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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중국 서안 소안탑, 오르기 무서웠던 1300년된 벽돌탑


대안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버스 창 밖으로 소안탑(小雁塔, Little Goose Pagoda) 표지판이 보여서 버스에서 내려 소안탑으로 향했다. 소안탑은 천복사 내에 있다. 천복사는 684년 당나라의 예종이 아버지 고종을 위해 세운 절이다. 처음 지었을 때 이름은 헌복사였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천복사로 바뀌었다. 소안탑은 707년 세워진 밀첨식 탑이다. 처마가 빽빽하다는 밀첩이라는 말처럼 층마다 벽돌로 겹겹이 쌓여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에 있는 정혜사지십삼층석탑이 대표적인 밀첨식 탑이다. 46미터 높이로 지어졌으나 1487년 지진으로 꼭대기 부분과 처마 곳곳이 파손되어 지금은 43미터다. 이 지진으로 기단석 또한 반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아마 이 상태였다면 그 후 500년동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재밌는 것이 30년이 지난 1500년대 초 다시 한 번 지진이 나면서 갈라졌던 기단석이 붙었다고 한다. 1965년에 보강 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알고나니 소안탑을 오르는 것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운영시간 : 9시 ~ 17시 30분

휴관일 : 화요일 

입장료 : 천복사 입장료는 없으며 소안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30위엔에 티켓을 구입해야한다.



소안탑은 서안 박물관 옆에 있고 박물관과 소안탑 모두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입장료를 들이지 않고 여행 시간을 채울 수 있어 그들을 이곳에 데리고 오는 것 같다. 서안은 진시황릉이 아니어도 볼 거리가 많다. 중국 역사 속 수 많은 왕조의 수도였고 실크로드의 시작점이기에 도시 가득 문화유물이 많다. 물론 이곳을 대표하는 유적지는 진시황릉이고 서안을 찾는 사람들의 첫번째 방문 목적 또한 그것을 보기 위함이다.  



천복사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에 나무들이 많아서 공원 같은 분위기다. 다른 중국의 유적지처럼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좋다. 탑의 정상부와 첨탑 곳곳에 오백년전 지진의 흔적이 남아있다. 소안탑은 각 층마다 작은 창문이 달려 있는데 각 층마다 같은 위치에 놓여 있어서 탑의 견고함이 떨어진다고 한다. 천년이 넘은 탑이니 사실 언제 무너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닐까. 20세기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수 많은 건물들은 채 50년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소안탑은 우리나라에게는 보기 힘든 형태의 탑이다보니 자꾸 눈길이 간다. 1층에 티켓을 제시하고 탑을 오르기 시작한다. 상당히 가파르다. 55세 이상은 오르지 말라는 경고 문구도 있다. 오를 수록 오르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은 더욱 비좁다. 각 층에 있는 창문으로는 밖을 보기가 어렵다. 탑은 밖에서 볼 때는 예쁜데 안에서는 정말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애초에 실용성을 염두해두고 지은 것이 아니어서 당연한 결과겠지. 그렇다면 왜 올라갈 수 있게 계단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소안탑 정상에 올라 볼 수 있는 풍경은 이 정도인데 사실 앞에 낮은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카메라를 밖으로 빼서 찍은 사진이 이 정도다. 그리 멋지고 설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황제는 죽은 아비를 위해 탑을 지어야겠다고 쉽게 말했을텐데 그것을 짓기 위해서 사람들은 엄청난 희생을 해야했겠지? 소안탑을 짓기 위한 노력과 과정은 옆에 있는 서안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뭐... 진시황릉도 다르지 않다. 근데 아이러니한 것이 조상들의 엄청난 희생과 평민들이 느껴야했던 부조리와는 상관없이 그 후손들은 그것들 덕분에 먹고 살게 되었다는 점. 그들은 천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