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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소리극] 황진이 - 종합 선물세트 전통 공연

소리극 황진이

 

 종합 선물세트 전통 공연

 

 소리극 <황진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두시간에 걸쳐 전통음악과 창을 들으라고 한다면 선뜻 그 공연을 볼 수 있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멈칫할 것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황진이 공연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러한 혹한 마음에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뮤지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리로 노래를 하는 대사는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함이 아닌 어색함이므로 극이 진행되면서 쉽게 익숙해져 간다. <황진이>는 영상의 사용이 능수능란하게 이루어진다. 영상을 투사할 스크린이 여러겹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장 앞에 놓여진 스크린에 영상이 비춰지고 그 뒤에 조명이 비춰진 인물이 드러나는 형식으로 드러난다. 가장 앞에 있는 스크린이 올라가고 연기자들의 뒤편에 또 다른 스크린과 인물이 있는 식이다.

 

 소리극 <황진이>는 우리의 전통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종합 선물세트같은 공연이다. 부채춤, 칼춤, 승무등 다양한 춤을 보여주며 상여를 메고 부르는 장송가와 남녀의 사랑가등을 들려준다. 또한 옛 시와 그림을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영어 자막을 제공해 주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기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자막이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어 자막을 보면서 공연을 보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 내용이라는 것이 <황진이>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진부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조선시대 여성의 한계에 얽메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황진이가 사랑 밖에는 할 수 없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뭔가 새로운 내용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켜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 시작 후 공연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친절하게 입장을 도와준다. 물론 나처럼 이미 앉아서 공연을 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거슬리는 일이다. 입구와 가까운 남는 자리에 앉히는 게 아니라 맨 앞자린 그 사람의 자리를 친절하게 찾아주니까... 공연 시작 후 입장을 시키는 것은 관객에 대한 배려가 결코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난 주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연 시작 후에도 내 시야에서 왔다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