가 산악지대이니 어쩌면 당연한 루트로 보인다. 시골지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숙소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4천원짜리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잘 자기에 숙소가 좋지 않아도 게으치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3일간 칸호텔, 홍성평온천리조트, 남첨암산장에 숙박했는데 모두 4성급으로 불편함이 없었고 깨끗했다.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 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국여행에서는 먹는 즐거움을 빼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름지고 강한 맛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양한만큼 입맛에 맞는 것들도 많았다. 대나무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고 방생되어 거리를 쏘다니는 닭들과 뒷뜰에 키우는 채소들이 가득했다. 가끔 독특한 음식과 기름진 음식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동물복지 달걀은 결국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닭과 오리들이 사방을 누비고 채소에는 농약 대신 거름이 사용된다. 티비에서 보고 주위에 강추하고 다녔던 다큐멘터리 <슈퍼 피쉬>에 나왔던 것처럼 쌀조차도 농약이 아닌 논에 물고기를 길러서 재배하는 청정지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