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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한반도의 동쪽 끝, 독도 여행


 독도를 여행한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면 독도에 발을 내딛으면 뿌듯하고 감동받는다고 한다. 나도 기대했다. 애국심은 안드로메다에 보낸지 오래지만 분위기와 감정이라는 것은 주변에서 전파되는 것이지 않은가. 스포츠를 즐겨보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경기를 볼 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을 독도에서도 가지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날씨가 좋아야만 접안 할 수 있다는 그 독도에 발을 딛게 되었지만 내가 독도여행 후 든 생각은 '아, 피곤하다'였다. 2박 3일 여행에서 반나절을 투자할만큼 여행자에게 독도는 매력적이지 않다. 제주도 여행에서 우도가 옵션인것마냥 울릉도 여행에서는 독도가 옵션이다. 하지만 독도는 우도만큼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하룻밤을 머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배를 타고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다가 20%의 접안 확률 때문에 선상에서 독도를 한바퀴 돌고 돌아올 가능성이 더 크다. 접안한다고 해도 30분동안 학교 운동장만큼의 작은 공간에 머물 수 있을 뿐이다. 독도는 중요하다. 단지 여행지로서의 독도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울릉도에서 독도는 사동항에서 왕복 4시간 저동항에서 왕복 3시간 20분 걸린다. 이건 선박회사에서 제시한 최소시간이고 30분 정도 더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저동항에서 가는 것이 더 빠르므로 저동항에서 독도가는 배를 타는 것을 권한다. 요금은 왕복 45,000원이고 시간은 2편의 배가 유동적이어서 씨스포빌 홈페이지(http://seaspovill.com/)를 참고해야한다.



배가 접안을 하게되면 독도를 한바퀴 돌면 선상에서 볼 수 있는 일은 생략된다. 동도와 서도를 한장의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아쉽다. 배는 동도에 접안한다. 긴 계단 위에 동도경비대(dokdo.gbpolice.go.kr)의 숙소가 있다. 독도 주변은 물고기가 풍부해서 삼국시대부터 어부들이 어업을 해왔다. 지금은 해저자원인 메탄하이드레이트 때문에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망말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독도는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독도는 신라의 이사부 장군에 의해서 신라 땅이 된 후에 논란의 여지없이 한반도의 부속 섬이었다. 독도는 강치(바다사자)가 많이 살고 있어서 가지도(강치를 조선시대에 가지라 부름)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00년전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2만마리가 넘는 강치를 가죽과 고기, 기름을 사용하기 위해서 학살하기 시작했고 결국 멸종했다. 그 피비린내나는 살육은 90km 떨어진 울릉도 앞 바다까지 가치의 피가 흐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이 지금 자신들의 앞바다에서 돌고래를 살육하는 것, 영화 더 코브의 그 끔찍한 장면들이 100년전에는 우리의 독도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독도 곳곳의 바위들의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다른 바위에 같은 이름을 붙여놓기도 하고. 아나 둘 중 하나가 틀렸을 텐데 한 자료를 백과사전이고 한 자료는 울릉도 공식 자료여서 둘 다 객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이 아래 바위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근데 지금 보니 왠지 귀를 가지고 있는 혹은 감투를 쓴 사람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수만의 강치가 울어대는 독도였다면 아마 왕복 4시간의 뱃길과 30분의 짧은 체류시간이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새벽 셔틀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와서 강릉에서 울릉도로 배를 타고 온 후 바로 독도행 배에 올랐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객선에서 내린 수백명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동안 기념사진을 찍고 난 뒤 다시 배를 타고 떠나면 독도는 정말 동해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가 되어버리겠지. 울릉도는 제주도 보다 먼저, 독도는 울릉도 보다 먼저 생긴 섬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울릉도가 생기면서 독도가 곁다리로 생긴 건 줄만 알았다. 근데 알고보면 제주도도 울릉도도 없는 곳에 작은 섬 독도가 먼저 솟아난 것이다. 450만년부터 독도는 그 자리에 외롭게 서 있었던 걸까? 한때는 수만의 강치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는 또다른 동물들이 있었을테고. 




동도 앞에 서도가 보인다. 서도에는 한 부부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에 탕건바위,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가 나란히 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지만 독도 경비대원이 앞에 서서 막는다. 대신 그들은 여행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올해는 울릉도 앞바다까지 적조현상이 보였다. 그에 반해 독도의 바다는 너무나 맑다. 스쿠버다이버들이 극찬을 하는 바다지만 이 바다 속을 헤엄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다.


 


삼형제굴바위에는 3개의 동굴이 있다. 그리고 뒤에 두개의 바위가 놓여져 있는데 사실 바다 밑으로 이 3개의 바위가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삼형제굴바위다. 이 사진에서는 맨 뒤에 있는 바위를 짤라먹었다. 이 이야기는 사진 찍을 때는 몰랐으니까. 서도를 찍은 사진에는 그 마지막 바위까지 있다.



동도에는 독도이사부길이 있다. 지난 2008년 비록 작고 짧은 길이지만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사부는 512년 우산국(지금의 울릉도와 독도)를 신라의 땅으로 만든 장군이다. 그는 배에 나무로 만든 사자를 여럿 만들어서 울릉도 주위에서 이 사나운 짐승들을 섬에 풀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에게 항복해서 이사부는 손쉽게 울릉도와 독도를 얻었다고 한다. 서도에는 독도안영복길이 있다.


 


뭘 봐?



독도에서 돌아오니 울릉도는 새까만 밤이다. 항구에는 수백명의 독도 여행자들을 태우러 온 많은 여행사 봉고들이 줄지어 있다. 한 일주일 울릉도를 여행하는 한국사람에게는 독도는 가 볼만한 곳 일 듯하다. 이건 마치 '나 독도 갔다왔어'라고 말하기 위한 여행 같다. 북한 때문에 매우 제한된 금강산을 갈 수 있지만 '나 금강산 갔다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동도의 계단을 오를 수 있고 독도의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독도 벤치에 앉아 너무 까매서 무서울 정도의 동해 밤바다를 볼 수 있다면 독도는 한국 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