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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미얀마 여행기

인레여행 - 자전거 타고 인레 살펴보기


만달레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하는 만달레이행 버스가 있었다. 근데 시간이 너무 안 좋았다. 밤 7시에 출발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커미션을 먹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점심 때쯤 버스터미널(오토바이택시 2000짯)로 향했다. 근데 버스비(12,000짯)와 출발시간 까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시한 것과 같았다. 아... 나 뭐한거지? 그냥 만달레이 시내에서 편하게 있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하면 되었던 거다. 괜히 삽질하고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맥주 마시며 시간만 축냈다. 오후 7시쯤 버스는 출발한다. 휴게소에도 들르고 껄로에도 잠깐 멈춰선다. 껄로는 트래킹으로 유명한데 내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새벽 1,2시쯤 인레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청년이 나타나 5달러를 요구했다. 인레 입장권이란다. 그 청년은 티켓을 끊어주고는 사라졌다. 깜깜한 밤, 낯선 곳에 버스에서 함께 내린 일본 여자애랑 단 둘 뿐이다. 숙소를 정했냐고 말을 건네본다. 스마트폰의 GPS 지도에 눈을 고정한 채 정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왠지 날 경계하는 것 같아 그냥 혼자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가로등도 없이 어둡지만 집들이 많아보이는 길로 들어섰다. 개들이 무섭게 짖어댄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게스트하우스를 물어보았다.



 메이 게스트하우스(1만짯)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철문을 두들기는 방문자를 받아주었다. 로비에 모기장을 쳐 놓고 자고 있던 스탭 둘 중 하나가 방이 없다며 자신의 자리를 내 주었다. 여기에서 자고 있으라고 아침에 방을 내 주겠다. 그저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한사코 나를 모기장 안으로 밀어넣는다. 누운지 10분이나 지났을까 따라오라고 해서 침대하나로 가득차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화장실도 밖에 있다. 아침까지 있을 수 있는 임시방을 받은 것이다. 다음날 아침 무려 침대가 3개 있는 방이 배정되었다. 그렇다고 돈을 더 많이 내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새벽에 왔는데도 숙박비는 절반의 가격을 계산하지 않았다.  


 


조식을 제공해주는 곳이었으므로 방을 바꾼 후 마당에 잘 정돈되어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모두가 길 쪽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데 난 반대로 앉아야했다. 이미 그 자리에는 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앞 의자에는... 아침 날씨가 쌀쌀한지 의자 방석 위에 잔뜩 움크리고 자고 있는 까만 고양이와 노란 고양이가 있었다. 조식은 흔한 아메리칸 브레이크퍼스트.


 


인레에 오면 모든 사람들은 보트투어를 한다. 난 우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그래도 보트투어를 해야만 한다면 신청하기로 한다. 아직 우기의 끝물이어서 거리는 항상 젖어있다. 자전거 대여료는 종일 1000짯으로 미얀마의 어느 곳보다도 저렴하다. 



처음에는 인레호수를 한바퀴 돌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그건 어림 없는 일이라는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크긴 하지만 아침부터 하루종일 자전거만 탈 생각이라면 불가능한 넓이는 아니다. 하지만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다. 게다가 우리의 끝자락이어서 길이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 건기에는 꽤 호적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낭쉐의 번화가(?)를 벗어나 보트투어 할 때 보트를 타는 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인레호수와 꽤 떨어져있어도 우기때는 물이 차는 마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짓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배가 서 있는데 이 배들이 마을의 골목골목을 옮겨다니고 넓은 강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인레호수까지 이어져있다. 돼지우리도 위에 떠있다.


 


여인은 담배를 말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자신이 말고 있던 담배를 들어올리며 들어오라고 했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계속 패달을 밟았다. 쪼리를 신고 있던 내 발은 이미 진흙으로 엉망진창이다. 어디를 들어가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난 담배도 안 피는데 어쩌겠나.




따로 찍어서 붙였더니 물 색이 다르네.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사원이다. 동자승이 개구진 모습으로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그 사진은 너무 흔들렸다.



집마다 한두대씩 있는 이 배를 집에서부터 타고 나온다. 이 강이 이들에게는 메인길인 것이다. 시장 가는 길이기도 하고 학교가는 길이기도 하다. 조금 넉넉한 집이라면 배에 색도 칠하고 모토도 단다.




