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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취푸 여행, 공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


이번 여행에서는 항상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을 유지했다. 혼자 마음대로 다니는 여행이다보니 한번 균형이 무너지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취푸에서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시장에서 아침을 먹고 공묘로 향했다. 8시에 문을 여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문 앞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모양으로 줄을 섰다. 알고 보니 그건 줄이 아니라 공연장소를 둘러싼 것이었다. 8시가 되면 공묘 앞에서는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자가 50명정도 되어보이는 결코 규모가 작지 않은 공연이다.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일찍 가서 본 것이 행운이었다. 물론 공연되어지는 퍼포먼스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좋았다. 중국어를 모르니 중국어 검색을 제쳐두고 한국어와 영어로만 검색해서는 공연의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공자의 생일에는 공묘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의 확장판으로 굉장히 큰 행사가 열리고 취푸 실내 공연장에서 꽤 멋진 공자의 삶을 다룬 공연을 하기도 했다(아직도 할 지도.)는 내용만을 알 수 있었다. 공자의 제사는 600만명의 관광객이 모인다고 한다. 음... 공씨만 200만명쯤되니까... 



취푸성곽위로 군사들이 도열하고 저 멀리 나팔수들이 나팔을 불며 걸어온다. 그동안 한쪽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입어 가장 눈에 띄는 여자 무용수들이 하품과 잡담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근엄한 표정의 벼슬아치가 중국어로 뭐라뭐라...(이게 이 공연 내용과 관련된 핵심이겠지.)하면 빵빠레(?)가 울리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나름 지루해하지 않고 열심히 여행을 하기 위해서 설명이 붙어있는 곳을 열심히 읽고 다닌다. 이야기를 알면 한낱 돌맹이가 기억에 남는 것이 되기에 가이드도 없고 사전지식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공묘에서도 설명을 모두 읽고 다녔지만 비슷하고 특별하지 않은 설명이 반복되면서 지루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난 취푸가 칭다오에 이어서 두번째로 온 도시였기에 이런 모습의 중국을 직접 맞닿는 것이 처음이어서 더 열심히 볼 수 있었다. 중국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더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달의 여행을 마치고 취푸 사진을 정리하는데 좀 지겨웠다. 그런 취푸여행의 단비같은 것이 바로 이 공연이다. 공연은 하나가 아니다. 


 



자면서 춤을 추는 사람, 무서운 표정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끼를 부리는(?) 예쁜 공연자가 눈에 띄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근데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네. 계속 정적인 것만 찍다가 움직이는 것을 찍으려니 쉽지 않다. 셔터 스피드도 확보해 놓지 않고 막 찍었네. 참.


 

 


단순히 공묘에 입장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서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일찍 왔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지 못했다.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참 많다. 그래 13억 인구 중 누군가는 오늘이 휴가일테니까. 글이 가득 쓰여진 죽책을 들고 하는 퍼포먼스도 있다. 과거에는 종이가 없었으므로 대나무 조각을 얽은 죽책에 글을 썼다. 생각해보면 공자는 정말 옛날 사람이다. 예수보다 500년 먼저 태어났고 석가모니와 동시대 사람인 것이다.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불교를 만들 때 그는 중국에서 유교를 만든 것이다. 동양의 절대적 영향을 미친 두 사상(?), 종교(?)가 사실은 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이 신기하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더 격정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여자 무용수들이 한자를 한글자씩 보여주고 공연은 막을 내린다. 무슨 글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 웰컴 취푸 공묘!!! 뭐... 이런 시덥잖은 건 아니었을 거야. ㅋ




공연이 끝나면 성을 통과해서 공연자들이 퇴장한다. 그들을 따라 성문을 지나 공묘로 들어가면 된다. 물론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 앞에 있는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먼저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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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전 앞에서 11시에 공연이 있었다. 막 공묘를 나가려던 참인데 공연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대성전으로 향하는 길에 이번에도 50명정도의 사람들이 모인다. 아마도 정문에서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 다른 역할을 맡아서 또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장과 함께 이루어지는 공연이 30분 정도 되기때문에 이 공연을 보려면 공묘에서만 2시간 30분을 보내야한다. 대개 공묘와 함께 공부와 공림까지 하루에 다 돌아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이동과 식사시간까지 하면 아마 입장할 때 공연을 본 사람이 11시에 하는 이 공연까지 보게되는 공연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난 혼자 여행하는 시간많은 여행자이기에 느그적거리다가 두 공연을 다 보게 되었다. 여행 스케줄에 따라 두 공연 중 하나를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내용은 완전 다름. 


 


북치는 소리가 들리고 '나 신분 좀 높아요'하는 사람이 뭐라뭐라 하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 그 주위로 악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따라서 대성전으로 향한다. 구경꾼들도 그들의 앞뒤로 따라서 대성전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는 3만 4천명의 공자 후손이 살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성은 '공'씨다. 우리나라에 공씨가 살게된 것은 고려때 원나라 위왕의 딸이자 공민왕의 아내인 노국공주와 함께 고려에 들어온 '공소'때문이다. 중국에 있는 공씨 족보에는 공자를 시작으로 해서 우리나라 공씨들까지 모두 포함되어있다. 2500년간 퍼져온 공씨 후손의 족보에는 200만명이 넘는 공씨가 기록되어있다고 한다.


 




11시공연이니 8시공연처럼 멍때리는 사람보다 눈에 힘이 들어간 공연자들이 더 많구나. ^^