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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사이를 지나

물구나무 서는 여자 - 그녀는 왜 병원에서 나체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었나?!

물구나무 서는 여자

 그녀는 왜 병원에서 나체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었나?!

 

<물구나무 서는 여자>는 정신과 의사 개리 스몰이 레지던트를 하던 70년대부터 학계의 권위자가 된 현재까지 만나 환자들 중 그의 기억에 남는 열다섯가지 사례에 대한 책이다. 공황발작, 오니오마니아(쇼핑중독), 소시오패스, 불면증, 히스테리성 실명, 분열정동장애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굉장히 잘 읽히고 흥미롭다. 개리 스몰은 극본을 쓰는 아내 지지 보건과 함께 책을 쓰는데 아마도 보통 사람들이 어렵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지지 보건이 맡아서 하는 것 같다. 

 심리학을 복수전공하는 동안 가장 재밌었던 과목이 '이상심리학'이었다. 어렸을 땐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워낙 우울증 치료가 일반화되어서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몸이 아파 내과나 외과에 가듯이 쉽게 가게되지는 않는다. 개리 스몰을 찾아 온 사람들은 결국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인데 정신은 신체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기에 신체적인 증상도 함께 가지고 있다. 마음의 문제가 흥미로운 것은 어제 교통사고 나서 아프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과는 달리 수십년째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뭐... <물구나무 서는 여자>에 나오는 사례 중에는 온전히 신체의 문제인 사례들도 있다. 해결 방법도 '우연'일 때도 종종 보인다. 그런 에피소드들은 정신과 의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내담자를 보듬어주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진실한 지인과 전문 상담가 중에 누가 더 내담자에게 효과적인지 의문시 될 정도로 정신과 의사의 역할에 회의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약물치료는 효과가 있어보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자신의 문제를 고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그들이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환자들은 늘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하겠다는 말을 주위에 하고 다니지만 절대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단식, 마약, 알코올 남용이나 흡연 등을 통해 서서히 자신을 파괴하는 만성 자살행동을 보인다.1

 

 

  <물구나무 서는 여자>는 재밌다. 일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가족과 일상, 의사로서의 생각뿐 아니라 개인적인 느낌까지 이야기하면서 마치 내가 개리 스몰이 되어 환자를 보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정신과와 심리상담 분야는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으며 마음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찾아나선 것이다. 과거에는 성직자나 마을에 원로를 찾았을 지도 모르겠다. 현대의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줄 전문가들이 있어 다행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물구나무 서는 여자>와 같은 책을 읽으면 그 속에 나오는 내담자들이 가지는 문제와 환경에 대해 같이 생각하게 되므로써 나의 상황에 대한 통찰이 가능하게 된다. 이건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스스로를 좀 더 잘 이해하려는 관심만 있으면 된다.   

 

 

"개리, 참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해. 어떤 상황에서 수술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외모에 불만족스러워 하잖아. 그래서 헤어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얼굴 성형도 하는 거지. 그러다가 어떤 시점에 이르면 그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걸까?"
"닐, 그래도 손을 절단하려고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선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어. 한 사람이 코를 몇 번 성형할 수 있는지 제한을 두지는 않잖아. 실제로 성형외과 의사들은 한 부분을 몇 번에 걸쳐 수술하기도 해. 너라면 다섯 번째로 눈을 성형하겠다는 환자를 입원시킬 거야?"
닐이 물었다.
"그럼 넌 누군가가 손을 절단해 달라고 하면 고분고분 해주겠다는 거야?"
"봐서."2
 

 

 꽤 흥미로운 대화다. 멀쩡한 팔을 잘르려고 한다면 모든 사람은 그 사람이 확실히 미쳤다고 생각할 꺼다. 그런데 그가 그것을 미적 아름다움으로 본다면?! 지방 제거수술이나 턱을 깍는 것은 괜찮아도 팔을 자르는 건 안 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지?!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만 들으면 '미친...'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새어나오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비교했을 때 그것이 정말 미친 짓이 알 수 없게 되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재밌지 않은가.


 앤이 자신에 대해 가자고 있는 불안감도 청소년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녀가 청소년 상담을 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분야를 택한다. 거식증 환자처럼 보이는 상담사가 식이장애 환자를 상담하는 경우도 있고 경조증을 보이는 상담사가 기분장애 환자를 보거나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 강박 장애 환자를 돌보는 경우 등이 그렇다. 물론 상담사가 자신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훌륭한 공감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 자신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상담사들은 환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환자를 돕기보다 악영향을 미친다.3

  1. PP.93-94
  2. P.97
  3. PP. 14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