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디너 -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다

연극 디너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다

 

 

연극 <디너>에는 두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두쌍의 커플이 등장한다는 것에 연극 <클로져>가 떠올랐다. <클로져>의 두 커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교차하고 그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다. 하지만 <디너>의 두 커플은 서로를 대비시키는 대칭구조로 사용되어지며 커플 안에서만 사랑의 감정이 존재하고 두 커플 사이에는 우정을 놓아둔다. 탐과 베스, 카렌과 게이브는 이미 결혼 한 지 12년이 되었다.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디너>는 단순한 한 끼의 식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터에 보이는 두 부부의 밝은 표정처럼 그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었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들의 웃는 얼굴들 사이에 보이는 카피가 보이는가?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그들은 알고 있다. 사랑은 변한다는 것을. 문제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극의 후반 탐이 게이브에게 얘기하듯이 탐은 오랜 시간 좋은 사람인 척 결혼생활이 원만한 것처럼 연기해 왔다. 저 카피는 어쩌면 그의 머리 속에서 나와 저기에 저렇게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참아 오던 그가 결국은 자신의 불행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고, 혼란스러워하던 베스도 결국은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 탐과 베스는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행복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연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카렌과 게이브다. 그들은 새로운 사랑을 찾지 않는다. 탐과 베스의 헤어짐이 없었다면 아마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 오던데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절친하게 지내던 부부의 헤어짐은 그들에게도 의문을 던졌다. 우리는 괜찮은가? 이 질문은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던져진다. 당신 부부는 괜찮은가요?연극 <디너>는 결혼의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은 영원할 수 없는데 영원히 같은 마음이자며 하는 결혼 속에서 맞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내용만으로는 꽤나 지루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디너>는 유쾌한 연극이다. 그들의 대사에서 '풋'하고 웃게 된다.

 

 연극 <디너> 속의 네 배우는 끊임없이 먹는다. 빵을 먹고 술과 커피를 마신다. 먹는 행위는 그들의 감정 상태나 상황과는 무관하게 계속 이루어진다. 먹는 행위는 가장 공유하기 쉽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카렌과 게이브는 탐과 베스에게 계속 먹을 것을 준다. 카렌과 게이브가 주는 먹을 것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거워하는 탐과 베스를 보고 그들은 자신들이 탐부부와 온전히 소통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건 지독한 착각임이 드러난다. 그래도 이 달콤한 행위가 없었다면 이 네명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 끝났을 지도 모르겠다. 두 부부 중 누구의 삶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이브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것들이 당연히 있고 그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속내를 드러낸다.탐은 자신의 행복을 찾을 거라고, 아이들이 불행을 가지고 항상 참으면서 살아가는 자신들을 보면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탐과 게이브가 기차역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그 둘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건 단지 개인의 우선 순위의 차이일 뿐이다.

 

 

 산울림 소극장은 정말 좋은 극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얼마 없는 좌석이 꽉 차서 보조석에 앉게 되었는데도 좋았다. 보조석이라는 것이 세 줄의 좌석 앞에 놓여지는 것이라 가장 가까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이므로 의자가 다소 불편해도 위치와 시야에서는 가장 좋은 자리다. 공연은 차가 밀려 늦는다는 관객을 기다려 10분 후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는 음악이라면 차라리 음악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로 돌아간 시점에서 아무리 12년 전이지만 이미 서른이 넘은 그들이 저런 옷을 입고 나와야 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