마을을 빠져나와서 일반적인(?) 자전거 트래킹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길로는 트럭도 다닌다. 길 양 옆으로는 좁은 수로도 있어서 마을 곳곳에서 보았던 작은 나무배들이 다니고 그 옆으로는 넓은 농작지가 보이는데 많은 부분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이다.




눈이 마주치면 카메라를 들어올려 까딱 흔든다. 그러면 그들은 열중 아홉은 배시시 웃는다. 그러면 찍는다.  


 




학교의 활짝 열린 창문으로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넓은 흙길이 끝나면 지각으로 어설프게 포장된 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오른쪽에 보이는 야트막한 산으로 계단이 보이길래 자전거를 세워두고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오르니 역시나 사원이 있다. 여기 별장 있으면 좋겠네, 풍경이 좋다라고 생각되는 곳은 어김없이 사원이 있다. 불상 앞에 동그란 백열등이 있어서 석가는 하루종일 그 빛을 바라보아야한다.



사원의 정중앙 가장 많은 자리를 부처가 차지하고 있지만 미얀마의 여러사원의 한 편에는 낫 정령들이 모셔져 있다. 우리의 사찰 한 구석에 삼신 할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랜시간 토속신앙으로 존재했을 낫신앙으로 불교가 파고 들어왔을테고 불교가 더 많은 신자를 끌어당기기 위해서 낫신앙을 포용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저~ 멀리 인레호수가 보인다. 처음 출발할 때는 바로 인레호수 옆으로 난 길로 돌아서 한바퀴를 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불가능해 보인다.



산에서 내려오니 한 눈에도 굉장히 무거워보이는 바구니를 지고 가는 한무리의 사람들.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건지 갈 수록 많이 보인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집들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우기에도 물이 잠기지 않는지 집들이 밑에 기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마을에 있던 사원. 한 가운데 부처가 있는데 그 주위 360도로 샛노란 옥수수를 말려두었다.



인레의 고급호텔과 리조트들은 낭쉐의 번화가가 아닌 인레호수와 인접해 있다. Hupin 호텔도 인레호수를 끼고 있는데 호수 위에 방갈로들도 열지어 있었다. 호텔 안에 높은 산이 보이고 그 위에 사원이 보였다. 그래서 호텔 스탭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신떼가 계단 아래쪽을 지키고 있고 그 사이를 소님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어찌나 길을 막고 천천히 올라가시는지 뒤에 소리를 내며 좀 비켜서 주길 원했지만 힐긋 돌아보더니 그 자리에 선다. 소도 화나면 은근 무섭기에 그저 비켜주기를 기다릴 뿐. 계단 양옆으로는 의자가 놓여있는데 비록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지라도 이 햇살 아래에 앉아 쉴 일은 없을 것 같다. 의자는 기부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국의 민양도 기부를 했는지 국적과 이름도 쓰여있다.


 


사원 한 구석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식기도구가 잔뜩 쌓여있다. 귀 큰 석가가 예쁜 가사를 덮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아까 올랐던 산보다 조금 더 인레 호수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빼면 특별하지는 않다.


 


더 이상 갔다가는 해가 지기전에 낭쉐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자전거를 돌렸다.



집들도 없이 길만 한참 이어지는 길에서 앞에 트럭이 한대 서 있다. 보조석에서 사람이 내리더니 앞에 있는 무언가를 집어서 옆으로 놓고는 다시 출발한다. 트럭은 지나가고 내가 그곳을 스쳐지나갈 때 갑자기 강아지 한마리가 나타났다. 지나가는 것이 무엇이든 쫓아오는 것이었다. 녀석은 졸래졸래 쫓아온다. 너무 작은 강이지다. 주위에 어미개도 없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쫓아오는 강아지에게 간절함이 보여서 왠지 쓸쓸해진다. 그저 움직이는 무엇에라도 의지해야만 자신이 살아갈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있는 간절함. 지금 생각해보면 데리고 와서 게스트하우스나 마을에라도 놓아두어야 했던건 아닐까하는 후회가 남는다.



하루의 자전거 여행으로 가보지 못한 곳은 내일 하루 더 자전거로 다니기로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여전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그 강아지. 아, 찝찝한 이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